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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들을 대변하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안 된다

[재게재] 최근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어진 민주노동당 서초지역위원장이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쓴 글을 다시 싣는다.

반2MB 정서가 뜨거워지면서 반한나라당 선거연합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는 2월 15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듯하다.

이미 강기갑 대표는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창당 9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을 포함한 ‘반이명박’ 진영의 연합공천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2월 6일 민주당·민주노동당 경남도당 합동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정책공조를 합의했다.

2MB와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진보진영은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하는가?

진보정당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주변 분들 가운데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해서라도 2MB와 한나라당을 꺾어야 한다’, ‘민주당한테 그렇게 당하고 모르냐’…. 물론 한나라당과 이명박에 대한 사무치는 원한 만큼은 이심전심이다. 그러나 엄연히 남는 문제는 있다.

예컨대 지난 연말연초의 2MB악법 반대 투쟁 과정에서 대중적 공분에 밀려 국회 점거에 나선 민주당과 우리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공조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 때조차 민주당은 믿지못할 공조자였다.

민주당은 계속 동요하며 한나라당과 뒷거래하려 했다. 물론 언론노조 파업과 거대한 대중적 반대 여론 덕분에 MB악법은 저지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마무리 과정에서 한나라당과의 급협상을 거쳐 일부 MB 악법들을 ‘협의’ 처리하기로 약속하며 일방적인 농성 해제를 선언했고, 그 바람에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대거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협의 처리”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에, 강기갑 대표 말마따나 “재벌 곳간만 채워주는”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타협과 합의 처리를 했다.

이런 민주당과의 선거공조는 더 커다란 위험을 낳을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선거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민중 생존권을 공격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서 노동자·서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정권 뿐 아니라 전임 민주당 정권도 추진했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반민주 정책들을 비판해야 하며 좌파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과의 선거공조는 바로 이 일을 못하게 발목을 잡는 ‘공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를 비판하지만 부자 증세는 피한다.(물론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포함한 정부 예산안을 합의해줬다.) 10년간 법인세 등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줘 온 민주당과의 공조를 위해 우리는 부자증세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부자들한테서 정치자금을 받고 그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완화 반대, 강만수·전광우 경질 등 민주노동당이 내건 “5대 선결조건”을 가뿐히 무시하고 이명박의 은행대외채무 지급보증안에 ‘묻지마’ 합의를 해 주지 않았던가.

또한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는 2MB에 맞서는 운동의 요구와 전투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에 힘쓰면서 국유화, 시장에 대한 통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등 좌파적 대안과 요구를 과감하게 내걸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 확대 정책? 금천에서 보궐 선거를 준비하는 열린우리당의 전 의원 이목희가 장본인 아니었던가. 뉴타운 확대?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도 한목소리로 내건 공약이었다.

따라서 민주당과의 선거공조는 죽 쑤어서 개 주거나 닭 쫒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이미 민주당은 작년에도 그랬다. “민주당이 국민이 촛불을 밝혀 열여준 광장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겨 떠났다.” 이것은 작년 7월 민주노동당이 낸 논평의 한 구절이다.

용산 참사 이후로 다시 시작된 촛불 시즌 2에서 우리가 국회에서뿐 아니라 거리와 공장에서 분명하게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해 싸운다면 민주노동당은 대안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프랑스의 급진 좌파 정치인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2007년 대선에서 4퍼센트 지지를 받은 이래 최근 18퍼센트 지지를 얻으면서 경제 위기 시대, 프랑스 대안 정치세력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는 장면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타협한 프랑스 사회당과 ‘공조’하지 않고,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투쟁해 왔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지난 10년간 노동자·민중을 배신하고 공격해온 민주당과의 정책공조·선거공조에 마음을 쏟기보다, 진보진영과의 공조와 협력을 통한 반이명박 투쟁 건설에 온 힘을 쏟기 바란다.

그리고 분당 과정의 앙금을 반이명박 투쟁이라는 대의로 뛰어넘으며 진보정당인 진보신당과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는게 더 필요할 것이다.

2+3은 5다. 그러나 산수가 아닌 물리학, 역학에서는 0 또는 -1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마차는 함께 달릴 때 궤도이탈하면서 꼬꾸라질 수 있다.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는 어떨까? 단기적 ‘이익’을 쫓아 신기루에서 해메이다 운동의 더 큰 진전을 지체시키거나 커다란 기회를 놓치는 뼈아픈 실책을 기록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