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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원 및 대의원들께 드리는 진보교연의 호소문:
참여당 통합 부결시켜 통합진보정당의 불씨 살려 달라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약칭, 진보교연)이 민주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당원과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진보교연은 9월 4일 진보신당 당대회를 앞두고도 진보대통합 안건을 가결시켜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에서 진보교연은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는 안건을 부결시켜 “위력적인 통합진보정당으로 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자고 호소한다.  

민주노동당 당원 및 대의원들께 드리는 진보교연의 호소문

위력적인 통합진보정당으로 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주기를 호소한다!

진보정치사의 중차대한 전환점이 될 민주노동당 당대회를 주목한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새로운 형태의 ‘비판적 지지’이자 ‘수혈’의 길이 될 수 있다.

자유주의정당을 위한 수혈정당이 되기에는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의 역사성을 담보하고 있다.

진보신당 당대회가 만든 ‘우려’가 ‘기우(杞憂)’였음을 알리는 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이 투표행동으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부결해주기를 호소한다.

지금 우리는 진보정치사의 크나큰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폭력적 흐름과 결합된 한국자본주의의 파괴적 현실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다. OECD국가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 이를 웅변한다. 청년세대들은 희망을 잃고 기약 없는 취업 대기생으로 젊음을 희생하고 있다. 교육과 양육의 어려움이 야기한 최저의 출산율은 이미 언론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이러한 비참한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일차적으로 보수정당에게 향하고 있지만, 박정희 시대의 성장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 프레임’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이 비참한 현실을 악화시킨 (중도)자유주의세력에게도 향하고 있다. 집권해 국정을 주도하기까지 한 자유주의정당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는, 87년 이후 야당진영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자유주의정당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급격히 약화시키고, 이른바 ‘안철수 현상’과 같은 기성정치에 대한 거대한 불신과 이반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철수 현상은 진보정치세력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진보정치세력은 보수정당이나 중도자유주의정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로 전환시키는 데에 실패했다. 9.4 당대회에서 진보신당이 통합안을 부결한 것은 물론, 그런 부결을 가져오게 한 중요요인 중의 하나였던 민주노동당의 ‘이상한 행보’도 대중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민주노동당은 한편에서는 진보신당이나 기타 진보적 세력과 통합하고자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는 행보를 취했다. 우리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그렇게 비판했던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측으로 간다’를 연상시키는 행보였다. 진보신당이 통합부결한 데에 이어 민주노동당까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의한다면, 그간의 진보정당 통합 드라마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막장 드라마’라는 거대한 불신까지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 ‘진보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은 그간 보수정치세력과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대중의 지지를 상실한 현재의 국면이야말로 진보정치세력이 대안적 희망으로 부상할 수 있는 국면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인식에 근거하여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진보정치세력의 대안적 희망으로의 부상을 현실화시키는 관건적 과제로 파악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다. 진보정치세력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해 대중에게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는 것은 우리 진보교연 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운동세력과 다양한 진보개혁세력들이 공유한 공통의 바램이기도 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진보정당 통합운동이 벌어지고, 노동운동 및 대중조직의 거의 전 세력이 이를 지지한 것은 그런 바램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거대한 좌초를 만났다. 진보진영 연석회의와 양당협의 등을 거쳐 어렵사리 마련한 진보대통합안이 진보신당 9.4 당대회에서 부결되었다. 이것이 ‘1차 좌초’라고 한다면, 이제 ‘2차 좌초’, 아니 진보통합선(船)이 침몰할지 모르는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바로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의하면 진보통합선은 마침내 침몰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국민참여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단지 진보정치세력화의 도도한 흐름과 그 역사성을 담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어떤 선택을 하는 가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반제민족해방운동과 진보정치세력화의 역사성을 갖는 정당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이 반제민족해방운동과 반제반미노선, 남북평화공존노선의 역사적 유산을 견결하게 옹호하고, 진보정치세력화 및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면면한 전통 위에 서 있는 정당이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민중투쟁과 굳건히 결합하면서 반미자주화와 분단체제의 극복을 위한 밑으로부터의 오랜 투쟁을 추동해온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의 역사는 분명 파쇼적 보수정당, 반독재 개혁자유주의정당과 구별되는 반독재민주화운동의 급진적 전통 및 87년 이후 노동자대투쟁의 성과 위에 진행되어온 민중의당, 민중당, 국민승리21 등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정당이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역설적 상황에 우리는 부딪치고 있다. 우리는 바로 민주노동당의 그러한 핵심적 정체성을 새롭게 환기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을 반역사적이라고 판단하고,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 투표행동으로써 진보정당 통합운동의 좌초의 위기에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호소하고자 한다.

민노당과 국참당의 통합은 ‘새로운 형태의 비판적 지지’이자 ‘보수야당에 대한 수혈이다

첫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두 정당의 통합으로 그치지 않고 자유주의적 대연합 내지 대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단언컨대, 두 정당의 통합은 두 정당의 통합만으로 끝나지 않고, 민주당이나 ‘통합과 혁신’을 비롯한 신자유주의적인 자유주의정당·세력과의 대연합 내지 대통합으로 당연히 나아가게 될 것이다. 사실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는데 왜 민주당이나 ‘통합과 혁신’과 함께 할 수 없는가라는 문제에 부딪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경로를 예상한다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새로운 형태의 ‘비판적 지지’이자 ‘새로운 형태의 수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자유주의정당은 그동안 자신의 헤게모니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외부로터의 수혈을 통하여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김대중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있을 때에는 ‘질서 있는 수혈’이 행해졌다. 그러나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 나아가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민주당 및 ‘혁신과 통합’세력 등의 전략적 연대와 통합과 같은, 지그재그 식의 새로운 형태의 수혈이 행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정당의 수혈부대가 되기에는 반제민족해방운동의 역사성을 포기할 수 없는 정당임을 다 시 한번 환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수혈이 아니라,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지지를 보내는 대의원이나 당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대중성 확보를 위한 손쉬운 길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민중과 함께 민중의 변화를 촉발하면서 민중과 더불어 가는 진보정치의 길로 민주노동당이 견결히 나아가기를 호소한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중정당으로 성장하는 것과, 그 정체성의 포기의 대가로 대중성을 확장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출현을 소망해 왔다. 진보정당이 의석 10석 미만의 ‘존재 확인’ 정당을 넘어서, 의회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당으로 성장-발전하기를 소망해 온 것이다. 이런 성장-발전은 물론 현재처럼 소규모 군소정당으로 단순히 ‘소금’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한국정치의 중요한 행위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진보정당의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의 성장-발전은 대중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지키는 진보정당을 지지할 정도로 대중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과 결합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그러한 진보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중정당으로 발전해가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우리는 87년 이후 이 정도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도 300명에 가까운 열사들을, 광주에서만도 수백명의 열사를 낳았음을 기억한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이 우리가 기대하는 대중성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것은 노동해방과 민중해방으로 가는 우리의 먼 여정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의미하지,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대중적 기반을 가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은 기존의 보수 대 자유주의의 양당구도에서 의회에 진입조차 못하던 상태에서 힘겹게 2004년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기존의 보수 양당체제를 혁파하고 어떤 의미에서 보수, 자유주의, 진보라는 ‘3자정립구도’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하였다. 그러므로 진보정치세력은 비록 지금 우리는 ‘반동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보수,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 자신을 성장·발전시킨다는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동당이 그 꿈을 포기하고, 다시 과거의 보수 양당 구도로 재편하는 구도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기존의 진보정치세력화 자체의 종언이며, 이는 진보정치의 급속한 주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해 진보정치세력화의 궤도를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것은 진보정치세력화에 대한 거대한 반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친FTA정당과 그것을 그토록 비판하던 반FTA정당이 돌연히 함께 하고자 하는가!

셋째,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돌연히 함께 하고자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FTA 정책으로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계승하는 것을 비판했던 정당이 이제 바로 그 정당과 통합하고자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우리는 또한 국가보안법을 견결히 반대했고 그 국가보안법의 족쇄에 의해 그렇게 고통 받았던 정당이 어떻게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의 결정적 고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길에서 이탈한 세력의 역사를 계승하는 정당과 함께 하고자 하는가! 나아가, 어떻게 재벌해체를 주장했던 정당이 한때는 ‘삼성과의 유착’으로 비판을 받았던 정당과 함께 하고자 하는가! 이라크전은 어떤가. 참여정부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부도덕한 이라크전에 군대를 파견하고자 했을 때 민주노동당은 광범한 정치적·사회적 세력과 연합해서 이를 저지하고자 분투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파견을 둘러싸고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거의 적대적일 정도로 각축했던 두 정당이 통합하려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러한 차이는 두 정당의 대표자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담집을 냈다’고, 국민참여당이 통과의례 차원에서 연석회의 5.31.합의문을 승인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성사된 이후 민주노동당이 스스로의 정책방향들을 견지한다면, 두 정당 간의 ‘정책 차이’로 ‘날이 셀 수도 있는’ 상황, 그래서 통합한 정당이 재분열을 하거나 기능부전의 상황이 출현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 대립되는 정책들을 포기할 수도 있고, 이는 정확히 앞서 언급한대로 그동안 견지하던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길이 된다. 이 경우, 민주노동당을 자유주의정당과 구별시켰던 그 정책들은 ‘역사의 창고’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진보적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통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통합이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기본적 사실 조차도 간과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분명 국가권력을 담지하기 위해, 그리고 집권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집권당이 되기 위해서 진보정당은 자신을 타협적으로 순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변화시켜 대중이 진보정당을 선택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시도는 이런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왜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선거연합을 하는 것과 같은 ‘순리’를 포기하고 역리(逆理)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민주노동당이 물꼬를 튼다면 진보신당 당원들도 더욱 개방적이 될 것이다

넷째, 우리 모두의 바램처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된다면, 우리는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더욱 개방적인 자세로 통합을 다시 검토하게 되고, 진보정당 통합의 무산에 위기의식이 광범위한 만큼 더욱 많은 진보세력들이 통합의 길에 참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지하다시피, 통합진보정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진보신당 9.4 당대회에서 안타깝게도 통합이 부결되었다. 그동안 통합의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정당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양보를 한 것을 우리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만일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한다면 원래 통합진보정당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된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통합안이 2/3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을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강경독자파의 완고한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상징되는 ‘진보정당의 자유주의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이 점에서 만일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해버린다면 통합을 부결시킨 진보신당 대의원들의 결정은 어떤 의미에서 선견지명을 갖는 행동이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통합반대에 표를 던진 진보신당 대의원들이 어떤 의미에서 정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통합을 부결시킨 그 우려가 사실은 기우였음을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럴 때,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도 진보와 민중의 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을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보여준다면, 통합진보정당을 향한 토론이 재점화할 수 있을 것이고, 통합의 불씨를 이어가고자 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외부에 존재하는 통합연대 제안자들과 노동·민중단체들도 통합을 향한 논의에 다시 힘차게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 이후의 분열과 반목을 상상해보라

다섯째, 만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이 성사된다면, 이는 대중운동과 진보진영의 거대한 분열과 반목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진보신당의 9.4 당대회에서 8.28 합의문이 부결된 직후 진보정당 통합의 시대적 과제를 절박하게 느끼는 측에서는 이전의 논의와 합의를 부각시키면서 통합연대 건설을 제안하는 등 통합의 새로운 물꼬를 터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에 반대했던 진보신당 측 인사들은 이런 움직임을 당대회 결정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통합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진보정당 통합운동이 좌절한 그 지점에 바로 이러한 분열과 대립, 연쇄분열이 출현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민주노동당, 새통합연대, 진보신당+사회당으로 연쇄분열해가면서 진보정당의 역사적 자산은 일부는 중도자유주의정당에 흡수되어가고, 일부는 사분오열되어 국민정치의 장에서 진보정당의 자취가 미미해지는 ‘진보의 게토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그동안 진보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가장 중요하게 담지하고 있었던 노동운동의 분열이다.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노총은 내부분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생각할 때,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연합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할 수 는 없다. 노동운동의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최근 한미FTA의 협상과정에서 참여정부 협상주도 인사들이 농산물 시장을 더욱 양보하기로 이면합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이에 농민단체들이 분노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농민운동의 분열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분열과 반복의 소용돌이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적 대중운동 진영, 나아가 진보진영 전체의 분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그나마 자본과 권력의 공세로 엄혹한 현실에 처해 있는 대중운동 및 진보운동의 동력과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이 가결되는 순간, 대중조직과 진보진영의 분열은 불가피하며, 이는 이번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의 역사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귀결될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 진보진영은 반목과 대립, 서로의 충정에 대한 오해와 불신, 그로 인한 연쇄분열이라고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가, 아니면 진보정당 통합운동의 좌초지점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돌파의 계기를 찾아낼 것인가의 분기점에 서 있다.

진보정당사에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만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된다면, 이는 지금까지의 진보정치세력화나 통합진보정당운동과는 전혀 다른 역사적 경로를 예고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역사적 기로에 섰다.

진보정당 통합이 위기에 처하고 있는 만큼, 민주노동당이 이번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을 부결하고, 이에 힘입어 통합의 불씨를 다시 살려 통합이 성취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중들에게 새로운 감동의 정치를 선사하고, 통합진보정당을 대안정당으로 성장·발전시키는 대도약의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와는 달리,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을 가결시키면, 그동안 반공냉전반북의식이 강한 남한의 엄혹한 현실에 저항하면서 진보정당의 큰 흐름을 만들어왔던 민주노동당이 이제 더 이상 진보정당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그 결과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진보정당사에서 지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통합의 불씨를 되살린다는 차원을 넘어 진보정당, 나아가 노동해방·민중해방의 긴 역사적 흐름에서 볼 때 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중차대하다. 이 중차대한 의미를 재인식하면서,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이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려주기를 우리는 무릎 꿇는 심정으로 호소해마지 않는다.

2011.9. 23.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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