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러시아 혁명을 이끈 볼셰비키당은 1백 년 전 1월에 창당했다. 이 당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볼셰비키는 멘셰비키와 결별하면서 탄생했다. 원래 볼셰비키는 멘셰비키와 함께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RSDLP) 내 양대 분파였다.

멘셰비키는 사회주의 정당이란 노동자들 사이의 정치적 차이에 상관 없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당시의 ‘상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볼셰비키의 핵심 지도자인 레닌은 당에 관해 사뭇 다르게 이해했다. 그의 정당 모델은 노동계급 내에는 정치적 양극단 — 혁명적 정치에서 반동적 정치까지 — 이 존재하며 대다수 노동자는 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어떤 노동자들은 인종차별주의적 사고를 가질 수 있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원칙적인 반인종차별주의자일 수 있는 것이다. 레닌은 혁명 조직이 가장 선진적 생각을 가진 노동자들을 결집해야 하며, 그에 바탕을 두고 다른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연대·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의견 대립 문제를 해결하려고 1912년 1월 프라하에서 특별 당대회를 소집했다. 멘셰비키들은 배제됐고 대회는 새로운 중앙위원회를 선출했다. 이 위원회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선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일간지 〈프라우다〉를 창간했다.

이 분열은 10여 년에 걸쳐 발전한 심각한 정치적 차이의 결과였다. 특히, 볼셰비키와 멘셰비키는 1905년 혁명의 실패에서 완전히 다른 결론을 이끌어 냈다.

볼셰비키는 1905년 혁명이 혁명 조직의 필요성을 증명했다고 봤다. 세력균형을 바꾸기 위해 투쟁에 개입하고 노동자들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멘셰비키는 혁명 패배 이후 허용된 협소한 정치 공간에서 활동하고 두마(의회)에 선출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볼셰비키는 합법적 정치 활동의 필요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볼셰비키는 합법적 정치 활동이 비합법 영역의 혁명 활동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볼셰비키는 1905년 등장했던 소비에트(노동자평의회)의 엄청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양기

몇 년 뒤 노동자들의 저항이 뜨겁게 분출하자 볼셰비키와 멘셰비키 사이의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

1912년 4월 레나 광산의 파업 노동자 5백 명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의 노동자들이 크게 분노했다. 곧 시위와 파업 들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이런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은 정치수에 대한 사형과 고문 폐지 등 매우 정치적인 요구를 내걸었다.

멘셰비키식 전략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멘셰비키 의원들이 두마에서 레나 학살에 항의하자 정부 관료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동자들은 빈곤, 착취, 억압에 반발해 자생적으로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1917년 혁명이 성공한 것은 그런 투쟁이 의식적으로 조직됐기 때문이었다.

볼셰비키는 모든 곳에서 가장 능동적인 투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종류의 당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 볼셰비키가 ‘민주적 중앙집중주의’ 정당을 건설한 것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즉, 모든 당원은 당의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개적이고 솔직한 논쟁들에 참가할 수 있고, 논쟁을 통해 어떤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당원이 이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민주적 중앙집중주의 덕분에 볼셰비키 당원들은 자기 경험을 토론에 반영시킬 수 있었고, 당의 전략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는 현장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든 당원이 민주적 결정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혁명 정당은 운동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실수로부터도 더 잘 배울 수 있다.

혁명 정당에서는 모든 당원이 자기 작업장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 모든 당원이 당의 정책을 실천할 의무가 있다.

볼셰비키는 혁명 정당이 노동계급으로부터 배워야 하며 치열한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당이 성장할 수 있음을 이해했다.

혁명 정당의 구실은 완성된 ‘위대한 사상’을 ‘무식한’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 정당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창조한 것들 중 최상의 것을 취해 그것을 확산(일반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볼셰비키들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심지어 1917년 혁명의 와중에도 실수를 범했다. 당시 볼셰비키는 정치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와중에서 혼란을 느꼈다.

자본주의 정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이 민주적인 대안 기관을 건설하기 시작한 ‘이중 권력’ 상황에서 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논쟁들을 벌인 덕분에 볼셰비키 당원들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끊임 없이 정세와 당의 정책과 활동을 평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 혁명의 성공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런 혁명 정당이 없다면, 우리는 역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투들의 성패를 운에 맡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