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의 날

정진희

오늘날 3월 8일은 세계적인 경축일이다. 이제 국제 여성의 날 행사는 다양한 단체들이 치르고, 그 중 주요 여성단체들이 치르는 행사는 여성부의 후원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기업들의 특별 판촉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 여성의 날은 이와는 사뭇 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 여성의 날” ― 러시아 혁명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최초의 국제 여성의 날 행사를 이렇게 불렀다.

첫번째 국제 여성의 날 행사는 1911년에 치렀다. 국제 여성의 날의 원래 명칭은 ‘국제 노동 여성의 날’이었고, 사회주의자들이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조직하고 축하하기 위해 그 필요성을 호소한 데서 시작했다.

국제 여성의 날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인 클라라 체트킨이었다. 그녀는 1908년 혹심한 착취에 맞서 싸운 뉴욕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기 위해 1910년 국제 사회주의 회의에서 3월 8일을 국제 여성의 날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1908년 3월 8일, 수백 명의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뉴욕시에 있는 럿거스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아동 노동과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항의했고, 노조 결성의 자유와 여성의 투표권을 요구했다. 대부분이 이민자였던 그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여성 노동자들은 온 가족이 한 방을 쓰는 혼잡한 셋집에서 힘겹게 살았다. 기업주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그들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실과 바늘에도 돈을 청구했고 심지어 작업용 의자에도 요금을 매겼다.

실과 바늘

여성 노동자들의 분노는 다음 해에 “2만 명의 반란”으로 알려진 13주 연속 파업으로 폭발했다. 이 파업은 미국에서 여성 봉제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이 고조되는 전환점이 됐다. 봉제업 전체에서 노조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대했다.

파업에 참가한 여성들의 전투성은 아주 놀라웠다. 많은 파업 참가자들이 10대였고 일부는 10살밖에 되지 않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깡말랐고 일부는 굶주려 몹시 허약했다. 그러나 그들은 추운 겨울 내내 흙먼지와 눈보라를 맞으며 피켓 대열(파업 사수대) 속에 있었다. 그들은 경찰의 구타와 폭행으로 온몸이 멍들고 피를 흘리면서도 파업을 방어했다.

그 파업을 묘사한 것으로 ‘2만 인의 반란’이라는 노래가 전해져 온다.

1909년 겨울의 암흑 속에서

우리가 피켓 대열에서 추위에 떨고

피흘릴 때

우리는 세상에 보여 줬네 여성들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떨쳐일어나 여성의 힘을 통해 승리했네.

만세! 1909년의 블라우스 제조공들

피켓 대열에 서서

지배자들의 권력을 분쇄하고

갈 길을 제시하고 사슬을 끊으며.

우리는 1910년에 계속 싸운

남성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네

우리 어깨 걸고 헤쳐나가자

국제여성봉제공노조(ILGWU)의

지도를 받으며.

파업 노동자들은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노동계급의 일부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은 평등을 위한 투쟁의 상징이 됐다.

1911년 3월 유럽에서 벌어진 첫번째 국제 여성의 날 시위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여성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도처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소도시뿐 아니라 작은 마을의 회관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독일의 많은 대도시에서 최대 3만 명의 여성이 행진에 참가했다.

이 행진에서 외친 주요 요구는 보통선거권이었다. 당시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당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제한된 투표권을 요구했기 때문에 보통선거권 요구는 매우 중요했다. 사회주의자들은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에 반대해 재산에 관계 없이 모든 성인들이 투표할 수 있는 보통선거권을 요구했다.

국제 여성의 날은 보통선거권과 평등과 연관된 다른 쟁점들을 둘러싼 운동을 통해 국제 노동계급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에서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계급 여성들의 시위는 1915년까지 매년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졌고 전쟁이 발발해 시위가 금지당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국제 여성의 날은 1917년 러시아에서 경축됐다. 1917년 3월 8일(러시아 구력으로 2월 23일)에 벌어진 여성 노동자 시위는 2월 혁명을 촉발했다.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과 함께 “억압받는 사람들의 축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혁명을 통해 여성 해방의 가장 커다란 장을 열었다.

혁명의 결과,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완전한 투표권이 부여됐고 이혼이 자유화됐다. 여성의 노동권이 법제화됐고 남성과 동등한 임금이 지급됐으며 전면적인 유급 출산휴가제가 도입됐다. 공동 식당, 공동 세탁소, 탁아소, 유치원 등 그 동안 여성을 짓눌러 왔던 가사 노동을 사회가 책임지는 조처들이 시행됐다. 이러한 조처들은 당시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나라조차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비극이게도 이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러시아 혁명이 고립된 결과 등장한 스탈린 파 관료가 혁명의 성과를 파괴하면서, 여성 해방의 잠재력도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세기 가장 위대했던 여성 해방 투쟁은 오늘날까지 우리를 고무한다.

도전

여성 해방을 위한 투쟁의 날로서 국제 여성의 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오늘날 여성의 삶은 한 세기 전과 비교하면 크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 여성은 삶의 모든 분야 ― 직장, 입법, 사법, 일상생활 등 ― 에서 차별받고 있고, 이에 대한 도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여성들이 노조로 조직된 곳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성희롱에 맞서 싸우고 임금 인상, 출산 휴가, 육아 휴직, 탁아소 등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만 해도 많은 여성들이 파업과 시위에 참가했다. 일련의 호텔 파업(롯데, 스위스그랜드, 힐튼 등), 병원 파업, 은행 파업(2000년 금융권 총파업과 그 해 말 국민·주택은행 노조 파업, 2003년 조흥은행 노조 파업), 2003년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 투쟁, 그리고 캐디, 학습지, 방송구성작가, 식당 조리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등.

오늘날 세계에서 급진화 물결이 일고 있다. 미국,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반전·반자본주의 시위에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이 참가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는 수많은 여성들의 외침은 초창기 국제 여성의 날이 보여 준 분노와 저항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오는 3·20 이라크 침략 1년 전세계 시위에서, 또 거리와 작업장에서 벌어질 수많은 여성들의 투쟁에서 여성 해방의 싹이 계속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