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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자본주의와 시험에 관한 재미있는 진실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의 저자 버텔 올먼은 시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35년간 교수로 재직한 저자는 시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시험이 아니다. 그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자본주의, 즉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체제가 어떤 건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본주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준다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알려 주겠다고 제안한다.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버텔 올먼 지음, 김한영 옮김, 모멘토, 2백96쪽, 1만 3천 원

이 제안은 학생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것이다. 적당히 어려운 부분은 건너 뛰면서 내가 필요한 시험에 대한 이야기만 보면 되겠거니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다. 저자는 그 때문인지 한 단락씩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배치하면서 쉬이 건너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교묘하게 배치한 저자의 농간에 ‘울며 겨자먹기’로 책을 읽어 나가면 점점 흥미롭게 글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자본주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처럼 복잡하고 어렵지만은 않다. 매우 쉽고 익살스럽게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모순을 하나하나 지적해 나간다. 게다가 중간에 한 단락씩 등장하는 ‘시험 잘 보는 법’ 또한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한다.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했거나, 모르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들을 끄집어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미국 노동자들의 현실이나 자본가들이 감추고 싶어했던 비밀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서 경쟁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 등 풍부한 예들과 함께 심도 깊은 논의로 마르크스주의를 소개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모순과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번갈아 배치되면서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두 글을 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이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시험에 대한 이야기에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같은 얼굴을 한 ‘시험 제도의 모순’이 들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살면서 치르는 수많은 시험의 숨은 본질이 드러나면서 그것이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어한 자본주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불합리한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당신이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말인가?”

자본주의를 생생하면서도 재미있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