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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존 몰리뉴

존 몰리뉴는 《마르크스주의의 진정한 전통은 무엇인가?》(책갈피), 《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 등의 지은이이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발칸반도 등지에서 전쟁을 벌이기 전에도 세계 전역에서 유혈낭자한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알제리·앙골라·콩고·소말리아·르완다·체첸·아제르바이잔, 기타 등등.

사실,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면 전 세계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 단연 두드러진 것은 제1·2차세계대전이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각각 1천6백만 명과 5천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914년 이전에도 보어전쟁, 러일전쟁, 발칸전쟁, 쿠바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스페인 전쟁과 많은 식민지 전쟁들이 있었다.

양차 대전 사이에 러시아 내전(열강의 간섭 전쟁), 중일전쟁, 이탈리아의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 침략,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 스페인 내전 등이 있었다.

1945년 이후의 유력한 흐름은 냉전이었다. 그러나 한반도, 말레이시아, 아덴, 그리스, 쿠바, 과테말라, 베트남, 캄보디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비아프라[1967년 5월 나이지리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포한 서아프리카 국가. 1970년 1월 독립 국가의 주권을 상실했다], 아일랜드,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수많은 국지전이 벌어졌다. 목록은 거의 끝이 없다.

전쟁을 시작할 때마다 지도자들은 평화, 안보,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날 때 평화는 다음 전쟁 때까지 휴지기일 뿐임이 밝혀진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부시와 블레어가 이라크 점령에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토록 많은 생명을 파괴하고 인간적 자원을 엄청나게 낭비하는 전쟁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천 년의 역사와 수백 년의 이른바 서양 문명과 계몽주의에도 왜 우리는 여전히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오히려 전보다 더 끔찍한 전쟁이 더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 본성 탓이라고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체념이나 심지어 전쟁 정당화로 연결될 뿐,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 또한 잘못된 설명이기도 하다. 그것은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수백만 년 동안 전쟁 없이 살았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또, 왜 세계 일부 지역(예컨대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된 반면 중동 같은 다른 지역들은 충돌의 온상인지도 설명할 수 없다.

민중 봉기를 제외하면,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민중”이 아니라 정부와 국가다. 정반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직감·정서·이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자국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그 국가를 통제하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지배권

현대 세계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 체제, 즉 자본주의 내부에는 전쟁으로 치닫는 경향이 붙박이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경쟁적 착취 체제다. 착취―소수가 압도 다수 노동자들로부터 날마다 부(富)를 쥐어짜내는 것―자체가 격렬하고 끊임없는 충돌을 낳는다.

이런 충돌을 봉쇄하고 억압하기 위해 착취자들, 부자들은 사회 위에 군림하는 국가 기구들―무장한 인간들―, 즉 군대, 감옥, 경찰 등등의 특별 기구들을 만들어 낸다.

이런 국가는 자국민을 통제할 뿐 아니라 영토, 무역, 자원 등등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국가나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능력도 있다. 그 때문에 전쟁의 역사는 곧 착취의 역사였다. .

대략 5백 년 전 자본주의가 등장하자 이것은 더욱 강화됐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모두 다른 기업과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이런 경쟁이 체제 전체를 관통한다. 구멍가게는 구멍가게끼리 경쟁하고, 백화점은 다른 백화점과, 섬유회사는 다른 섬유회사와 경쟁한다.

결국, 경쟁은 자본 축적 경쟁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토지, 원료, 노동력, 시장, 기타 이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차지하기 위한 투쟁도 포함된다.

이런 경쟁 압력 때문에 자본주의는 그 전 어떤 경제 체제(예컨대 봉건제)보다 더 역동적일 뿐 아니라 더 파괴적이고 더 위험하기도 하다.

자본주의 나라들 내에서는 국가가 노동자들을 억압할 뿐 아니라, 일반으로 말해 자본주의 기업들 간의 경쟁이 합법적·비폭력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구실도 한다.

그러나 경쟁은 사라지지 않으며 국가를 통해 국제적으로 재연돼 거듭거듭 전쟁으로 이어진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영국 국가는 인도, 캐나다, 서인도제도, 마침내 유럽을 지배하기 위해 프랑스와 잇따라 전쟁을 벌였다.

산업혁명에 성공하고 이런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영국은 19세기에 사상 최대의 제국을 거느린 세계 지배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의 끔찍한 전쟁들은 단순히 자본주의 일반의 산물이 아니라 제국주의라는 19세기 말에 시작된 특정 단계의 자본주의의 산물이었다.

19세기 말에 자본주의 공업은 유럽의 모든 주요 열강으로 확산됐고 중소기업들 간의 경쟁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독점자본들 간의 경쟁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주요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을 정복하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대들이 변변찮은 무기를 가진 “원주민들”을 학살한 식민지 전쟁들이 잇따랐다.

그러나 그것은 또 여태껏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 전쟁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세계가 이미 분할돼 있었으므로 유럽 국가들 간의 경제적·군사적 세력 관계 변화가 곧바로 세계 재분할 투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독일이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럽의 주요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독일은 1870년에야 통일 국가가 됐으므로, 19세기에 진행된 식민지 쟁탈전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독일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또는 중동부 유럽에서 독일의 “정당한” 몫을 차지하기로 결심했다. 영국·프랑스·러시아는 이를 저지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제1차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피바다의 진정한 원인이었다. 유럽의 지배계급들은 식민지와 이윤을 위해 자국 노동자들과 청년들을 [전쟁터로] 보내 서로 수백만 명을 죽이게 했다.

제2차세계대전은 근본적으로 제1차세계대전의 연속이었다. 영국 정부가 전쟁을 벌인 이유는 파시즘에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국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전쟁에 뛰어든 것은 프랑스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태평양에서 일본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독일의 도전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전쟁들도 근본적으로 똑같은 제국주의적 이윤·정복 드라이브에서 비롯한 것이다. 물론 그 상황은 다르다. 1989∼91년 소련의 붕괴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 때 미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세계의 주요 산유국들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미국 국가에게 2001년 9월 11일은 또 다른 “기회의 창”이었다. 그 덕분에 부통령 딕 체니,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그의 부관 폴 월포위츠, 기타 주변 인물들은 이런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확신했다.

그들의 목표는 이라크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얻고,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며, 어떤 국가도 미국의 권력을 무시하거나 앞으로 그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상황을 그토록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지배자들은 언제나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유럽에서 미국의 주요 대리인으로 행세해 왔다.

그러나 중동과 세계 다른 지역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을 주도하고 싶어하는 프랑스나 독일도, 러시아나 중국(경제 대국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도 미국 자본 앞에 순순히 무릎꿇지 않는다.

미래의 충돌 가능성은 끔찍하며,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평화로운 세계, B-52 폭격기·집속탄·핵전쟁 위험이 없는 세계를 원한다면 이 전쟁에 있는 힘껏 저항해야 함과 동시에, 그 본성상 전쟁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는 운동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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