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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권이양” 사기극

이라크 “주권이양” 사기극

날짜도 못 지킨 저들만의 썰렁한 축제

축 하 불꽃놀이도, 카퍼레이드도 없었다. 총 참가자 수는 30여 명, 그 중 대다수는 서너 번씩 몸수색을 당한 기자들이었다. 회의실 안에는 축하 풍선이나 현수막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이렇듯 날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이틀 일찍 열린 ‘주권 이양’식은 속된 말로 매우 썰렁했다.
연합군정청장(사실상 식민지 총독)이었던 폴 브레머는 ‘이양식’이 끝나자마자 군 수송기에 몸을 싣고 떠났다. 테러를 당할까 봐 두려워한 이 ‘대 테러 전문가’는 사설 경비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덕분에 사진 기자들은 이 패장(敗將)의 떠나는 모습을 온전히 찍을 수 없었다.
총독이 꼬리를 내리고 떠난 마당에 총독부의 다른 관리들도 심정이 말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1975년 베트남전 패배와 함께 사이공의 미 대사관으로부터 철수하던 때와 비교했다.
성대해야 할 ‘새 이라크’ 출범식이 이처럼 처량하게 된 것은 저항 세력의 가공할 만한 공격 때문이었다. 6월 24일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이라크 경찰과 임시정부 인사를 상대로 한 동시다발 공격이 발생했다. 1백여 명 이상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불안정한 상황은 주말까지 이어졌다. 바그다드에서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주권 이양식을 피해 요르단으로 대피했다. 일요일에는 미군에 협력하고 있는 정당과 단체의 건물들이 폭파됐다.
6월 30일에 폭죽 대신 폭탄 세례를 받을 것이 분명해지자 미국은 부랴부랴 날짜를 앞당겼다. ‘새 이라크’는 점령자와 부역자의 정치적 후퇴와 함께 시작했다.

허풍

그러나 조지 W 부시는 특유의 역겨운 허풍으로 일관했다. 그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인들은 자기 나라를 되찾았다”고 말한 뒤 “자유가 지배하게 하라”는 친필 메모를 작성해서 보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과 임시정부 인사들은 주권 이양이 진실이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착각을 조성하려 노력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러한 선전을 그대로 보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라크 경찰과 이라크 방위군이 미군과 독립적으로 첫 순찰을 하는 순간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총리 알라위는 “이라크인으로 구성된 군이 각 도시를 정찰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이 정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다음 단계는 후세인 심리였다. 미국은 임시정부가 이 과정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역시 알라위는 “후세인 추종자들[저항 세력]”이 후세인이 재판받는 모습을 보면 “광명을 본 죄인”처럼 잘못을 뉘우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과 꼭두각시 정부는 이러한 ‘주권 이양’의 증거 앞에서 저항 세력의 공격이 주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주권 이양’ 전 하루 평균 40여 회에 달했던 공격 횟수가 20여 회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주 협소한 지역의 치안이 이라크 군에게 넘어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권 이양’에 앞서 미국은 앞으로 몇 년 간 이라크에 들어설 모든 정부의 주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포고령 수십 개를 통과시켰다. 일례로 이라크 정부의 모든 부서에는 미국이 임명한 감찰관(임기 5년)이 배치될 것이다.
후세인 재판도 이라크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다. 후세인 신병은 계속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 미국은 심리 전 미국인 법률 전문가를 이라크로 파견해서 임시정부에 지침을 내렸다. 법정의 ‘방청객들’은 사실 사복을 입은 미군들이었다. 미국 관리들은 심리를 취재한 기자들의 녹화 테이프를 압수하고 대신 자신들이 검열한 녹화 테이프를 배포했다. 이라크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한 서방 기자는 후세인 정권 이후 처음 당한 검열이라고 분노했다.

줄타기

미군과 꼭두각시 정부에 대한 공격이 주춤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하루 평균 공격 횟수가 준 시기는 6월 28∼29일 이틀뿐이었다. 바그다드의 한 고위 미군은 ‘주권 이양’ 이후 공격 횟수가 35∼45회로 다시 늘었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미군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한 미군 장교는 “7월 15일은 6월 15일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고, 8월 15일도 5월 15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재 이라크 상황에서 꼭두각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임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군 주둔을 계속 지지하면서도 이라크인들의 눈에 꼭두각시로 보이지 않아야 하고, 저항 세력을 공격하면서도 알-사드르 등 그 중 가장 중요한 인자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렇게 서로 모순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임시정부가 처한 곤경을 잘 보여 준다. 미국과 이라크인들과 저항 세력이 동시에 가하는 압박 아래서 임시정부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방법이 없다. 임시정부의 줄타기는 오락가락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미국 지배자들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인들과 저항 세력을 계속 탄압할 것이고, 미군이 주된 집행자가 될 것이다. 점령과 꼭두각시 정부에 저항하는 이라크 저항 세력의 투쟁과 국제 반전 운동의 정당성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

곤경에 처한 미군

미국 정부와 임시정부의 소망과는 달리 7월 6일 미국 회계감사원은 “이라크 경찰과 군은 다국적 군으로부터 치안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이라크화’는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화’처럼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게 문제는 단순히 이라크 경찰과 군의 규모나 훈련 수준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이들의 충성심이 전혀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군은 이들이 목적의식이 없고, 4월에 나자프에서처럼 같은 이라크인들과 싸우기보다는 도망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와 이라크 임시정부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병력은 미군 뿐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공세를 주도한 것은 미군이었다. 미군은 평화협정을 깨고 지난 3주 동안 팔루자를 5번이나 공습해서 1백여 명 이상을 죽였다. 최근에 바쿠바에서의 격전도 미군 아파치 헬기가 무차별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시작했다.
그러나 이라크 내 미군은 대규모 공세를 이어 가기에 점점 부적합한 상태로 변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모두 미군 병사들이 장기 주둔 때문에 심각한 사기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최근에 미국 정부가 5천6백 명의 대기 예비역을 다시 소집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 무리수를 두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듯하다. 같은 조처가 취해진 마지막 시기는 베트남전 때였다.
이라크 전이 미군에 미칠 영향은 장기적일 것이다. 이미 이라크에 복무했다 귀환한 미군 중 16퍼센트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군사전문가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라크 상황이 완전히 엉망이고 육군이 어리석은 작전으로 병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사병·하사관·장교 들이 넌더리가 나서 군대를 떠날 것이고, 우리는 이라크에서 미군이 거둔 형편없는 성과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중동에서의 또 다른 전쟁에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점령에 저항하는 투쟁은 전진하고 있다

최근 언론들은 미국과 임시정부의 선전에 따라 저항세력의 공격 뒤에 알­자르카위나 외국 테러리스트들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총리 알라위는 “다른 나라에서 온 테러리스트·용병들은 이라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지난 1년 동안 전체 구금자 중 외국인들은 2퍼센트뿐이었다며 이런 주장이 잘못됐다고 논박했다. 더구나 미군과 꼭두각시 정부는 실제로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저항 세력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14만 명이나 되는 미군이야말로 가장 많은 외국인 테러리스트 아닌가?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주고 고용한 수만 명의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이야말로 용병 아닌가?
이른바 경비업체 직원들은 총을 들고 시내를 누비고 다니면서 행패를 부리고 무고한 이라크인들을 사살하고 있다. 당장 떠나야 할 자들은 바로 이 자들이다.
하지만 외국인 무자헤딘, 특히 그 중에서도 알-자르카위의 지휘를 받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나 투쟁 방식에 대해서 저항 세력 내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저항 세력 지도자들은 자르카위가 저항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올바르게 보고 있다. 닉 버그와 김선일 씨 참수, 기타 이라크 민간인에 대한 공격 이후 이러한 이견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항 집단 간에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것은 성장하는 모든 투쟁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물론 이 방식이 항상 적절하지는 않았다. 어떤 단체는 자르카위가 당장 떠나지 않으면 미군 대신 암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것 자체는 전혀 재앙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투쟁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점령군을 몰아낸다’는 대전제에 기초한 전술적 동맹 관계는 여전히 유지·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저항은 팔루자와 사드르시(市)를 벗어나서 지리적으로 더욱 확대됐다.
미군과 이라크 치안병력은 바쿠바의 통제권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마라에서는 내무부 장관이 속한 정당인 독립이라크연합의 청사, 그의 보좌관 집, 시장 집, 경찰 청사, 전(前) 바트당 지역 본부 등이 폭파됐고, 경찰은 저항 세력과 전투하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쳤다. 한 이라크 관리는 임시정부에 협조하는 시의 슈라파(엘리트)들이 모두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저항 때문에 미국과 임시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은 줄어들고 있다. 여전히 이라크 저항 세력은 미국과 꼭두각시 정부의 점령 계획을 파탄시키는 데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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