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앞에 굴복한 인천 진보교육감: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직위해제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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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출신이면서 인천의 첫 진보교육감인 이청연 교육감이 실망스럽게도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공안 탄압에 굴복했다. 교육부가 국가보안법 재판 중인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윈장을 비롯해 전교조 교사 4인을 직위해제하라며 인천교육청을 압박하자, 이에 무릎 꿇은 것이다. 결국 교사 4명은 4월 22일 자로 자신이 지지했던 진보교육감 명의로 된 직위해제 처분 통보서를 받아, 학교로 출근을 못 하게 됐다.
교육부는 국가보안법 재판 1심 유죄 판결을 명분 삼아 인천교육청에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자체가 악법인데다가, 지난 2년의 재판조차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에 불과했다. 1심 재판부는 ‘이적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혐의는 검찰이 스스로 철회했다.
심지어 재판부가 ‘이적 표현물 소지’로 문제 삼은 북한 어린이책조차 정부의 허가 하에 한국교총과 함께 방북했을 때 구입한 것으로 별 무리 없이 검열을 통과한 것이었다. 이처럼 검찰 수사와 재판부 판결은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의 ‘종북’ 몰이에 발 맞춘” 것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진보 단체를 이적 단체로 기소한 첫 사례였다. 당시(2013년 초)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 시도를 본격화했는데, 이때 전교조 교사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눈엣가시
최근 1심 재판부 판결과 교육부의 압력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고,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부상하고, 민주노총이 4.24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게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과 민주노총 4.24 총파업의 최선두에 있는 전교조는 당연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는 이런 기회를 통해 진보교육감을 길들이고, 신자유주의 교육 반대와 참교육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려 했을 것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시험대”(이청연 교육감 페이스북에 올라온 전교조 인천 조합원의 항의 글)를 이용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청연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제 구실을 다 하고자 했다면, 교육부의 부당한 강요를 단호히 거부해야 마땅했다. 이청연 교육감 자신이 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직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난해 교육감 선거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퇴진 선언 교사 징계를 반대하며 “정부는 교사들이 무슨 일만 했다하면 '징계하겠다'는 식으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데 이건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서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 당시 조합원들을 징계의 희생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것을 아직 생생히 기억”(다른 인천 조합원의 페이스북 항의 글)하는 이들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청연 교육감의 분명한 태도를 기대했다.
인천교육청은, 교육부가 직접 교사들을 직위해제하고 이청연 교육감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여기에는 교사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현실적으로 막지 못하는데 진보교육감마저 잃는 것은 손해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직위해제를 누가 하는지도 중요하다. 교육부가 직위해제를 하더라도, 진보교육감은 우리와 함께 싸워줘야 한다.”(최정민 전교조 인천지부장)
이전에 교육부 명령을 거부했던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2년 교육부가 경기교육감을 상대로 직무이행명령을 내렸을 때 경기교육감은 ‘직무이행명령 취소청구 소송’과 함께 이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결정신청’도 대법원에 제출했”던 적이 있다(또다른 인천 조합원의 페이스북 항의 글). 이청연 교육감이 이른바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교사들을 직위해제한 것은 “교육의 기본은 학교 현장에 있다고 [했던 교육감이]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다(인천의 한 학부모).
불만
이미 이청연 교육감은 자사고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식비 요구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묵살한 바 있다. 그래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진보교육감이 보수교육감과 무엇이 다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노동자 연대〉는 진보교육감이 자신을 뽑아 준 사람들을 저버리고 타협적이거나 실용주의적 행보를 보인다면, 공개적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되고 전교조가 교육감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행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때보다 이청연 교육감의 후퇴에 맞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 인천지부가 이청연 교육감의 후퇴가 확실시 됐을 때 더 일찍, 더 많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행동을 조직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전교조와 인천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교사 4명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4월 23일에는 ‘부당 직위해제 규탄 및 원직 복직 염원 인천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원직복직 대책위원회 결성’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자연대 인천지회 회원들도 직위해제 철회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