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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비정규직노동단체 공동 성명:
폭력사태 가해자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라!

다음은 전국 13개 비정규직노동단체들이 이경훈 현대차지부 집행부의 울산 지역 총파업 실천단장 폭행을 규탄하며 4월 29일에 발표한 공동 성명이다.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당일 울산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연단에 올라 발언하던 총파업승리 지역실천단장이 집단 린치당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가해자는 현대차지부 상집 간부들이다. 이날의 사건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성장한 민주노조운동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노조 권력을 어떻게 사유화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더 낮은 곳에서부터 함께 더불어 세상을 바꾸는 전망일랑 내팽개친 채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노동운동과 진작에 절연했음을 다시 한 번 확증해 주었다.

허수영 단장의 당일 발언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인신 공격을 한 것도 아니고 이경훈 지부장의 실질적인 파업 철회를 비판하며 노조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것뿐이다.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은 민주적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만큼 현대차지부는 다수의 결정에 따라야 했음에도 지부장의 독단에 의해 파업 참여가 철회됐다.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극에 달한 때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 80만 조직의 가장 무거운 결정이 우스꽝스럽게 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이성적인 쓴소리는 자연스럽고 오히려 약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는 자기 반성의 기회조차 폭력으로 날려 버리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태로 일관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적 행태를 규탄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4.24 총파업을 결행했다. 이번 총파업의 구체적 목표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등으로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이 2~3%대에 불과한 한국의 현실에서 조직노동이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단결하는 것은 같은 노동자로서 절박하고 당연한 의무이다. 따라서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의 목표는 하후상박의 연대 정신에 비춰서도 합당한 목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4.24 총파업이 있기 전 주말,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발생한 경찰폭력에 저항하고, 도망치듯이 해외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보여 주기 위해서도 총파업은 중요했다. 현 정세에서 총파업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가 각별했던 만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금융노조도 연대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노총을 대표하는 현대차지부가 보수언론에 총파업 반대 빌미를 강력하게 제공하며 파업 파괴 세력으로 재 뿌리기를 하다니, 노조로서 기본조차 저버린 꼴이다.

현대차지부는 조합원 과반 이상의 총파업 찬성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총파업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부장의 독단으로 확대간부 파업을 결정했다. 사실상 총파업에 불참한 것이다. 결국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는 민주노총 총파업 울산대회에 참여하는 시늉만 벌이다 상집 간부들이 폭력 사태 가해자로 돌변한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전 2010년 사내하청 노조 파업 당시에도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민주노조는 고사하고 일반 시민의 상식과 도덕적 규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행태를 수차례 보여 온 것이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른 현대차지부의 모습을 목도하면서 노동운동의 근본 목적을 다시 돌이켜본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전쟁반대를 통한 평화 실현 등을 위한 숭고하고 원대한 포부와 전망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좋은 세상을 염원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각과 단결로부터 태동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인간다운 공동체로 뒤바꿀 유일하고 강력한 변혁세력으로 자임해 온 노동운동의 정체성과 고유의 목표는 지금 가뭇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번 이경훈 집행부의 폭력 만행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전국의 비정규직노동단체들은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 개선과 해결에 조직노동의 건강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발생한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개탄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현대차지부는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피해자와 민주노총 조합원, 함께 연대한 수많은 연대 단위들에게 사과하라. 둘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이경훈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라. 셋째, 현대차지부 내 건강한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에 대한 조직적 해결에 앞장서달라. 넷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폭력 사태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

이번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의 폭력 행위는 현대차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버섯처럼 퍼진 기업별노조주의와 경제주의, 방향을 잃은 산별노조운동, 노조권력의 사유화, 운동 전망의 상실이 복합돼 발생한 예고된 사태였다. 한국 사회를 인간다운 공동체로 뒤바꿀 가장 중요한 변혁세력이자 자주적인 노동자계급 운동으로서 역사적으로 공인받은 민주노조운동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일개 지부장의 독단과 오판으로 그르칠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이번 사태를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도 이는 비껴갈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다. 지극한 마음으로 민주노조운동을 되살릴 결단과 실천이 절박하다. 우리도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15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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