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총파업 울산대회 현대차 집행부의 폭행 사건:
울산 전국회의의 자가당착과 양비론 — ‘닥치고 연대’나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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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자전국회의 울산지부(이하 울산 전국회의)는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울산대회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벌인 폭행 사태에 대한 성명을 냈다. 전국회의 자체는 공개적으로는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 성명에서 울산 전국회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에] ... 책임져야 할 사람은 현대차지부장과 지역실천단장, 울산지역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말로 한 비판에 주먹으로 응답받은 피해자인데도 지역실천단장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 전국회의는 민주노조 운동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폭행 사태의 본질을 흐리겠다는 것인가? 이런 물타기 식 양비론은 폭행 당사자인 이경훈 집행부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다.
이경훈 집행부가 현대차노조 안팎에서 비판받은 것은 무엇보다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 문제를 외면하고 조합원들의 결정을 어기는 4.24 파업 불참 결정을 한 것 때문이다. 그런데도 울산 전국회의는 양비론을 정당화하려고 “조합원 대중의 눈으로 사건의 본질을 보자”고 한다. 도대체 울산 전국회의가 준거 집단으로 삼는 ‘조합원들’은 얼마나 후진적이길래 민주노조 운동 집회 현장의 공공연한 폭행 사태를 눙치는가? 오히려 이것은 “조합원 대중의 눈”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4.24 총파업은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공세에 맞서자는 한상균 팀이 최초의 직선제로 선출되면서 조직하기 시작한 것이다. 총파업은 선대본의 최대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에 따라 총파업 지침을 내렸다.
게다가 이 총파업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가 사활을 걸고 저지해야 할 것들에 선제적으로 맞서자는 것이었다 ― 노동시장 개악, 공무원연금 개악,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세월호 정부 시행령(안) 폐기 등. 물론 이런 것들이 상징적인 하루 파업으로 해결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앞으로 이어질 투쟁 과정을 위한 발판으로서 4.24 하루 총파업이 성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오히려 파업을 파괴했다. 비민주적으로 조합원의 총의를 무시하면서 말이다. 급기야는 이도 모자라 우파 언론에 “억지 파업”이라는 비난 인터뷰까지 했다. 아주 질이 나쁜 파업 파괴자인 것이다. 과거 같으면 파업 파괴자가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 자리를 꿰차고 똬리를 틀 여지는 없었다.
물론 울산 전국회의가 이경훈 집행부의 파업 배신까지 변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 전국회의의 입장에서 봐도 이런 파업 배신을 비판한 허수영 단장의 발언이 사과해야 할 성질의 것인가? 더구나 왜 폭행 피해자인 사람이 사과해야 하는가? 이런 자가당착 논리가 어디 있는가.
지역실천단장은 파업 철회를 비판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에 대해 울산 전국회의는 “지역실천단은 총파업을 지지하고 엄호하며, 적극적인 연대 강화”를 위한 것이므로, “실천단 대표의 발언은 실천단 결성 취지에도 안 맞고 대표 자격으로서도 매우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고 비판한다. “책임을 묻는 것은 일차적으로 현대차 조합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허수영 실천단장의 비판 발언이 있기 전에 이미 실제로 현대차 조합원들에게서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표출됐다.
이경훈 지부장의 파업 결정 뒤집기에 현대차노조 9곳의 사업부 대표 중 7명이 반대했다. 4공장에선 파업 불참을 비판하는 현장위원 연서명이 돌았고, 울산 전국회의의 회원들을 포함해 현장 활동가 조직 4곳은 4월 23일과 24일 현대차지부 사무실 앞 항의 집회를 열었다.(이 점에서도 울산 전국회의의 입장은 자가당착이다.)
총파업의 성공적인 조직과 승리를 위해 헌신해 온 지역의 단체와 활동가들이 총파업에 ‘복무’(금속 대대 결정문의 용어) 하자는 조합원들의 편을 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울산 전국회의는 폭행 사건이 현대차지부 집회나 회의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은 현대차지부 집회가 아니라 울산 노동단체들과 그 지지자들이 모인 대중 집회의 연단이었다. 게다가 목격자가 수천 명이나 되는 형사사건인 것이다.
지역의 연대 단체들은 ‘닥치고 연대’나 하라는 것인가? “조합원 대중의 눈으로 보”더라도 도대체 어떤 노조의 조합원들이 자기네 집행부가 비폭력적 개인을 구타한 행위를 정당화할 것인가.
단결해 싸우자는 노력에 초를 친 일에 그저 ‘닥치고 연대’해서 이뤄지는 “총단결 정신”은 무엇인가? 말로 한 비판에 폭행으로 응답한 현대차지부 집행부에게 양비론으로 어설프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총단결 정신”일 리는 없지 않은가.
울산 전국회의의 주장과 달리,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지지해 연대 활동을 적극 벌여 온 지역실천단장에게는 이경훈 지부장의 사보타지 행위를 비판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리고 총파업 승리 실천단은 총파업 성공을 위해 연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민주노총의 공식 방침으로 꾸려진 것이다. 민주노총의 일종의 비공식적·한시적 산하단체인 셈이다.
지역실천단은 비록 편의상 현장실천단과 구분됐지만, 기간 내내 파업 건설에 헌신적으로 기여해 왔다. 현대차지부처럼 규모가 크고 중요한 사업장이나 반대로 노조가 약한 곳에서도 조합원들과 함께 공동으로 파업 동참과 지지를 호소하고 조직했다.
당연히 이 과정은 말과 글로 노동자들의 여론에 개입하는 것이다. 만일 파업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치자. 파업 승리를 위해 충심으로 연대하는 단체나 활동가라면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런 정치적 책임을 회피해야 하는가?
따라서 민주노총 총파업의 지역실천단장으로서 파업 파괴 행위를 비판한 것은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설령 민주노총 공식 실천단이 아니라 해도 단결에 해로운 행위에 침묵하는 것은 효과적인 연대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뿐 아니라 울산 전국회의와 관계가 밀접한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도 당일 집회 현장에서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했다.
관료적 봉합은 단결이 아니라 비민주적 억압일 뿐
결국, 조합원이 아니므로 연대 단체는 그저 묵묵히 지지만 하라는 울산 전국회의의 결론은 연대 단체들에게 개량주의적 지도자들의 들러리 구실만 하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투쟁의 진로를 놓고 견해 차이가 있고 심지어 투쟁에 대한 사보타지 행위가 있는데도 비판을 삼가야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변이다. 운동 참여자들 사이의 토론과 논쟁을 분열로 치부하는 전형적인 관료적 발상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 모든 논쟁을 알 권리가 있고, 자신이 그 안에서 자주적으로 판단할 자격과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울산 전국회의는 자신들이 노조 집행부가 됐을 때도 이견과 비판들을 억누를 것인지, 관료적 통제를 위해 심지어 폭력도 용인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울산에서 지역실천단을 함께했던 단체 9곳은 공동 성명을 내어 “민주노조운동 역사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공식적인 파업 집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것”으로 규정하고, ‘이경훈지부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 폭행 가담자 징계’를 요구했다.
민주노조 운동은 그 태생부터 치열하고 격의 없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는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전통으로 삼아 왔다. 이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민주적으로 결정한 것을 지도자가 제 마음대로 어기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맏형 조직의 지도자가 단결해 싸우자는 조합원들의 민주적 결정을 어기며 배반한 것이야말로 반민주적 행태다. 이경훈 집행부야말로 파업 파괴로, 또 정당한 비판에 주먹 테러로 잇달아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이런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징계할 수 있어야 울산 전국회의가 입으로 강조하는 ‘투쟁하는 노동계급의 총단결 정신’이 고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