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근혜의 강원대 방문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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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박근혜가 강원권 창조혁신경제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강원대학교를 방문했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대통령 방문 이틀 전까지 정확한 날짜가 알려지지 않았다.
방문 이틀전에야 방문 날짜를 알게된 노동자연대 강원충북모임 학생 회원들은 다른 진보 단체들과 연대 행동을 제안하고 성명서를 내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행동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염원인 진실규명 요구를 뿌리치고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으려는 특별법 시행령을 강행처리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박근혜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항의 행동을 하고자 했다.
행동 개시 하루 전, 학교 커뮤니티에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한 성명서에 강원대학교 학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이런 돌출행동 때문에 학교 이미지가 손상될까 두렵다", "대통령이 온다는데 이러한 원색적인 비난 성명을 내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왜 대통령에게 묻느냐"는 등의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학생들은 "일부 과격해 보이는 표현이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라고 무비판적으로 대해서 되느냐",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청해진 해운의 잘못도 일부 있지만 더 큰 잘못은 안전규제를 소홀히 하고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등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 당일에는 타 진보 단체들의 사정으로 강원충북모임 학생 회원들만이 박근혜의 방문에 항의하는 행동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빠르게 대자보를 부착하고 리플릿을 반포하며 박근혜 방문에 항의하는 우리의 입장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리플릿을 반포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과정에서 경찰들은 우리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동을 감시했다. 이에 우리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별다른 불상사 없이 박근혜가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을 위해 방문하게 될 건물 근처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삼엄한
박근혜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는 "시행령을 폐기하라", "청년실업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팻말을 높이 들어 항의시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러명의 경찰들과 청와대 경호팀 그리고 학교 직원들이 달려들어 우리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과 경호원들은 우리의 피켓을 파손하고 끝까지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 등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또한 인근 건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 경찰로 둘러싸고 감시하는 무자비한 행태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정부가 대통령 한 사람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움직이는 걸 보며 일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경찰들은 우리의 항의 행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힘썼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박근혜에 맞서고 세월호 유가족과 노동자들과의 연대에 앞장설 것이다.
아래는 박근혜 방문에 대한 항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원대학교에 붙인 대자보 전문이다.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고 청년들의 미래를 공격하는 부패한 박근혜의 강원대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박근혜가 강원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강원대학교에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가 한 일들을 보면 박근혜의 강원대학교 방문을 결코 환영할 수 없다.
박근혜가 지난 2년 여 동안 저지른 악행은 너무나 많아서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박근혜가 강원대 캠퍼스에 발을 딛는다니, 가장 먼저 참사 1년이 넘도록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 분노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박근혜는 세월호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바다 속에 수장시킨 책임이 있다. 박근혜는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밀어붙이며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청해진해운 같은 기업들이 안전에 연연하지 않고 배를 무리하게 출항하고 과적할 수 있게 해줬다. 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구조를 방기했고, 사고 후 7시간만에 모습을 나타낸 박근혜는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구조가 어려웠냐’며 분통터지는 얘기를 늘어놓으며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시금 후벼팠다.
심지어 박근혜는 참사 1년 동안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멈추지 않으며 제 2, 제 3의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내려 하고,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을 탄압해 왔다. 얼마 전 박근혜는 유가족과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반대를 억누르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정당한 항의에는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동원해 폭력을 휘둘렀다. 유가족들이 투쟁에 나서자 박근혜는 배·보상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해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금전적 이익을 바라고 정부에게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토록 유가족을 모욕하는 박근혜가 강원대에 오는 것은 진실을 밝히고자 추모 집회에 참가하고,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며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 하는 많은 강원대 학생들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실을 은폐하는 박근혜는 부패하고 정당성도 없다. 얼마 전 터진 ‘성완종 리스트’는 이 정부가 뿌리부터 부패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근혜는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체이탈을 시전하며 자신이 사안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현직 비서실장이 모두 명단에 올라 있고, 명단에 있는 대부분이 대선과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선거 캠프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직책을 맡았던 자들이다. 박근혜 본인도 성완종이 경영하던 기업인 경남기업으로부터 성북동 집을 무상으로 받았고,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건설한 랜드마크 72에서 박근혜 한복쇼를 개최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때부터 온갖 부정·부패 추문에 휩싸인 박근혜에게 남은 정당성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이렇게 부패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부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박근혜는 올해 초부터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정규직에게 청년실업의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해고를 쉽게 하며, 임금을 깎는 개악이다. 오히려 청년들이 취직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공격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인 것이다. 박근혜는 청년들에게는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 “눈높이를 낮추라”며 대책 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가 대학생들에게 약속한 반값등록금 공약은 어디가고 국공립대 재정회계법이 통과돼 태생 자체가 불법인 기성회비가 아예 등록금에 포함되게 만들었다. 대학구조조정 계획을 밀어붙여 소위 ‘돈 되는, 취업 잘되는’ 학과 중심으로 위계화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가 강원대에 오는 것을 환영할 수 없다. 나는 강원대 학생으로서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고, 대학생과 청년들의 미래를 공격하는 부패한 박근혜가 강원대에 방문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분노스럽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이 박근혜의 악행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 5월 10일
박규경(노동자연대 강원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