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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결식 아동의 점심을 빼앗는 교육예산 사기극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이 개정안 덕분에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교조에 따르면,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은 오히려 지금보다 2조 8천억 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교원의 임금과 필요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증액교부금을 없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육예산안에 따라, 서울시는 저소득층 학생 중식지원비를 28퍼센트(76억 원)나 줄였다. 그리곤 한술 더 떠 “서울 시내에 밥을 굶는 아이가 몇 명입니까? 단언하건대 한 명도 없”다(서울시 교육청 예산관계 담당자)며, 예산에 현실을 끼워 맞추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서울시 스스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결식아동이 5천3백33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30만 명이 넘는데 말이다.
지난 7월 발표된 ‘빈곤대물림 차단을 위한 희망 투자 전략’은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비 지원을 2천 원에서 2천5백 원으로 늘렸지만, 정부의 교육예산편성은 결식아동의 점심을 빼앗아가는 꼴이 됐다.
현재 교육재정은 GDP 대비 4.28퍼센트이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교육 관련 예산을 GDP 대비 6퍼센트 수준으로 확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005년 교육예산은 전년 대비 고작 5.7퍼센트 증가했을 뿐이다. 반면, 국방예산은 9.9퍼센트(1조 9천억 원)나 증가했다.
내년 국방예산 중 전력 극대화 비용 7조 원이면 교육재정 GDP 대비 6퍼센트 확충이 충분히 가능하다. 용산기지 이전 비용 중 1천억 원과 파병비용 1천6백억 원 정도면 전국 30만 결식아동에게 약 1년간 점심을 제공할 수 있다.
군비 증강이나 침략 전쟁 지원이 아니라 굶주리는 아이들과 교육에 더 많은 돈이 쓰여야 한다.

김세원

공무원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10월 25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개 구청이 중식시간 준수 투쟁에 돌입했고, 11월 1일부로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모든 지부가 이 투쟁을 시작했다.
중식시간 준수 투쟁은 단순한 항의행동이 아닌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다.
한해 8백여 건에 달하는 인감사고는 많은 수가 점심시간에 일어난다. 2~3명이 하던 일을 점심시간에는 한 사람이 하기 때문에 바쁘고 혼잡하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그 때문에 20분 만에 밥을 먹고 빨리 업무를 봐야 하고, 따라서 만성 위장병과 소화불량에 걸린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열악한 민원업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공무원노조의 중식시간 준수 투쟁은 조합원들의 호응이 아주 좋다. 이 때문에 마포구청장은 중식투쟁 3일 만에 중식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식투쟁에 참여하는 조합원을 모두 징계하겠다는 구청장의 엄포에도 구로구청 조합원들은 천막농성 8일 만에 구청뿐 아니라 동사무소까지 1백퍼센트 중식시간을 지키는 등 오히려 투쟁에 동참하는 조합원 수가 늘어났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첫 단체행동 경험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노조, 점심시간 민원 거부는 염치없다”며 만약 “은행이 점심시간에 민원을 안 본다면 그 은행은 한 달도 안 돼 문을 닫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점심시간 민원업무를 거부하는 공무원들을 솎아내서 퇴출하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이명박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수도를 대표하는 기관이 이토록 테러에 무방비 상태인 곳이 있는가?”라며 오히려 시청 출입 민원을 정문에서부터 통제하고 민원업무를 대폭 줄여 버렸다.
〈조선일보〉가 하루 종일 민원인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이명박이 아니라 점심 한 끼 편히 먹고 더욱 친절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퇴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업이 시작되기 전에 싹을 확실히 자르라는 주문이다.
주변에 중식투쟁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인 공무원노조 지부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중식투쟁뿐 아니라 공무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도 적극 지지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함께 해야 한다.

신미정(공무원노조 서울시본부 홍보선전차장)

서울환경영화제에 다녀와서


10월 22일부터 닷새 동안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환경재단이 주최했고, 여러 나라의 환경영화를 통해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개막식은 각계 ‘유명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울시장 이명박은 무대인사에서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서울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환경부장관 곽결호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평가한 한국의 환경지속성지수(ESI)가 145개국 중 136위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부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이명박과 곽결호의 등장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내 뒷자리의 남자는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로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강도높게 탄압하고 억압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대표적 기업인 롯데, 삼성, 현대, 기아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주요 협찬 단체로 이름이 오른 것도 역시 모순적인 이 행사의 모양새를 분명히 드러냈다.
최근 시민단체와 기업의 협력적 관계 증진이라는 이름으로 펀드 조성, 장학금, 시민상 수여, 영화제, 문화제 등의 사업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행사의 목적과 취지와는 달리, 환경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기업과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방식은 결국 행사의 대의에 동의하는 시민들에게 박수 받지 못할 것이다.

최윤진

환경 파괴의 희생자들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침묵의 숲〉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시장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초고속 개발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잘 조명하고 있다. 특히 호랑이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은 의미있는 문제제기이다.
중국의 야생동물보호구역 내에 사는 몹시 가난한 조선족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산에 소를 방목한다. 그리고 서식지 파괴로 먹이감인 대형 초식동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호랑이는 그 농민들의 소를 습격한다. 당연히 농민들은 호랑이를 ‘증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은 4백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올무에 걸려 죽게 만들고, 그 호랑이는 인간에 대한 증오 때문에 임신한 여성을 공격하고 자신도 죽었다.
중국 정부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보상조차 해주지 않고 있으니 호랑이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4백여 마리 남은 시베리아 호랑이와 40여 마리 남은 아무르 표범은 이 체제의 공격에 영원히 그 숨통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무한한 착취와 경쟁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로 ‘환경 파괴의 세계화’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각국의 지배자들은 더욱더 환경을 파괴하는 데 열심이다.
영화는 아울러 두만강 지역의 일부로, 국가자본주의 사회인 북한의 끔찍한 환경 파괴 역시 보여 주고 있다.

박건희

MUSIC - ‘주류’ 반전 음악의 탄생

마이클 버그는 지난 한국 강연에서 “1960년대와는 달리 지금 미국 주류 방송에서는 반전 음악을 들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다소 달랠 수 있게 됐다. 〈8마일〉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래퍼 에미넴은 강력한 반전․반부시 노래 “모쉬(Mosh)”와 뮤직 비디오를 발표했다.
어떤 사람은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마지막 부분을 보고 케리 후보 지지 곡으로 생각할 것이다.(사실 그렇다.) 그러나 “모쉬”는 단순한 케리 지지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뮤직 비디오의 등장인물인 흑인 청년, 백인 탈영병, 중남미계 미혼모는 미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노동계급 구성원이다.
흑인 청년은 인종차별적 경찰에 의해 학대받는다. 병사 켈리는 “군대가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단결해 싸워야 해. … 부시에게 AK47을 주고 직접 싸우라고 해.”라는 호소에 호응한다. 히스패닉 여성은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순간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찬양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본다.
이들은 부시 정권에서 가장 고통받았을 뿐 아니라, 케리 선거 운동이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에미넴은 이들이 인종을 뛰어넘어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부색은 상관 없어. 같은 정의를 위해 모인 것이 중요해.”
“모쉬” 노래와 뮤직 비디오의 메시지는 전쟁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과 가족 단체가 결성되고, 전쟁과 부자만 지원하는 부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수십만 명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에미넴 같은 백만장자 래퍼가 노동계급 청년의 경험을 노래하게 된 것은 미국 사회의 급진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모쉬” 뮤직 비디오는 gnn.tv/videos에서 볼 수 있다.

김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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