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2단계 ‘정상화’ 저지를 위한:
부산지하철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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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7월 13일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공공부문 노동자 쥐어짜기에 나선 사측과 정부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7월 15~17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2진 아웃제, 그리고 임금 동결을 밀어붙이려 하기 때문이다.
중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전 직원의 성과 평가와 임금을 연동해 노동자들을 살벌한 경쟁과 조건 악화로 내몰려는 것이다. 사측은 10월경에도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인력 감축과 아웃소싱, 임금체계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이같은 공격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2단계 ‘정상화’ 공격의 일환이다. 지난 1월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부산 지역의 주요 공공기관장들에게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 쥐어짜기에 나섰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공격의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재정위기에 대비하고, 민간 부문으로까지 효과적으로 공격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위선적인 “철밥통” 비난을 중단하라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직원 가족들에게 “[노조가] 세상물정 모르고 한가롭게 임금 인상이나 증원을 요구하며 파업 운운한다” 하고 비난하는 편지를 보냈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 “철밥통” 비난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완전히 호도한 것이다.
부산지하철의 열차 주행거리당 인력은 전국 7개 도시철도 중 가장 적다. 게다가 실질임금은 지난 3년간 거의 동결 수준이었다. 지난해 1차 ‘정상화’ 공격으로 월 소정근로시간이 1백74시간에서 2백9시간으로 늘어 각종 수당이 삭감됐고, 출산 휴가, 재해보상, 질병휴직 등 기업 복지가 후퇴했다.
사측이 적자 감축 논리로 계속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동안 비정규직도 꾸준히 늘었다. 부산지하철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직원 규모의 절반인 2천1백여 명이나 있다.
임금피크제는 중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측은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늘린다면서 인건비는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기존 노동자만 쥐어짜겠다는 뜻이다.
임금피크제를 중고령 노동자들만의 문제라고 여겨서도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여겨 이 문제를 수수방관한다면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관철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신입사원 등 또 다른 층의 노동자를 공격하는 데로 나아갈 것이다.
사측과 정부의 전략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각개 격파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결해 저항하는 것이다. 만약 특정층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방치한다면,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전미자동차노조는 2007년 대대적인 양보교섭을 하면서 신입사원에게 기존 노동자 임금의 절반만 주는 이중임금제에 합의했다. 일단 이중임금제를 도입한 사측은 몇 년 동안 이런저런 명분으로 상대적인 고임금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곧 노동자 대부분이 저임금에 시달리게 됐다.
따라서 일부 노동자의 조건부터 공격해 들어오더라도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해 이에 맞서야 한다. 게다가 지금 정부가 임금피크제 관철에 주력하는 만큼 이를 저지해야 박근혜의 다른 공격들에 제동을 걸기도 더 유리해진다.
총 정원과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서비스를 지키자
정규직 인력 충원 요구는 현장 노동자들이 몹시 바라는 바다.
차량 노동자들은 “인력이 너무 부족해 점검을 꼼꼼히 할 수 없다” 하고 호소한다. 기술과 역무 노동자들도 “주말에 휴일을 쓰려면 동료들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토목 노동자는 “기존 인력을 빼서 페루 해외 사업에 파견을 보내 인력이 더 부족해졌다” 하고 말한다. 승무 노동자들 역시 인력 부족으로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동료가 병가라도 내면 전체적인 근무체계가 흔들릴 정도”라고 한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로 청년 실업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부산지하철과 같은 공공기관이 정규직 고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것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상화’ 반대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은 “세상물정 모르[는]”(부산교통공사 사장) 것이기는커녕, 일자리 마련과 공공서비스 방어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단호하게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90.4퍼센트라는 매우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정부와 사측이 강요하는 부당한 공격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절대 그냥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미 몇 년 동안 노동자들의 조건은 점점 악화돼 왔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공공부문에서 가장 잘 조직된 노조 중 하나로, 사측과 정부의 정상화 공격에 제동을 걸 잠재력이 있다.
이 잠재력이 현실화하려면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이것이 철도파업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노동자 투쟁의 교훈이다.
사측과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 공공부문 공격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경제 위기 장기화에 따른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이윤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런 공격에 맞서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기 어렵다. 정부의 공격을 일부 수용하고 다른 방식으로 그 손실을 벌충하려 한다든가, 일부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와 같은 분열 조장에 타협하려 한다면 계속되는 공격에 맞설 힘과 조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눈 딱 감고 잠시 버티면’ 금세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헛된 기대를 걸기보다,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 전가를 단호하게 거부하며 투쟁해야 한다.
또,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제 상황도 좋고 여러모로 여건이 좋았을 때와는 달리, ‘경고’ 정도로 사측과 정부를 후퇴시킬 수 없다.
효과
파업 찬성률이 90퍼센트를 넘을 정도로 조합원들이 투쟁 의지를 보인 지금, 힘을 집중해 투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이번엔 ‘경고’로 만족하고 본격적인 싸움은 차후로 미룬다면 자칫 힘이 분산될 수 있다.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단호한 투쟁에 나선다면, 2013년 철도 파업처럼 광범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조건을 지키고 인력을 확충하려는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청년 일자리 마련과 공공서비스 방어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 투쟁을 통해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박근혜에 반감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투쟁의 초점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은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가 연대를 조직하며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로 투쟁이 확산되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