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백 일 특별법 개정 촉구 범국민 문화제:
“진실 규명이라는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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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6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 촉구 범국민 문화제’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8백2일이 된 날 치러진 이번 범국민 문화제에 1만 명가량이 참가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6월 30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조기 종료하려는 시도에 분노했고, 문화제 내내 특조위 종료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득 묻어났다. 또 제주 해군기지 철근 과적 의혹 등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가족들은 대학생, 전교조, 세월호 지역 모임 등 3백여 명과 함께 홍익대 정문에서부터 2시간 동안 행진한 후 문화제에 참석했다. 3시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온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농민대회를 마친 농민들도 다수 참가했다. 범국민 문화제 1부는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연대의 문화제’로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한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규탄하고, 지난해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사건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요구했다.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 원 쟁취도 주요 요구였다.
특별법 개정 촉구 범국민 문화제가 시작되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첫 발언에 나섰다. “지금 정부는 음해와 방해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 추모대열에 함께한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과 함께 한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까지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반드시 20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개정해 특조위 활동 보장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사죄하고 모든 과오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참사가 더는 없어야 한다.”
김우 4·16연대 상임위원은 “진실 앞에 성역은 없다”며 최근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면 특조위 활동을 좀 더 보장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한 것을 비판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연단에 올랐다.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대열 여기저기서 ‘똑바로 하라’는 호통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자 금세 환호성이 터지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정미, 김종대 의원도 함께 자리했다. “진상 규명을 하라는 것이 총선에서 국민의 명령이었다. 우리는 연장을 구걸하는 것이 것이 아니라 2월까지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무엇을 조사했다고 백서를 발간하라는 것이냐? 정의당은 당장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법 개정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이기 때문에 연대하고 투쟁해 승리하자.”
참가자들은 울산에서 민주노총 전략 후보로 당선한 김종훈, 윤종오 의원도 환영했다. “2년 전 단체장을 하면서 빈소를 차렸는데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찾아 왔다. 자신을 단원고 출신이라 소개하더라. 한참을 울었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된 것이 없다. 유가족들 앞에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꼭 지키겠다.”(김종훈 의원)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 의혹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철근 4백 톤이 실렸다는 의혹이 새로이 제기됐다. 과적을 정부가 알았을 것이라는 수준이 아니다. 안개 때문에 힘든 조건에서 유일하게 출항한 배경이 이 4백 톤 아닌가? 밥 먹듯이 이뤄진 과적이 정부의 용인 하에 이뤄진 것 아닌지 의혹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조위 종료는 안 된다. 청와대 조사를 제외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은 말도 안 된다. 성역을 만들려는 저들의 뜻대로 특조위를 종료시킬 수 없다.” 박주민 의원에게 아낌 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인 동수 아빠 정성욱 씨는 “정부 나홀로 인양은 안 된다”며 제대로 된 세월호 인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해수부는 세월호 선수 들기에 실패해 인양이 8월로 미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선수 들기 과정에서 선수가 4미터 가량 찢어진 것으로 알려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불만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진실 규명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세월호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고,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사회임을 보여 주는 참사”라고 지적하며 “세월호 세대이기에 유가족들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금속노조는 최근 울산 현대차 공장 안에서 서명 운동을 조직하는 등 특별법 개정에 힘을 보탠 바 있다. 함재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특별법은 진상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고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항구적이어야 한다 15만 조합원과 함께 싸우겠다”고 투지를 밝혔다. 교육부의 집요한 공격 속에서도 계기 수업 등을 통해 진실 규명에 힘을 보태고 있는 전교조의 조합원과 광화문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 활동가, 고등학생, 대구 시민도 함께 연단에 올랐다.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에 대한 폭넓고 단단한 지지가 한 눈에 느껴졌다.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박종운, 권영빈, 김진, 장완익 특조위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석태 위원장이 연설을 시작했다.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밤 늦게까지 이렇게 모여 있게 해서 미안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욱 자각하게 된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이렇게 발언했다. ‘유가족과 국민들이 만든 위원회를 허락없이 문을 닫게 할 수 없다. 우리가 끝까지 도울 테니 계속 진상을 조사하라’ 특조위의 힘이 여기에 있구나를 느꼈다. 책임감과 든든함을 함께 느꼈다. 나는 특조위 선장이다. 세월호 선장은 배를 떠났지만 나는 배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격려와 지지의 박수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정부의 방해에 맞서 끝까지 싸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 끝끝내 살아내자. 1백 번이고 1천 번이고 지더라도 진실 규명이라는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다 이겨낼 수 있다. 우리가 만든 특조위를 책임지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특조위를 지켜내자!”
문화제를 마친 유가족 70여 명은 길 건너 정부종합청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특조위 강제 종료를 막기 위해 특별법 개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또 다시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단식과 농성, 삭발 등 온갖 노력을 기울여 온 유가족들이 다시 차가운 길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는 사실에 농성을 지지하러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모인 사람들은 분노하고 안타까워 했다.
유가족들은 앞으로 농성을 이어가며 촛불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 계획이다. 지지와 연대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