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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연세대학생 시국선언” 참가 단체 일부의 사과는 불필요하다: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래 글은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이 11월 2일에 발표한 입장문이다.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연세대학생 시국선언” 참가 단체 일부의 사과는 불필요하다

지난 10월 27일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을 비롯해 일부 단과대 학생회와 학내 단체들이 주도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연세대학생 시국선언”(이하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단체 일부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퇴진 요구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부당한 비난에 사과를 한 것은 불필요했다.

이들은 SNS 등 온라인 상에서 일부 학생들이 “대표성이 없는데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우리는 이러한 비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하는 입장을 밝혔다. 참가 단체 중 하나인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은 이에 반대했지만, 논쟁 끝에 나머지 단체들이 사과문에 연명했다.

사실 일부 학생들이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주도한 단체들의 ‘대표성’을 문제삼는 것은 솔직한 태도가 아니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이 10월 27일 입장문에서 밝혔듯이(‘10월 27일 박근혜 퇴진 시국 선언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에게’) 총학생회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연세대학교 학생들’, 혹은 ‘~하는 연세대학생 일동’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은 터무니없이 비민주적인 발상이다.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금방 드러난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주도한 사람들은 사실상 퇴진 운동을 발의한 것인데, 이들의 말대로라면 전체 연세대 학생의 대표가 아니면 어떤 운동도 발의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총학생회조차 학생 ‘전체’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선거 당시 학생들 중 다수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총학생회가 언제든지 입장을 밝히고 특정한 운동을 발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동의할 수 없다면 이견을 밝히고 불참하면 될 일이다. 당연히 총학생회도 중운위 회의에서 연세대학교 학생 누구나 자신이 연세대학교 학생임을 밝히고 입장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런 당연한 권리를 인정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발의자들이 총학생회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가 퇴진 입장을 내걸지 망설이느라 1차 시국선언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대표성’을 과장하려 했다는 것도 왜곡이다. 온라인으로 배포된 시국선언문 연서명에는 이를 주도한 단체들이 어디인지 잘 드러나 있었다. 학생들이 시국선언의 내용과 취지도 잘 모른 채 서명했을 것이라는 엘리트주의적 시선과 달리, 실제로 이런 비방이 퍼진 뒤 서명을 취소한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논쟁이 벌어진 뒤에도 1백여 명이 서명에 참가했다.

일부 이해할만한 물음을 제외하면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비난한 학생들은 사실 진보·좌파 단체들이 보다 급진적인 방향으로 시국선언을 주도한 데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대표성이나 형식적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비난했지만 퇴진 요구를 내걸지 않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에는 찬사를 보냈다. 박근혜 퇴진을 찬성하지만 진보·좌파가 이 운동을 주도하는 것에 반감이 있는 일부 학생들, 또 퇴진 여론이 강력한 분위기에서 대놓고 반대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국선언에 흠집을 내고 싶어하는 우파들도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 사람들 중에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참가 단체 일부가 이런 부당한 비방에 사과를 한 것은 무엇보다도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에 연서명한 학생들을 김빠지게 만들 것이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총학생회가 결정할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을 발의한 것을 지지해 연서명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를 추진한 단체들 일부가 잘못했다고 하니 그 의의를 부정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참가 단체들 일부가 이처럼 불필요한 사과를 하게 된 데에는 현실과 온라인 토론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이들 중 일부는 온라인 상에서 소수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만 보고 현실에서 ‘운동권 혐오·배제 정서”가 만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일단 형식적으로라도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해 소나기만은 피해보자는 식이다.

그러나 운동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본관 농성에서 배제된 이화여대에서조차 본관 농성장을 벗어나면 이런 정서는 다수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계속 운동권이 총학생회를 비롯한 주요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서 당선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이 주도한 총회 발의 서명에 한나절만에 2백여 명이 서명해 발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겠는가. 고려대에서도 좌파를 배제하려 한 시도는 맥없이 실패했다. 애당초 ‘탄핵’ 논란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조금만 자신있는 태도를 취했다면 논란 거리가 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무엇보다 이는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운동권 ‘혐오’가 만연하다면, ‘운동권‘임이 명백한 단체들이 몇몇 학생회와 함께 주도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에 하루밤 사이에 7백여 명이 서명했겠는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비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일부 학생들의 SNS를 뜨겁게 달궜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지난 10월 29일 집회에서 보여 줬듯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에 나선 청년·학생들은 박근혜 ‘퇴진’을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세인 모임 :: 매듭”이 이런 사과문에 연서명한 것은 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이 입장문에 반대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듭 단장은 형식적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매듭의 이름을 내걸었다. 물론 매듭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활동가가 이 의견 수렴 과정을 보고도 입장을 재확인하지 않은 것은 실수지만 말이다.

다행히 총학생회는 10월 29일에 집회에 참가하며 ‘퇴진’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총학생회장이 집회 참가를 호소해 학생 1백50여 명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깃발 아래 함께 참가했는데 이날 총학생회장은 직접 “박근혜는 퇴진하라!” 하는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을 이끌었다.

10월 30일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투쟁 일정에 참여하자는 ‘제53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제안이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1월 2일, 3일, 5일, 12일 예정된 동시다발 학내 집회 그리고 대규모의 전국적 운동에 함께할 것임을 약속한 것이다.

불과 3일 전 다소 모호한 내용을 담은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퇴진’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일보전진이다. 우리는 총학생회의 이런 전진을 환영한다.

총학생회가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함께하기로 결정하자 10월 29일 집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도 재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참여를 더 독려하고, 학생회 기층 단위들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호소해야 한다.

이점에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다른 단체와 학생들을 포괄한 연세대학교 시국회의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온라인 상의 소동에서 보듯 애당초 총학생회를 선출한 학생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을 지지해 총학생회에 표를 던진 것도 아닌데다, 총학생회를 지지하지 않는 학생들 중에도 박근혜 퇴진 운동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많기 때문이다.

또, 학생회 선거 등으로 어느 시점에 총학생회가 더이상 투쟁을 이끌지 못 할 때 시국회의가 구성돼 있다면 나머지 단체들이 이끌고 갈 수 있겠지만, 지금대로라면 운동의 지도부가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을 발의한 활동가들과 단체들도 시국회의에 참여해 협력하면서도 독립적인 주장을 내놓고 투쟁을 이끌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6-11-02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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