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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교 당국은 부정축재자 장시호 특혜입학 의혹 철저하게 밝혀라

이 글은 11월 20일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서이다.


최순실의 조카이자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부역자 중 한 명인 장시호의 연세대학교 입학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 장시호는 며칠 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상태이다.
국민의 당 송기석 의원에 따르면, “연세대의 1996학년도와 1997학년도 입시요강에는 특기생 선발종목이 축구, 농구, 야구, 빙구(아이스하키), 럭비 등 단체종목으로만 5종목 이었지만”, 장시호가 입학한 “1998학년도 요강에는 선발종목에 '기타'라는 항목이 추가되면서” 승마선수 출신인 장시호의 입학이 가능해졌다.(〈연합뉴스〉, 2016.11.17) 왜 갑자기 1998학년도 요강에 ‘기타’ 항목이 추가됐을까?
장시호의 고등학교 성적은 “3학년 1학기 때에는 16과목 가운데 수학 '양', 체육 '미'를 뺀 14과목이 '가'였고, 2학기 때에도 체육 '양', 교련 '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였다. 1~2학년 성적도 ‘가’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장시호는 연세대를 입학할 때 성적 장학금을 받은 것일까?
물론 전공에 따라 입학 성적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체육 특기생의 경우, 수상 실적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장시호는 고등학교 때의 국내 승마대회 실적 말고는 별다른 학생부 기록도 없다.
평범한 학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높은 대학 입시 문턱 앞에 눈물 나는 입시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짧게는 약 20년의 세월을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 틀어박히거나 각종 입시 학원 스케줄에 묶여 살아 간다. 한편 ‘말 살 돈이 있는’ 정유라와 장시호는 한 번이라도 상상은 해보았을까? 수능시험을 포함하여 온갖 입시에 시달려야 하는, ‘말 살 돈이 없는’ 수많은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심정을 말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학교 측의 변명


"의혹이 제기된 1998학년도 특기생 선발 시기인 1997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때로서, 최순실 씨나 최순득 씨가 연세대 입시에 최근 문제된 바와 같은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연세대 당국은 반박하였다.
그러나 박근혜는 1970년대부터 박정희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일찍이 권력의 핵심부에 올랐던 인물이다. 박정희 사후 전두환 신군부 정권 하에서 권력의 언저리로 밀려났다지만, 박근혜는 이 사회의 지배적 위치에서 밀려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장시호 특혜입학 의혹이 제기되는 1997년에도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었다. 박근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도 끊임없이 사회 곳곳에 여러 압력을 넣을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아는 이모’ 박근혜가 없었다면 정유라의 부정입학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물며 장시호의 입학이라고 예외였을까? 박근혜 게이트와 정유라 부정입학이 사실로 드러난 지금,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연세대 당국의 대답은 정당한 의문을 뭉개 버리고 있다.
‘이전에도 개인 종목으로 입학한 체육특기생이 있다’던가 ‘1980년대에도 승마 특기생이 있었다’는 학교 측의 해명도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연세대 당국이 든 반례들은 장시호의 특혜입학 의혹에 대한 의혹만 가중시킬 뿐이다.
우선 ‘1991년, 93년, 95년에도 개인 종목으로 입학한 체육 특기생이 있었다’는 말은 1998학년도 입학 요강에서 왜 ‘기타’ 항목이 추가되었는지에 관한 답이 아니다. 송기석 의원에 따르면, 98년도 이전 연세대 체육 특기생 입학 요강에는 ‘단체종목선수 또는 대한체육회에서 우수 선수로 추천한 자’라 적혀 있는데 장시호는 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기타’ 항목 추가가 장시호의 입학에 맞춤형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입시요강을 위한 교무위원회 회의가 매년 한 번만 열리는 반면, 1998학년도 입시요강은 1997년 11월 초 갑자기 교무위원회 회의를 ‘또’ 열어 결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의 교무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하자, 연세대는 회의록이 없다고 하다가 결국 송기석 의원실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조차도 ‘개인정보 보호’란 명분으로 입시요강에 관한 내용들이 지워진 채 공란으로 제출된 회의록이었다(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2016.11.18).
입시요강에 대한 회의록 제출에 ‘개인정보 보호’ 운운한다는 것도 기가 찬다. 백 번 양보해서 회의 참석자들의 신상정보를 보호할 의도라 해도,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는 지극히 공적인 것이지 ‘개인정보’일 수가 없다. 물론 입시요강에 관한 회의 중 특정인에게 유리한 전형이 무엇일지 논의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1998년은 연세대가 체육 입시 비리로 홍역을 앓아, 40명 가량이 재판을 받았다고 알려진 해다.
또한 1995년도에 입학한 연세대 개인종목 특기생인 전이경 전 국가대표는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이고 “고등학교 때 이미 세계 신기록을 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딴” 인물이다. 1993년도에 입학했다는 채지훈 선수도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다. 한편 장시호의 학생부에 기재된 승마대회 경력은 모두 국내 대회 기록이며, 2학년 이후엔 대회 수상 기록이 2개밖에 되지 않는다(〈머니투데이〉, 2016.11.17). 기존에 선발된 특기생들과는 비교가 힘든 것이다.
1981년도에 승마특기생이 있었다는 것과 장시호의 특혜 입학 건은 별개의 문제다. 장시호 입학은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일이다. 혹 무슨 연관이 있다고 학교 측에서 생각을 한다면, 그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해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 측은 장시호 입학 당시 입시요강의 변경과 관련한 교무위원회 회의록 조차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정입학, 피가 거꾸로 솟는다


11월 17일 열렸던 2018학년도 수능에서 어떤 수험생은 엄마가 싸 준 도시락 가방에 들어 있던 핸드폰 벨이 울리면서, 1교시 시험 중 억울하게 시험장에서 퇴장당해야 했다. 아마 이 학생의 어머니는 어떻게든 도시락을 싸 줘야 한다는 마음에 없는 시간 쪼개서 허겁지겁 도시락을 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도시락 가방에 핸드폰이 들어간 것도 미처 몰랐던 것이 아닐까. 심지어 이 학생은 재수생이었다고 한다.
반면 “돈도 실력”이라며 “부모를 원망”하라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고 3 때 고작 17일을 출석했는데도 각종 교내 수상을 휩쓸더니, 금메달을 면접에 들고 가서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하였다. 이화여대 입학 후에도 학점 등에서 온갖 특혜를 받았음이 드러났다. 정유라는 2015년 1학기부터 2016년 1학기, 여름 학기까지 전부 8개 과목에 단 한 차례도 출석을 안 했는데도 학점 특혜를 받았다. 심지어 한 교수는 아예 정유라 대신 과제를 작성해 제출했고, 정유라 본인이 시험에 응시하지도 않았는데 정유라 명의의 답안지가 나오기도 했다.
이화여대 학생들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격분하고 있다. ‘특혜는 없었다’며 사퇴한 이화여대 전 총장 최경희의 말도 거짓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이화여대 입학 취소를 학교측에 요구하였고,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정유라의 고교 졸업 취소를 검토 중이다(고교 졸업이 취소되면 이화여대 입학도 원천 취소된다).


반드시 철저하게 해명하라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역겨운 일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있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물음들에 대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 일축하면서, “어떠한 공정한 조사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 있는 듯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근거 있는’ 것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학교 당국은 벌써부터 의뭉스럽게 정보를 숨기는 등 이 문제를 적당히 덮어버리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부정축재자 장시호의 특혜입학 의혹을 철저하게 해명하라!

2016. 11. 20 (일)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