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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탄핵 추진은 촛불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대중 투쟁으로 박근혜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

이 글은 11월 22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발표한 성명서이다.

11월 12일 서울에 1백만, 11월 19일 전국에 95만 명이 모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그런데 20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인 ‘비상시국정치회의’는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들은 “국민적 퇴진 운동”과 탄핵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탄핵 추진은 촛불 운동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다.

탄핵 소추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렇게 국회를 통과하려면 새누리당(의 비주류)와 협상해야 한다.

더민주·국민의당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더민주당은 추미애가 영수회담으로 박근혜의 숨통을 틔워 주려 했다가 엄청난 몰매를 맞은 뒤에야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탄핵’은 믿지 못할 자들에게 거리 운동의 수위를 맡기는 일이고, 따라서 박근혜 퇴진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국회가 탄핵을 결정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심사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 몬 보수적인 헌재가 과연 박근혜 탄핵에 찬성할까. 게다가 헌재 탄핵심판 절차가 1백80일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국회와 헌재가 사태의 주요 행위자가 되면, 대중 운동은 수동화되고, 대중 운동의 동력은 매우 가변적이 될 수 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은 이를 기다리고 지켜보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그만큼 박근혜의 임기도 길어지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은 끊임없이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야당들의 최근 행보가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21일 야3당(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철도 파업과 관련해서 합의한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야3당 원내대표들은 “철도노조의 전향적인 결정을 감히 요청”한다며 9월 27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성과도 없이 파업을 접으라고 했다.

야당들은 이제 거리 시위의 눈치를 보면서도 슬그머니 국회로 공을 넘기자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마치 2008년 촛불 운동 당시 6월 10일 1백만 시위 직후를 보는 듯하다. 그때 민주당 등과 〈경향신문〉, 〈한겨레〉는 이제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거리 시위에서 발을 뺐고 “제도권”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이후 운동이 약화하자 6월 말경 이명박 정부는 운동 진영의 핵심 단체들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인물들을 수배하며 악랄한 탄압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같은 정당들이 일관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했던 바다. 이들은 여당에 비해서는 비주류일지라도 기업주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가 직면해 있는 부패,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 친 제국주의 정책 등 기업주들의 이윤과 연결된 정책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진보 정당인 정의당이 민주당·국민의당의 야합에 공동행보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박근혜가 추진해 온 온갖 개악들도 철회시키려면 국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거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울분이, 백남기 농민의 원한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고통받아 온 노동자들의 성토가, 입시 경쟁에 짓눌려 온 청소년들의 분노가, 청년 실업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던 청년·학생들의 서러움이, 한미일 전쟁동맹을 강화하려는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과 함께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도 철회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들에 맞서는 운동들이 함께 성장하며 박근혜 퇴진 운동과 결합돼야 한다. 노동자·청년·학생들이 시위에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평일 시위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 사회의 이윤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더 많이 시위에 나선다면 정부와 지배자들에게는 강력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아래로부터 압력을 통해 2011년 이집트에서 40년간 통치해 온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고, 2001년 말 아르헨티나에서 2주간 세 차례나 대통령을 갈아치운 것과 같이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해 운동을 더욱 확대·강화하자.

11월 22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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