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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공무원연금 집회 참가 관련 재판 방청기:
무차별 채증·기소를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장하다

지난 1월 20일 박충범 씨의 2심 재판이 열렸다. 박충범 씨는 2015년 3월에 열린 ‘국민연금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 집회와 행진에 참가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 재판에서 핵심 쟁점의 하나는 검찰 측이 제시한 채증 사진의 증거 능력 문제였다. 박충범 씨로 지목된 사진 속 인물 얼굴의 절반 가까이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검찰 측에서 직접 요청한 국과수 사진 감정으로도 본인 여부를 입증할 수가 없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채증 사진이 객관적·과학적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딱 보면 안다?

그런데도 검찰은 뻔뻔스럽게 1심 결과에 불복했다. 그리고 2심 재판에서 검사는 “육안으로 보면 당사자가 맞다”며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죄로 박충범 씨에게 3백만 원 벌금을 구형했다.

박충범 씨는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이런 뻔뻔함과 악랄함을 속시원하게 폭로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과학적 소견조차 무시했을 뿐 아니라, 어이없게도 박충범 씨가 정당한 법적 권리인 묵비를 행사한 사실을 가지고, 집회 참가를 입증하는 증거로 내세웠다. ‘딱 보면 안다’는 식의 태도는 검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또한, 박충범 씨는 지난 재판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무작위로 촬영한 채증 사진으로 특정 인물을 찾아내는 경찰의 인지 수사 과정이 불법적일 수 있음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박충범 씨의 제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사실 검찰·경찰의 이런 ‘무차별 채증’과 ‘묻지마 기소’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검찰이 촬영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채증 사진을 유일한 증거로 제시하며 집회 참가자를 기소했다가 패소한 일도 있었다. 박충범 씨가 언급하기도 한 이 최근의 판례는, 검찰의 이번 항소가 심지어 보수적인 법원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도 억지임을 보여 준다.

저항할 권리

나아가 박충범 씨는 “제가 이 행진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충범 씨가 주장한 대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집회·행진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이 져야 할 경제 위기와 재정 적자의 책임을 공무원노동자들에게 부당 전가하는 것에 대한 온당한 항의”였다. 이런 항의의 연속선 상에서 최근에는 “1천만 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운동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충범 씨는 경찰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해서도 “‘폭력 시위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며 집회·시위를 제한하려 했”던 것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문제는 “경찰의 집회 제한과 방해”였다고 주장했다. 박충범 씨의 말대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더 많이 더 넓게 보장돼야 하고, 경찰과 검찰의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확대 해석과 적용, 그리고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 ‘묻지마’ 기소 등, 집회·시위 자유 제한과 사후 보복도 사라져야” 한다.

아마, 촛불을 들고 청와대·총리 공관·헌재 방향 등으로 행진하며,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해 온 수많은 노동자·시민들은 박충범 씨의 주장에 적극 공감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워 온 노동자·시민의 요구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옹호하며 투쟁하는 박충범 씨에게 지지를 보내자!

최후진술문 전문

검찰은 제가 2015년 3월 28일 ‘국민연금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 투쟁 결의대회’ 집회 후 미신고 행진에 참가해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저를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받았습니다.

뻔뻔하게도 그리고 집요하게도, 검찰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얼마 전 최순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두고 일었던 ‘빈 박스 논란’만 떠올려 봐도,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해 검찰이 발휘하는 열의와 집요함이 부패한 권력자들을 향한 그것과는 양질 모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항소이유서 내용은 정말 황당했습니다. 분량은 다섯 페이지나 됐지만 핵심만 간추리자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니, 딱 보니까 얘 맞구만, 1심 재판부가 무슨 과학적 식별방법이니 뭐니 쓸데없는 짓 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저는 이미 1심을 통해서, 검찰에서 제출한 채증 사진은 제가 이 행진에 참가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과학적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채증 사진 중 어느 것을 보더라도 저로 지목된 사진 속 인물의 안면은 마스크로 코·입·턱선을 비롯해 절반 가까이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이 재차 요청한 국과수 사진 감정으로도 동일인 입증이 어렵다는 답까지 왔습니다.

애시당초 이런 불확실한 사진을 증거로 삼아 마구잡이로 기소한 것 자체가 문제였음에도, 검찰은 사실상 ‘증거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입증 따위 필요 없다’, ‘그냥 보면 안다’는 식으로 우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우기는 것을 두고 참이라고 한다면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모두 박정희’요, ‘대머리는 모두 전두환’이라 할 것입니다.

검찰 측의 황당한 주장은 이 뿐이 아닙니다. 저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묵비의 권리를 경찰 조사와 원심에서 행사한 것을 두고, 이것을 행진 참가의 근거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제가 진술하지 않은 것은 문제 삼으면서 정작 제가 진술을 통해 제기한 것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심에서 애초 경찰이 이 사건을 인지 수사하는 과정 자체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검찰에서 제출한 채증 사진은 행진에 참가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촬영한 것입니다. 그중 어떤 사람의 얼굴을 그것도 매우 일부분만으로, 거기에 동종 전력도 없는 특정 인물의 인적 사항과 일치 여부를 가늠한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사찰이나 일상적 감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제가 이 행진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당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날 집회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는 것에 항의해서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노총, 교총 등의 공무원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무려 8만여 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운집한 대규모 집회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이 져야 할 경제 위기와 재정 적자의 책임을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부당 전가하는 것에 대한 온당한 항의였습니다. 이날 집회와 행진은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의 목소리가 아스팔트로 위로 터져 나왔던 것뿐입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세 달 가까이 거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일 최대 2백만 명, 연인원 1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87년 민주화항쟁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순실과 관련된 부패 문제 뿐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 세월호 참사, 그리고 공무원연금 개악을 비롯한 노동 개악 정책 등 박근혜 정부의 악행 제반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또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이런 분노한 민중의 목소리를 ‘폭력 시위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며 집회·시위를 제한하려 했습니다. 옳게도, 법원은 이런 집회·시위를 제한하려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총리 공관, 헌재 방향 등으로 평화적으로 행진했습니다. 계속된 시위를 통해, 진정한 평화 집회와 시위 그리고 질서란 바로 경찰의 제한과 방해가 사라질 때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 졌습니다. 따라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더 많이 더 넓게 보장돼야 하고, 경찰과 검찰의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확대 해석과 적용, 그리고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 ‘묻지마’ 기소 등, 집회·시위 자유 제한과 사후 보복도 사라져야 합니다.

얼마 전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 참가로 일반교통방해죄 혐의가 씌워진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집회 채증 사진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따진 판결들도 나왔습니다. 모두 검찰의 일반교통방해죄 확대 해석과 적용 그리고 부실한 채증 사진을 통한 ‘묻지마’ 기소의 현실을 잘 폭로하는 판결들이었습니다.

검·경의 집회 시위 제한과 사후 보복 그리고 ‘묻지마’ 기소에 의해 민주적 권리가 부당하게 제한받지 않도록 2심에서도 재판부가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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