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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인 공장 매각·정리 해고에 맞선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공장 농성 투쟁:
밀실 매각 · 정리 해고 즉각 철회하라!

설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동광기연 노동자 약 60명이 안산 공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동광기연은 1966년에 설립(동양이화공업㈜)돼 자동차 플라스틱 내장재를 한국GM에 납품해 온 회사로, 국내 계열사와 해외 지사를 10여 개 거느린 동광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길게는 30년 가까이 뼈 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은 급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다.

1월 22일 밤까지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안산 공장으로 출근하라는 사측의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인 23일 아침 조회에서 사측은 갑작스러운 공장 매각·정리 해고 소식을 발표했다. 그리고 조회 직후 해고 통보 문자를 노동자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동광기연 사측은 지난 19일에 ㈜크레아에 공장을 매각하고, 22일에 공장부지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매각 나흘 만에 해고를 통보하는 등 이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는 “회사 매각·양도 등을 할 경우 노조에 70일 전 통보하고 고용승계·단협 및 노조 승계 책임”을 지도록 한 단체협약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사측은 이것이 “경영이 불가능하여 취한 부득이한 조치”이고, 사측의 ‘자구안’을 1년 이상 거부해온 동광기연노조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측은 재작년 인천 공장 부지를 3백30억 원에 매각하고, 계열사 ㈜인피니트의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매입했다. 이는 “세금 문제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관계회사 주식을 고가에 인수하는 방식”(25일 금속노조 기자회견)일 수 있다. 또한,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까지 동광그룹 다른 계열사에 “1백51억 원, 2백56억 원을 무이자로 대여”(금속노조 기자회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기만적인 동광기연 사측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했다.

또한, 사측이 내놓은 ‘자구안’이란 완전히 노동자들을 마른 걸레처럼 쥐어짜는 안이었다.

“사측은 자구안으로 임금 10퍼센트 삭감, 상여금 50퍼센트 삭감, 학자금 제공을 비롯한 모든 복지 삭감을 요구했어요. 우리가 그걸 받을 수 있나요?”(동광기연 최영진 조합원)

사측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난 3년간 공장을 3차례나 옮기는(인천→ 전북 익산 → 인천 → 안산) 바람에,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과 장거리 출퇴근 등으로 고통 받아 왔다.

노조 죽이기

그동안 동광그룹은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계열사인] 동광기연에만 투자를 멀리[하며], 노조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해 왔다. 그러면서 새로운 차종에 대한 납품 기회가 올 때마다, 다른 계열사(SH글로벌, SH-BP, 인피니티, SHINT)에 일감을 몰아줬다.

그리고 이제는 일사천리로 노동자들을 해고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공장 농성 투쟁을 시작하자 야비하게 공장의 전기를 끊어 버렸다.

현재 사측은 공장 점거를 풀지 않으면 “퇴직위로금 지급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기계 설비로 인한 30억 원의 손실액에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이틀 동안 동광그룹 계열사(SH-BP) 직원, 공장을 인수한 ㈜크레아 직원, 한국GM 옷을 입은 자들이 동원돼, 생산 기계 반출을 위한 공장 침탈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1월 25일에는 오전부터 많게는 1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크레인을 동원하고, 공장 2창 창문을 깨는 등의 시도를 했다. 1월 26일(오늘)에는 공장 부지 소유주인 ㈜태광에서 용역을 동원해 출입문을 막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위협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절대 공장을 떠나지 않고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저들은 치밀하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우리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어제 사측을 만났는데, 사측은 바로 퇴직위로금 얘기를 했다. 위로금 3개월은 개나 주라고 해라. 우리의 첫째 요구는 고용 보장이다. 가족도 만나고 싶고 불편하지만, 끝까지 함께 버티자!”(25일 농성장에서 김완섭 동광기연지회장 발언)

1993년에 입사했다는 한 여성 노동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걸핏하면 자르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던 동광기연이 “지긋지긋하고 치가 떨린다”고 했다. 이 노동자는 자신들의 투쟁 소식 기사가 올라 왔는지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고는, 가족들에게 기사를 공유하고 설 연휴를 함께 못 보내게 됐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동광기연에서 28년째 일해 온 한 조합원은 “조합원이 한 명도 흔들리지 않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말했다.

지난 이틀 동안 공장 침탈 소식이 있을 때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민주노총 인천본부,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 금속노조 경기지부, 민주노총 안산지부 조합원들과 정의당·노동자연대 활동가 30여 명이 공장으로 달려왔다. 인천지역 노조와 진보·좌파 정당, 민중 단체들이 함께하는 ‘인천지역연대’에도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과 연대 호소가 공유되었다. 또한, 25일 박근혜 퇴진 안산 촛불집회에서도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이 알려졌다. 안산 촛불집회 사회자는 이런 정리해고야 말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최근 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 표현된 재벌에 대한 반감 속에는, 자신들의 배는 불리면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모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 온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리고 지금 동광기연에서 바로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정리 해고에 맞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장을 지키고 있는 동광기연 노동자들에게 아낌없는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

1월 25일 오전 11시 30분, SH-BP, 크레아 업체의 직원 수십 명이 조합원들이 농성하고 있는 2층 공장으로 진입하는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전 11시 40분, 업체 직원들이 공장 앞 마당에 크레인을 들이기 위해, 마당을 가득 채운 공장 자재들을 끌어내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12시 30분, 공장 문을 가로막고 있던 자신들의 승용차와 공장 자재를 다 치운 업체 직원들이 공장 주위를 지키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1시, 공장 앞 마당에 거대한 크레인을 들어왔다. 업체 직원이 공장으로 통하는 2창 창문을 깨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1시 20분, 지게차 위에 오른 업체 직원들이 무언가를 줄로 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동광기연 조합원들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이 직원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하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2시, 업체 직원들이 물러간 자리에 남은 지게차와 유리 파편들. ⓒ소은화
동광기연 조합원들이 사측의 침탈을 막기 위해 2층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았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2시 30분, 공장 침탈 시도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금속노조 인천지부 조합원들이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배너를 걸려 하고 있다. 그러자 업체 직원들이 나타나서 이를 막아서고 있다. 경찰은 “상호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며 “사유지에서는 선전물을 철거해 달라”고 했다. ‘사유지’를 보호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준법’이고, 노조의 선전물을 철거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중재’였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6시 30분, 지회장으로부터 하루의 상황을 보고 받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조합원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7시, 사측이 단전해서 공장 안에서는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발전기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젊은 조합원 두 명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소은화
1월 25일 오후 9시, 동광기연 조합원들은 혹시나 모를 사측의 침탈에 대비해 불침번을 서고 있다. 농성장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소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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