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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 뜨거운 세계사회포럼의 열기

나는 지난해 갓 교단에 서게 된 신출내기 교사다. 학생들의 인권과 학교의 민주주의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교사가 되겠노라 다짐했건만, 일 년 동안 나의 의지는 수없이 꺾여 나갔다. 전쟁 반대와 같은 정치적인 화제를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들과 토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학교와 학교를 둘러싼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가 어렵게만 느껴졌고, 그러한 시도는 소수만의 생각일 것이라는 위축감도 들었다.

5차 세계사회포럼은 이런 내게 시원한 청량제 같았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인종과 국적이 다른 참가자들과 어우러져 개막 행진을 하면서,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우리가 외치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전쟁 반대’, ‘자본주의 반대’, ‘이라크 점령 반대’의 구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외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우리는 이 구호들을 포르투갈어로 외쳤다.) 다음 날 개막행진을 보도하는 브라질 TV의 화면에 우리 대열이 가장 비중 있게 등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다양한 주장들과 견해들이 토론되는 워크숍에서는 월든 벨로, 존 홀로웨이, 알렉스 캘리니코스, 크리스 하먼 등과 같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언어의 통역을 거치느라 길어진 토론을 끈기 있게 방청하고 참여한 남미의 젊은이들이었다.

‘다함께’의 반전 캠페인이 참가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영어와 포어로 제작된 ‘국제반전공동행동 3·20’ 참가 호소 리플릿을 받은 이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위로 높이 쳐들었다.(브라질의 ‘따봉’ 제스처란다.) 행진과 가판에서 나눠 준 ‘3·20’ 스티커는 단연 인기였다. 나중에는 없어서 내 옷에 붙인 스티커를 떼어 주기도 했다. 가판에서 이야기를 나눈 한 브라질 참가자는 내가 “노무현이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룰라가 아이티에 파병한 것도 잘못이다” 하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3월 20일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이 WSF의 여러 사회 총회들에서 결의됐다는 기쁜 소식을 들으며 돌아올 수 있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참가자들, 일본 참가단과 “한일 FTA반대, 이라크 파병군 철수”를 외치며 함께한 집회와 행진도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는 포럼 행사장을 행진하면서 “NO MORE WAR”, “NO MORE FTA”, “전쟁반대”, “FTA반대”, “센소 한따이(전쟁 반대)”, “FTA 한따이(FTA 반대)”를 외쳤다. 전쟁 반대는 물론 ‘미주자유무역협정(ALCA, FTAA)’에 반대하는 열기가 높아지는 남미에서 동아시아에서도 ‘FTA’를 반대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얼굴, 팔, 다리가 까맣게 그을러져 남미의 뜨거운 햇살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러나 그보다 더 뜨거웠던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포럼 참가자들의 열기는 가슴과 머릿 속에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김지영(전교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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