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송도 캠퍼스를 보면: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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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의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시작한 본부 점거 투쟁이 어느덧 1백50일을 향하고 있다. 학교 측의 징계 위협과 단전⋅단수, 일부 교수들의 점거 중단 회유에도 학생들은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시흥캠퍼스 계획의 모델이 바로 연세대의 송도 캠퍼스이다. 서울대는 시흥 캠퍼스뿐 아니라 관악캠퍼스의 지하 공간 공사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연세대가 송도 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백양로 지하 공간 개발을 시작한 것과도 매우 유사하다.
누구를 위한 송도 캠퍼스인가?
연세대학교가 지난 10년 동안 송도 캠퍼스와 백양로 지하 공간 개발에 힘써 온 목적은 단순했다. 타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수익을 많이 내야 했다. 또한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이 우선시 돼야 했다.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고, 기업의 후원과 연구비 지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송도 캠퍼스 프로젝트는 일종의 귀족학교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이점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경제자유구역은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업들이 더욱 자유롭게 이윤 추구를 하기 위해 추진됐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도, 교육의 평등도, 환경도 더욱 쉽게 파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됐다. 바로 그 경제자유구역의 하나로 인천시가 야심차게 건설한 곳이 송도 신도시였다.
학교 입장에서는 이런 곳에 학교를 지으면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자들에게 더 열악한 처지를 강요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유급 휴일이나, 유급 생리 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고, 파견직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이렇게 남긴 돈은 이른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할 수 있다.
연세대는 2006년 당시 인천시장 안상수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송도 캠퍼스 건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이런 일은 공개된 적도, 민주적으로 토론된 적도 없었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학교 측은 “타 대학과의 경쟁 때문에 비공개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을 내놓았다.
연세대 학생들은 송도 캠퍼스가 학생들에게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공공성이 보장돼야 할 대학을 왜 경제자유구역에 건설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1백8일간 점거 투쟁을 벌였다.
땅값만 해도 2천7백억 원이 넘고 공사 대금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은 불확실했다.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제기됐다. 실제로 시설 이용비 등을 등록금에 전가하겠다는 내용이 밝혀지기도 했었고(〈연세춘추〉, 2006), 학교 측은 2006년 등록금 12퍼센트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송도 신도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곧 무너지고 말았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경제자유구역이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았고 송도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폭락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송도 캠퍼스 건설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건설이 진행될 때쯤엔 이미 ‘망한’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개교 날짜까지 다 잡아 놓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자 연세대는 건축 속도를 늦추기까지 했다[1].
학교는 이러한 손실을 충당하려고 안전을 위한 비용을 줄여 버렸다. 특히 송도 캠퍼스 2학사는 민자를 끌어들여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방식(BTL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민간 자본의 수익성은 보장하되 부실 공사의 위험은 높이는 방식이다.
2015년부터는 엘리베이터가 급추락하는 일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12층에서 7층까지 추락한 것이다. 층과 층 사이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학생이 30분 넘게 갇히는 일도 벌어졌다. 2016년 9~10월 사이에만 엘리베이터 고장⋅급추락이 31번이나 일어났다.
학교와 엘리베이터 보수 업체는 이를 국민 안전처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엘리베이터 보수 업체들은 ‘학교 측이 내놓는 엘리베이터 고장 원인을 납득할 수 없으며 초반에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는 반응이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수준의 누수도 여러 차례 벌어져 강의동 천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심지어 기숙사에 쥐가 나오는 일까지 생겼다.
송도 캠퍼스 완공 이후, 연세대는 몇몇 학부들을 강제로 송도 캠퍼스로 보내 버렸다. 지금도 이 학부들은 특히나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학생들과 국제대, 의대 등 송도 캠퍼스와 일찍부터 관계를 맺어온 학부들의 등록금이 유독 더 비싸다.
그나마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인문⦁사회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을 기준으로 해도, 10년 동안 약 2백만 원이 올랐다. 더군다나 지난 7년 동안은 등록금이 동결된 점을 고려하면 2006~07년 사이에 매우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최근에도 학교 측은 송도 캠퍼스 운영을 근거로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6년 본관 점거 투쟁에 들어갔던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학교는 송도 캠퍼스 관련 비용을 등록금에 전가하지 않겠다며 큰소리쳤었다.
학생들의 필요나 안전은 우선순위에 없는 학교
연세대는 2013년부터 1학년 신입생 전원을 송도 캠퍼스로 보내고 송도 기숙사에 의무 거주하도록 했다. 이에 반발해 2012년에는 학생 2천여명이 시위도 벌였지만 당시 총장이던 정갑영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많은 학생들이 이 조치를 두고 “유배 간다” 하고 비꼬았다.
RC(의무 기숙사) 프로그램에도 학생들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성의 방에 출입할 때 벌점을 매기고, 통금 시간을 두는 등 학생들을 통제했다. 학교는 이런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2013년 2학기에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며 학생들에게 학생증을 의무적으로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학교 측 직원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성폭행을 저지르려 하다가 목에 걸린 자신의 학생증과 사진을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은 목에 걸린 학생증을 “개 목걸이”라고 불렀다.
2015년 2학기에는 불심검문을 한다면서 학생들의 기숙사 방에 무단진입 했다. 학생들은 RC 제도의 불편함과 부당함, 무의미함에 대해 폭로하고 문제 제기하기 위해 ‘RC 다시 묻기’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RC 다시 묻기’는 당시 1학년 학생들뿐 아니라 송도 캠퍼스를 겪었던 윗 학번 학생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백양로 지하공간 건설로 한층 더해진 개악
서울대와 비슷하게, 연세대는 송도 캠퍼스 계획이 나온 지 몇 년 안 돼 신촌 캠퍼스 백양로 지하 공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송도캠 유배’를 밀어붙였던 정갑영이 본격적인 안을 내놓았는데, 지하 공간의 약 80퍼센트가 주차장이었고 나머지 공간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백양로 공사는 학생들이 아니라 주차비와 임대료 수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주차장을 제외한 백양로 지하 공간의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상업 시설이거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는 아트홀과 비싼 고급 식당들이다.
게다가 백양로는 원래 하천을 복개한 길이라 일종의 건천인데, 여기에 지하공간을 만들면 옆 건물들의 침수 피해를 높일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1천억 원 대에 달하는 공사대금도 기부금에 의존하겠다는, 매우 불안정한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정갑영은 문제 없다며 2013년 여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백양로 공사를 반대하며 농성까지 벌였지만, 학교 측은 새벽에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철거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 과정에서 가스관을 건드려 가스가 백양로에 퍼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2년 넘게 공사판이 된 학교를 다니며 참아야 했다.
정갑영은 기부금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하겠다고 허세를 부렸지만, 기부금이 덜 걷히자 결국 적립금을 끌어다 썼다.
송도 캠퍼스와 백양로 공사로 재정 압박을 받은 총무처는 학내 노동자들에게 “인건비 50억 원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정갑영 총장 재임 기간 동안 교직원 약 1백10명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 하에 일자리를 잃어야만 했다. 학교 측은 이 방법으로 약 2년간 20억 원을 벌어들인 한편, 교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2015년에만 학내에서 노동자 투쟁이 3번 벌어졌다. 2014년 말 연세대는 송도 캠퍼스 기숙사와 강의동의 경비, 청소 노동자 20여 명을 부당해고 했다. 엄동설한에 이 노동자들은 학내에 농성장을 차려 학생들과 함께 싸워야 했다. 학교는 가처분 신청을 내서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며 협박하다가, 5~6개월이 지나고서야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복직시켰다. 2015년 여름에는 학교가 민주노조 파괴전문 악질 용역업체인 KT 텔레캅에 주차관리 용역 특혜 입찰을 주려다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투쟁에 굴복하기도 했다.
연세대 재단이 운영하는 세브란스 빌딩은 협동조합이라는 기괴한 꼼수를 써서, 법망을 피해 민주노총 조합원만 골라 해고했다. 연세대 교수 출신인 연세재단 본부장은 “내가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복직을 막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구호 한 번에 한 명당 50만 원씩” 벌금을 내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당시 노동자들 7명이 하루에 3번씩 학내 선전전을 했으니, 하루에 1천만 원 넘게 벌금을 내라는 협박이었다. 학교는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대하는 학생들을 징계하겠다며 노조를 협박하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돈만 아는 학교에 대해 정당한 분노를 표출하며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로도 개악은 계속되고 있다. 신임 총장인 김용학 교수는 공약으로 ‘관리 운영비를 매년 2백억 원씩 줄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는 건물 보수, 유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백양로 공사와 더불어, 비용 삭감은 지난해 중앙도서관 지하 침수 사태를 낳았는데 총장의 방향대로라면 이런 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총장은 등록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하고 있다. 당장 올해 정원 외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겠다고 한다.
서울대 학생들의 점거 투쟁을 지지하며
송도 캠퍼스 건설 이후 연세대 학생들이 겪은 일들을 보면, 서울대 학생들의 점거 투쟁이 얼마나 정당한지 알 수 있다. 서울대 시흥 캠퍼스는 지난 10년간 연세대에서 벌어진 일들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는 서울대 점거 투쟁에 연대하면서, 2006년에 우리 학교에서 본관 점거 투쟁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1백8일간 점거 투쟁을 했지만 광범위한 연대 호소가 부족했고 방학 중에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학교 측의 엉터리 타협안에 온건한 학생들이 말려들며 투쟁을 접어야 했다. 만약 이 때 좀 더 효과적인 전술들로 점거를 이어가면서 연대를 넓히며 단호하게 싸웠더라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연세대 이외에도 대학 기업화로 고통 받고 있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이 꼭 승리하길 기원한다.
[1] 〈연세춘추〉, [다시 찾은 국제캠, 송도 맨 땅에 헤딩하나], 이영빈 기자, 2010
그리고 아래 코미디 같은 상황도 읽어 보길 권한다.
“공정표를 보니 계획은 29.70%, 실적은 29.98%라고 쓰여 있었다. “계획보다 0.28% 더 빨리 진행되고 있고, 내년쯤에는 32.0% 정도가 될 예정이에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최 본부장. 이에 궁금해진 기자는 “3단계 사업 전체를 100%로 볼 때를 말씀 하시는 거죠?”라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오, 1단계 사업만을 100%로 보고 말하는 겁니다.” 헉, 하지만 내년 3월 부분 개교인데? 1단계 사업이 50%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맞이하지? 기자는 의아해졌다.”(〈연세춘추〉, [미리 가 본 송도캠, 연세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다], 심주용;이종호 기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