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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하는 국민의당 :
안철수의 ‘극단적 중도주의’ 헛발질

문재인 아들 취업 특혜 거짓 폭로가 밝혀져 휘청대던 국민의당이 안철수의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지지율이 5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는 등 존재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안철수 문재인 아들 관련 거짓 폭로가 들통난 뒤 대국민 사과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한 지 22일 만이다.

새로울 것 없는 안철수의 극단적 중도주의 ⓒ출처 안철수 페이스북

안철수 출마에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의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된 야당 구실을 못한 것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에 비협력적인 모습을 비출수록 지지율은 떨어졌다. 그렇다고 여당 2중대 구실을 하면 그 역시도 존재감이 약화되긴 마찬가지다.

박근혜 퇴진 운동 기간에 좌와 우의 대립이 분명해질 때에 중도를 표방한 것이 지금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세력균형에서 좌도 우도 아닌 중도는 실제로는 우파로 기우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친기업적 태도를 보인 것은 호남에서도 반감을 얻었다.

그런데 다시 안철수가 “극중주의”(극단적 중도주의)를 꺼내 들고 나섰다. 좌도 우도 아닌 실용적 길을 걷겠다는 것이 안철수의 설명이다. 굳이 국내에서는 생소한 “극단적 중도”를 강조해 쓴 것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두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인 듯하다.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나 합당을 고려하는 호남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도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이 당선하고 직후 총선에서도 성과를 거둔 것에서 힌트를 얻었음직도 하다. 그러나 국제적 맥락에서 극단적 중도는 주류 좌우 양당이 신자유주의로 수렴된 것, 그리고 그 정부들이 신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리고 최근 선진국들에서 기존의 주류 정치 구도가 흔들린 것은 바로 이 극단적 중도 노선에 대한 대중의 반감 때문이었다. 형식상 주류 양당 바깥에서 도전한 듯해 선거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노동 개악 추진 등 신자유주의 본색을 드러내다가 벌써 지지율 하락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민주당 정부가 20년 전부터 집권해서 취해 온 노선이기도 하다. 때문에 안철수의 극중주의는 새로울 것도 없고 민주당 정부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도 별로 가망 없는 일일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본색이 점차 드러나 대중에게 실망을 주면서 우파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촛불 운동의 여파 속에서 반등할 기회를 아직 잡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홍준표를 당 대표로 선출하고서 우파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자유당은 “부자에게 자유를” 주는 게 혁신이라고 한다. “합리적 보수” 행세를 해 온 이혜훈을 당 대표로 선출한 바른정당은 더 분명한 우파가 버티고 있는 탓에 지지 기반을 좀처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온건보수도 아니고 자유당과는 (지지 기반을 포함해) 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자기 자산으로 삼을 거냐 말거냐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보수 우파일 뿐이다.

문재인을 진보로 포장 말아야

정의당 지도부의 성장 전략에는 합리적 진보 vs. 합리적 보수로 정계를 개편한다는 발상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런 구도로 정계를 재편해 우파의 부활을 막고 자신들도 합리적 진보의 대표 주자로 성장해 국가 운영에 참여해 보려는 구상일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개혁파와 연합하거나 문재인 정부와 “촛불 연립 정부”를 꾸려서 정권에 참여하려는 전략과 연결된 듯하다.

예컨대 이정미 대표는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에 협력할 것은 하는 “작은 여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바른정당 이혜훈을 만나 합리적 보수라며 치켜세웠다.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고, 민주노총의 투쟁에 단호히 대응하라 주장하는 세력인데 말이다.

이런 태도는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민주당을 범보수라 규정한 것보다 후퇴한 입장이기도 하다.(당시에도 합리적 보수는 수구우파와 다르다고 애써 구분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의당 지도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온화한 태도는 진실을 가리는 것이고, 대중의 운동 건설에도 이롭지 않다. 예컨대 정의당은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전교조 지도부를 만나 법외노조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러나 김상곤은 사실상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물론 문재인은 몇몇 쟁점에서 박근혜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최근 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났고,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도 예고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거의 없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과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스텔라데이지 호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은 박근혜 정부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스텔라데이지 호 침몰 사고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려고 청와대로 향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힌 스텔라데이지 호 실종자 가족들. ⓒ조승진

친기업과 친노동을 동시에 말하는 문재인식 개혁은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갈등 속에서 모순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지지율도 고려해 눈치도 보지만, 점차 동요하다가 지배계급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대적 계급으로 이뤄진 사회에서는 아무리 인기 높은 정부라도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에서 자국의 자본가들을 구하는 것이 곧 국가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를 삭감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공격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억누르는 조처들이 도입된다. 심각한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선택 폭도 넓지 않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최근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면서 개혁 염원 대중들 사이에서 실망을 자아내고 있다. 문재인은 미국 정부와의 대북 압박에도 공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을 확대한다더니 정작 교원 임용 정원을 대폭 줄여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청년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등법원이 올려찍기 판결을 내려 울산 윤종오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어 또 다시 노동계 의원이 울산 북구에서 의원직을 박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정부에 협력해 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한몸으로 보여 진보 대중에게 정치적 환멸을 부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을 막아야 한다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 독자 정치세력화에 별 도움이 안 됐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그에 따라 대중의 기대와 관망도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 양극화가 첨예해지면 우파가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독일에서는 파시스트 정당이 성장했다), 결코 그런 길만 있는 건 아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야당으로서 정치적 자산을 진지하게 쌓아가면 왼쪽을 향하는 대안도 기회를 잡고 성장할 수 있다(영국에서는 제러미 코빈이 약진하고 있다).

왼쪽의 대안이 전진하려면 노동계급의 투쟁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당처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에게 큰 기반을 둔 정당이 문재인 정부를 통한 개혁보다는 노동자 투쟁을 통한 개혁 쟁취에 힘을 싣는 것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진보·좌파적 대안이 성장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그 길이 노동계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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