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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패는 끊이지 않는가?

한국의 재벌은 대부분 삼성과 비슷한 과정을 밟아 지금과 같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핵심 정책들은 삼성을 비롯한 자본가들의 필요에 꼭 맞는 것들이었다. 노동개악, 의료 민영화, 규제 완화, 노동자 투쟁 제압 등등.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너도나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막대한 돈을 내놓은 것은 이런 상황들을 의식해서였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부패와 비리 규모도 ‘글로벌’하다. 2016년 〈허핑턴 포스트〉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중동의 석유 산업에서 뇌물을 뿌리며 계약을 중개하는 컨설팅회사 우나오일과 삼성·현대 등이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들이 석유 산업 부패의 일부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독일의 지멘스는 전 세계적으로 1조 원이 넘는 뇌물을 뿌렸다.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대기업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정당이나 대선 후보에게 후원한다. 로비와 모금 등 합법적 방식이지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것이다.

자본가들은 이윤 경쟁에서의 상이한 이해관계 때문에, 경쟁 기업보다 자사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 결정 권한은 극소수에게 집중돼 있다. 평범한 다수 대중은 그 소수의 행동과 결정을 근본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자본가들은 중요한 법률과 규칙을 정하고 집행하는 국가 관료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삼성 X파일 녹취록을 보면, 삼성 이학수와 중앙일보 홍석현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더라도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주들에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에 드는 비용은 불필요한 지출이지만, 정계에 뿌리는 돈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이기 마련이다.

부패의 사슬 정권 말마다 정권과 기업의 유착이 폭로된다. 이들은 노동자 착취 강화의 공범이기도 하다. ⓒ출처 청와대

또한 ‘민영화’나 국책 사업 등의 정책 시행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이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기업들이 득을 본다. 이런 특혜를 보는 기업은 모두 정부 관료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기업이다. 자본가들은 이런 유착의 떡고물을 챙기지만, 노동계급은 민영화나 자본가들의 통제 강화가 낳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다.

자본가들은 경쟁 관계에 있으므로 특정 정책 결정이 미치는 유·불리가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제적·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부패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예컨대 행정부가 교체되거나 행정부의 통제력이 이완되는 임기 말에 종종 부패 스캔들이 터져 정권과 기업의 유착이 드러나기 일쑤다.

박근혜 정권 말, 노동계급과 피차별자들의 거대한 대중 운동이 순식간에 급성장했다. 대중 분노의 초점이 됐던 한줌 박근혜 일당이 수호하고자 하는 체제는 그 자체가 부패의 온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패가 사라질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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