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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최일붕 엮음, 책갈피):
차별과 착취에 맞서려 할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책

차별과 착취에 맞서는 투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하지만 투쟁이 특정 국면에 서면 논쟁이 벌어진다. 특히 운동이 기존 권력자들의 이익에 위협이 될 만큼 발전하면 지배자들의 반격과 그에 따른 운동의 방향을 두고 여러 세력(개인)들이 나름의 전략·전술을 본격적으로 제기한다.

가령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 때 즉각 퇴진이냐 탄핵이냐,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조기 대선 준비냐 노동계급 투쟁이냐 등 국면마다 여러 세력이 전술을 내놓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이는 상이한 전략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렇듯 전략과 전술은 운동의 전진과 후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 레온 트로츠키, 토니 클리프,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최일붕 엮음 | 책갈피 |2018년 |288쪽|14000원

무엇보다 혁명적 좌파가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계급투쟁에 개입해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려면 올바른 전략과 전술이 사활적이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특히 “혁명가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거나 반쯤만 예견한 복잡한 사태 발전을 다룰 때는 늘 혼란스러운 논쟁과 재조정 기간이 따른다 … 전략과 전술은 혁명가들이 계급투쟁의 여러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활동을 재편성하려는 시도”이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 투쟁에 개입한다.”

하지만 혁명가들에게 전략과 전술은 적들의 공격 태세, 우리 편의 객관적 조건과 자신감 등 현실의 구체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험 많은 혁명가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지금 공세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지 아니면 잘 지켜야 할 때인지, 제안된 두세 가지 투쟁 방법 중 하나를 채택해야 할 때 그 기준은 뭔지”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 잘못 판단하면 운동이 결정적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전략과 전술》은 이런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레닌은 “전술에 관한 결정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새로운 정치 사건들에 비춰 확인”하고 “[전술의 올바름을] 실천을 통한 검증 즉 현실의 계급투쟁 발전 경험에 비춰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개념과 교훈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것들이다.

특히, 혁명가들의 전략과 전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레닌과 트로츠키의 기여를 풍부히 다룬 3부 ‘레닌·트로츠키의 전략과 전술’과 5부 ‘대안 — 공동전선’은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의 엮은이이자 공저자인 노동자연대 최일붕 운영위원은 여러 나라의 역사적 사례뿐 아니라 한국의 풍부한 최근 사례를 통해 전략·전술의 개념과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최일붕 운영위원은 한국 스탈린주의자들의 주요 전략인 민중전선, 그리고 한국의 진보운동 내에서 흔히 나타나는 민중주의에 대해서도 트로츠키의 전략·전술의 개념을 적용해 탁월하게 설명한다.

혁명적 조직의 필요성

혁명가들에게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이유는 노동계급의 의식이 늘 복합적이고 모순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노조 파업을 파괴하는 구사대 구실을 하거나 우파 정당에 투표한다.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에 동참하거나 정부에 맞서는 투쟁에 나서고 그중 소수는 사회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노동자들의 의식의 불균등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투쟁적 소수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전략과 전술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균등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게 되면, 보통 때는 잘나가다가도 아주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분열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늪처럼 질척질척한 수렁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공동전선과 민중전선

역사적 사례를 들어 공동전선과 민중전선을 비교하고 분석적으로 설명한 부분도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민전선[민중전선]은 부르주아 정당까지도 포함하는 종합적인 계급 협력 전략이다. 인민전선은 자본주의 정부 수립 강령을 바탕으로 활동한다. 인민전선 속의 공산당은 동맹한 다른 정당들을 비판하지 않는다(또는 못한다.)” 한국에서는 “자민통계가 기층에서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인민전선, 즉 계급을 초월한 국민 연합”을 추구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낸다.”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 기간에 민중전선을 중시한 단체들이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심화시키기보다는 민주당과 공조해 입법 과제 성취하기를 중시하고, 노동계급의 요구와 힘을 앞세우길 주저한 것은 민중전선 전략의 난점을 보여 준 최근 사례이다.

반면 “공동전선은 특정 쟁점을 둘러싸고 운동을 일으킨다. 공동전선은 활동에 기초하기 때문에, 특정 쟁점을 둘러싼 싸움에서 혁명가들의 주장이 올바르며 개혁주의자들(적어도 그 지도자들)은 진지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천으로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트로츠키는 공동전선을 하더라도 “혁명가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언제든 비판할 자유와 자신들의 간행물을 만들어 선전할 자유, 필요하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은 오늘날 공동전선에 참가하는 혁명가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이다.

이 책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면서 빠질 수 있는 위험 요소인 추상적 선전주의, 중간주의, 초좌파주의 등의 문제점을 역사적 경험과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트로츠키의 ‘호황, 불황, 파업의 상호작용’은 혁명적 투쟁이 “경제 위기 때마다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고, 이를 이해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엮은이 머리말은 이 책의 의의를 이렇게 밝힌다. “전략·전술에 관한 책을 검색해 봐도 대부분 노동자들을 착취하거나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경영의 전략과 전술에 관한 것이거나 아니면 전쟁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차별과 천대 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지향하면서도 현재 벌어지는 운동과 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운동을 전진시키기 위한 효과적 전략·전술을 구사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