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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재학생·졸업생 138명 성명:
“탄력근로제 확대 이철수 교수 부끄럽다”

오늘(11일)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 138명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노사정 합의를 이끈 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철수 교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노동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경사노위에 참여해 노동개악을 추진한 이 교수에 대해 같은 학교의 학생들과 출신 졸업생들이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성명은 필자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윤민정 대표를 비롯한 22명의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이 공동으로 제안해 온라인 서명을 받은 것이다. 서명에는 학부 재학생 107명, 졸업생 21명, 대학원 재학생·졸업생 10명이 서명에 참여해 총 138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회대·사범대 학생회장과 전직 총학생회장단,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등도 함께해 뜻을 모았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단숨에 서명에 참여한 것은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개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이들은 먼저 탄력근로제 개악의 문제점들을 비판했다. 2016년 졸업생인 고(故) 이한빛 PD가 장시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 괴롭힘 때문에 자살했던 안타까운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공동체가 이런 아픈 기억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교수님께서 노동자들을 더욱 극심한 과로와 임금삭감으로 몰아넣는 결정을 주도하고 계시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고 지적했다.

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과로사 합법화 개악”이라며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합법적으로 과로를 장려하겠다는 것이 정말 노동법 학자의 태도가 맞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철수 교수는 2000년 당시 한 논문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주장에 대해 “[단위기간의] 6개월 허용만으로도 … 사실상 1년 단위를 허용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는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자고 하고, 도입 요건까지 완화하자고 한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이철수 교수의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폭로하며“교수님께서 어떤 권력을 좇고 계시기에 손바닥 뒤집듯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것인지, 학자로서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지 여쭙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고 꼬집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기로 한 노사정 합의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사용자들을 위한 합의’이자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합의”라며, 사용자들의 편을 든 이철수 교수를 규탄했다. 성명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안건의 경사노위-국회 의결을 반대합니다.” 하는 말로 끝맺었다.

문재인 정부는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가까이 되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온전한 주 40시간제가 아닌 ‘주 52시간제’를 시행해 놓고서는 이제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하에 탄력근로제 확대와‘맞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임금삭감까지 노리려는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에 대해 많은 청년·학생들도 반대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이건 아니다” 하며 경사노위와 이철수 교수의 노동개악 시도에 분개했다. 장시간 노동은 대다수 학생들의 부모세대가 지금도 겪고 있는, 또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와 경사노위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청년·학생들도 함께 반대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것이
노동법 학자의 역할입니까?
― ‘탄력근로제’ 합의를 주도한 이철수 교수님께 묻습니다

지난 2월 19일, 저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철수 교수님이 위원장으로 계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합의를 주도하신 교수님은 이번 합의가 “갈등과 시대적 과제를 해소”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고, 대다수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이를 ‘사회적 대화’의 첫 성과물로 추켜세우기에 바빴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이미 너무 오래 일하며 병들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현실화되면, 사용자는 현행법의 주 52시간제와 관계없이 최대 주 64시간까지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근로기준법이 누더기가 된 것입니다.

한국은 작년에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도 OECD 평균 1,763시간(2016년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이미 너무 오래 일하며, 이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번 합의마저 현실화되면,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원할 때 ‘월화수목금금금’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합니다. 이미 야근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이는 너무나 가혹한 처사입니다.

과로사나 업무 과로로 인한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택배상자를 든 채 쓰러져 죽었다’는 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 게임·웹디자인 등IT업계 노동자들의 급사·과로자살 소식은 이미 너무도 익숙합니다. 특히 우리 서울대 공동체는 지난 2016년, 동문인 故이한빛PD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유가족은 방송계의 관행인 장시간 노동과 괴롭힘을 사망의 원인으로 꼽으며 사측의 사과를 요구했고, 서울대 학생들은 함께 추모제를 열어 연대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이런 아픈 기억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교수님께서 노동자들을 더욱 극심한 과로와 임금삭감으로 몰아넣는 결정을 주도하고 계시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주64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을 일하다 죽게 만듭니다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는 노동자의 휴식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국제노동기구(ILO)협약은 오래전부터 각국에 주 40시간 노동제를 표준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표준은 이를 훨씬 웃도는 주 52시간제입니다. 이제 교수님 덕에 여기에 한술 더 떠 주 64시간 노동이 허용될 판입니다.

교수님께서 자랑스럽게 주도하신 이번 ‘합의’를 저희는 감히 ‘과로사 합법화 개악’이라고 평하겠습니다. 고용노동부는 ‘12주간 평균 60시간 노동’을 만성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기준으로 고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사노위 합의에 따르면 24주간 연속 주 64시간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됩니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합법적으로 과로를 장려하겠다는 것이 정말 노동법 학자의 태도가 맞습니까?

19년 전 교수님은 이미 논문을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6개월의 허용만으로도 계절적 사업 등에 있어서는 사실상1년 단위를 허용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하셨습니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하는 국가들도 ‘최대 근로시간이 1주 48시간 범위 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훌쩍 넘는 주 64시간 노동을 허용하자고 서슴없이 주장하십니다. 저희는 교수님께서 어떤 권력을 좇고 계시기에 손바닥 뒤집듯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것인지, 학자로서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지 여쭙고 싶은 심정입니다.

노동법의 존재 목적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경사노위가 과로와 임금삭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하시지만, 합의문에 따르면 이 보완책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무시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거나 약한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는 친사측이거나 유명무실해 유령 같은 존재라는 점을 교수님도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90%의 노동자들은 이번 합의로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노동계는 경사노위의 이번 결정이 노동조합이 없는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노조 없는 사업장이 문제라면 노조가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제대로 합의하면 된다며 이를 “노동계의 숙제”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노조가 “자기존재 부정”을 하고 있다고까지 비판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국가가 맡아야 할 책임을 방기하자는 주장에 다름아닙니다.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노동법의 근본 취지입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교수님께서, 취약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보호 문제를 무책임하게 떠넘겨서야 되겠습니까?

노동법의 존재 목적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사용자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노동자는 더욱 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경사노위의 이번 합의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사용자들을 위한 합의’이자,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합의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저희는 이철수 교수님께서 권력을 좇아 노동자를 사지로 내몬 노동법 학자로 기억되시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안의 경사노위-국회 의결을 반대합니다.

2019년 3월 11일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138인 일동

[학부 재학생(107명)] (가나다순)

강경희(사회복지16,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강민석(자유전공15) 강민선(사회18) 강재영(경제15) 건수(언론정보16) 고근형(조선해양15,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장) 고동환(경제16) 고민정(자유전공16) 곽태예(지구환경14, 빗소리 공동대표) 김경화(사회복지15) 김경훈(물리16) 김근호(언론정보15) 김민서(영어교육18) 김민선(윤리교육14, 前사범대 학생회장) 김민형(화학교육17) 김서연(사회복지18) 김선우(언론정보17) 김선재(사회복지18) 김세권(치의학 학사과정17) 김수윤(지구환경17, 관악 여성주의학회 달) 김수정(인류16) 김수환(경제학17) 김신우(경영15,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대분회) 김연주(자유전공16) 김인우(종교18) 김준서(물리교육17) 김지영(공예13) 김지혜(역사교육17, 관악 여성주의학회 달) 김채린(사회18) 김현서(정치16) 김현아(치의학17) 김현우(정치14) 김현우(언어13) 김형중(경제14) 김희지(철학15) 노하영(철학17) 박도형(지구과학교육18) 박민재(의예18) 박상욱(사회17) 박상현(서양사15) 박선아(사회복지17) 박성호(자유전공13, 前부총학생회장) 박수빈(경제16) 박지후(경제18, 사회대 학생회 인권사회팀장) 방승현(지리14, 前사회대 부학생회장) 백지은(정치외교16) 서가영(역사교육15) 서상욱(역사교육18, 사범대 노래패 길) 선경지연(미학17) 손지호(화학18) 송정민(정치외교17) 신귀혜(국사17, 고고미술사학과/공명반 학생회장) 신성민(국어교육15, 사범대 학생회장) 신영채(언론정보16, 前언론/꼼반 학생회장) 아인(정치15) 안유진(치의학18) 안철우(교육16) 안홍민(치의학) 양진영(사회17) 양현준(정치14) 유승우(물리16) 유혜리(치의학18) 윤민정(정치15,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대표) 이나경(윤리교육16) 이누리(사회15) 이동현(자유전공13) 이민주(사회17, 사회학과/악반 학생회장) 이승준(정치16, 사회대 학생회장) 이시헌(자유전공15,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예림(교육16 이예인(사회16,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이원우(교육14, 사범대 노래패 길) 이재현(서양사18, 정의당 서울대학교 학생모임 대표 직무대행) 이종진(국사13) 이태영(경제12) 이호근(언론정보15) 이효은(사회16힉번) 정세은(사회17) 정윤지(언론정보18) 정지수(국어교육19) 정진영(지리16) 정혜숙(교육17) 조성지(국어교육17,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조시현(경제15) 조준하(국어국문13) 차우형(자유전공16, 前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천인욱(사회19) 최다빈(사회19) 최승아(간호15) 최예령(사회16) 최용혁(정치15, 前사회대 부학생회장) 최인영(사회복지17, 사회복지/한길반 학생회장) 최종은(고고미술사학15) 하성창(경제16) 한만희(사회17, 사회대 부학생회장) 한성민(교육18, 교육학과 학생회장) 한송이(교육16) 한아름(언론정보18) 한예슬(윤리교육16) 허수빈(사회복지17) 허운(컴퓨터공학17, 관악 맑스주의연구회 맑음) 혜성(화학생물공학16) 홍류서연(사회17, 관악 맑스주의연구회 맑음) 황강한(사회14, 관악 여성주의학회 달)황운중(자유전공14, 前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황지현(경제18, 사회대 학생회 집행위원장) 희진(동양화전공15, 前미술대학 학생회장)

[학부 졸업생(21명)] (가나다순)

강지은(서양사06) 김강(윤리교육13) 김상국(컴퓨터공학04) 김상연(사회12, 前사회대 학생회장) 김윤혜(철학13, 前빗소리 대표) 김하경(사회11, 前사회대 학생회 집행위원장) 노상균(사회12) 박성현(지리10) 송유창(통계07) 이기중(서양사03, 정의당 관악구의원) 이병헌(사회복지03) 이주용(자유전공09, 前부총학생회장, 사회변혁노동자당 기관지위원장) 이지윤(인류07, 前총학생회장) 임수빈(조소11, 前부총학생회장) 장재용(정치외교15) 조승규(사회11, 반올림, 공인노무사26기) 조승현(컴퓨터공학08) 최선혜(영어교육00) 최우혁(경제13, 前사회대 학생회장) 하태승(정치10,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현동규(지구환경15)

[대학원 재학생·졸업생(10명)] (가나다순)

대학원 재학생강범창(대학원 화학부, 화학교육10, 정의당 서울대학교 학생모임) 손범준(대학원 수리과학부, 관악 맑스주의연구회 맑음) 유현미(대학원 사회학전공) 이승현(대학원 교육학전공) 이은진(대학원 법학과) │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김찬(법학전문대학원9기) 배지연(법학전문대학원9기, 前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학회장) │ 대학원 졸업생권창섭(대학원 국어국문학전공 석사) 김영돈(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통학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