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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미다스북스

 정병호

 자본주의 사회가 문제는 문제인가 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면받던 혁명가의 삶을 다룬 책들이 최근 널리 읽혀지고 있으니 말이다. 칼 마르크스의 생애는 바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삶이었다. 지금 이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마르크스는 현대 사회의 근본 문제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상가였다.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가 당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호흡하면서 여러 사상 조류를 재구성하며 마르크스주의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잘 보여준다.

변증법

 처음에 마르크스는 독일의 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면서, 헤겔의 법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베를린 대학으로 옮기면서, 헤겔 철학에 빠져들게 된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헤겔의 변증법은 사회의 고정된 형태보다는 그것의 변화 발전을 설명하려 했다.

 당시 급진 민주주의자였던 청년 마르크스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설명하려는 헤겔 철학의 신봉자가 됐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관념의 역사로 여기던 헤겔은 특정 민족과 문명의 정신을 변화의 동력으로 간주했다. 민족 내부의 갈등과 분열은 국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중재될 것이라고 헤겔은 파악했다. 이후 마르크스는 헤겔 철학의 혁명적 성격을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헤겔 철학이 "거꾸로 서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 유물론

 마르크스는 〈라인 신문〉 편집자로 있으면서 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라인 지방의회에서 도벌꾼 처벌법 강화 법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을 연구하면서, 산업자본가들과 봉건 토지소유자들이 모두 사유재산권을 유지하는 데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모젤 포도주 지역 농민들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경험은 마르크스가 인간 행동에 대한 물질적 이해 관계의 결정적 역할을 처음으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경험은 포이에르바하의 유물론을 만나면서 이론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 포이에르바하는 헤겔이 역사의 동적 요소라고 간주한 "한 시대나 문화의 정신이란 그 시대나 문화를 구성하는 현상 전체를 가리키는 간결한 이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즉, 정신은 현상일 뿐이므로, 헤겔의 주장은 "현상이 현상 전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변화를 강조하는 헤겔 변증법과 물질적 조건을 강조하는 포이에르바하의 유물론을 융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세웠다. 그는 헤겔처럼 관념론에 빠지지도 않았고, 포이에르바하처럼 인간 행위의 창조적 능력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즉 인간은 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주어진 물질적 조건의 제약을 받지만, 그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새로운 물질적 조건을 만들어 나간다.

 마르크스는 1843년부터 파리에 머물면서 조직 노동자 운동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사회 변혁에서 노동 계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아직 그것은 온정주의적이었다. 노동 계급에 대한 불명료한 생각은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사상과 영국 정치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연구하게 되면서 더욱 명료해진다. 이 연구를 통해 마르크스는 계급을 "사회 구조를 결정하는 생산 제도들 속에서 각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자신들의 삶이 결정되는 사회 내의 인간 집단"으로 규정하게 된다. 그는 계급 투쟁의 구체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단계에서의 생산력의 특성과 발전 정도"에서 비롯된 "사회적 생산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을 독점한 자본가 계급과 아무런 생산 수단을 가지지 못해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는 프롤레타리아트, 이렇게 양대 계급 사이의 투쟁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정치 활동과 경제학 연구

 노동 계급에 대한 신뢰는 역사에 대한 통찰에 근거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노동 계급 정치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1848년 유럽 혁명이 고양되자, 〈신라인 신문〉을 통해 혁명을 옹호했다.

 그는 봉건적 반동 정부의 타도라는 당면 목표를 위해 노동자와 급진 부르주아지가 잠정적으로 동맹을 맺을 것을 주장했다. 또한 독일 민주주의 혁명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즉각 전쟁을 벌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기대와는 달리 프랑스 공화정은 프랑스 노동자들을 짓밟았고, 혁명의 기운이 거세어지자 독일 부르주아지는 절대주의 러시아의 품에 안겼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상황을 접하면서 노동 계급의 정치적 독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1848년 혁명의 패배 이후 마르크스는 주로 경제학 연구에 몰두했다. 이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자본론》이다. "현대 사회의 경제적 운동 법칙"을 밝히려 한 이 저서는 산업화와 프롤레타리아트의 탄생, 착취의 본질과 자본의 재생산 과정, 자본의 집적·집중과 경제 위기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저술과 함께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 조직인 인터내셔널의 조직을 위해 말년을 보냈다. 인터내셔널은 이전의 조직들과 다르게 실제로 노동 계급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는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국제주의 정신을 인터내셔널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현실과의 대화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의 사상적·정치적 궤적을 충실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비록 마르크스주의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마르크스를 공정하게 다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 책은 사상의 발전이 주로 경험적 현실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충분히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마르크스의 사상 형성 과정에서 사상 자체가 나름의 발전을 한 것인양 서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인 신문〉에서의 경험이 마르크스 사상에서 어떠한 전환적 계기가 되었는지를 서술하지 않고 있다. 또한 마르크스의 노동 계급의 근본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강력한 노동 계급 투쟁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고 있다.

 마르크스는 "지상 최대의 추종자와 적을 거느린 ... 천년이 빚은 최고의 사상가"다. 이러한 찬사를 그의 천재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마르크스 사상의 절반은 현실이 가르쳐 준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가 창조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면, 마르크스가 발견한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난과 불평등, 소외 등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겪고 있는 현실을 바꾸는 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마르크스의 뜻을 이어받는 것이다.

《위험한 교과서》  타와라 요시후미, 역사넷

이원재

 지난 8월 16일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대표 니시오 간지는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의 채택률이 0.4퍼센트에 그쳐 처참한 실패로 돌아가자 "악의에 찬 포위망에 의한 광기 어린 방해 공작" 때문이라며 "4년 뒤 역사교과서 채택에서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밝혔다.

 니시오가 "악의에 찬 포위망"이라고 불렀던 우익 역사 교과서 채택 거부 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조직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21'다. '전국 네트21'은 '만드는 모임'이 교과서 검정을 신청한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전국 1천 곳 이상에서 강연회를 열어 우익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을 조직했고, '이것이 위험한 교과서다'라는 10엔짜리 팸플릿을 만들어 전국에서 25만 부를 판매했다. 이 팸플릿의 원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철저검증 ― 위험한 교과서》다. 이 책의 저자는 전국네트 21의 사무국장 타와라 요시후미다. 그는 "일본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운동을 조직해 여론을 움직인 일은 없었다"며 이번 우익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의 의의를 설명 했다. 타와라 요시후미는 '만드는 모임'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전쟁 국가 일본'을 지지하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 왜곡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운동은 단지 교과서의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네오 파시즘 운동을 저지하기 위한"것이다. 타와라는 "우익에 대항하는 운동과 조직이 빨리 확대되어"야만 우익의 진정한 목표를 분쇄할수 있다고 쓰고 있다. 출판노련의 활동가였던 그는 이 운동에 교직원 조합, 출판노련, 일본 공산당을 비롯해 일본 내 대부분의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의 참가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우익 교과서 채택 시도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일본의 우경화·군국주의화에 맞서는 투쟁의 시작일 뿐이다. 지난 8월 28일 일본은 16톤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맞먹는 위력을 가진 신형로켓 H-2A를 발사했다. 또 최근에 발표된 '일본 안전보장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한반도를 일본의 잠재적 위협으로 분류해 북한을 선제 기동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의 국방비는 세계 4위로 중국보다도 많다. 그런데도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1.8퍼센트 증가한 5조 2백78억 엔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군비증강과 고이즈미의 신사참배를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의 우경화는 동북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일본 기성 정치의 우경화 한가운데에서 우익에 대항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쓰여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일본 우익에 대한 분석과 각종 정보들은 일본의 현 상황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가》 힐러리 프렌치, 도요새

  공길숙

 생물학자들은 최근 수십 년동안 사라진 생물종의 규모가 6천5백만 년 전 공룡의 절멸 이후 최대라고 보고한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조사에 따르면 전 포유류의 약 4분의 1, 식물종의 약 13퍼센트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환경 파괴는 인간에게도 위협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과 상해의 4분의 1이 환경 파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7십만 명이 대기 오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이 책의 저자 힐러리 프렌치는 "생물학적 파괴의 배후에는 '세계화'라는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월드워치 연구소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세계화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하게 탐색하고 있다.

환경 파괴의 세계화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환경 파괴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IMF는 인도네시아에서 경제 위기 탈출 전략의 하나로 팜유 증산을 권장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팜유 생산의 급속한 증가는 인도네시아의 생태 보고인 열대림을 파괴했다.

 임산물의 자유 무역에 관한 WTO 협정안은 산림 파괴를 부추길 것이다. 이 협정안은 2002년까지 임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도록 돼 있다. 관세 철폐는 생산량의 증가를 낳을 것이고 이것은 산림이 그만큼 파괴된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경제는 곳곳에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이 선진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설립할 수 없는 공장들을 제3국에 세우기 때문이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미국의 다국적기업 유니온 카바이드의 농약 공장 저장 탱크에서 유독물질이 새어 나와 한 주 동안 6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무려 1만6천 명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들이 대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구를 순환하는데, 과학자들은 인도에서 북극까지 불과 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와 북극곰의 몸에서 DDT 같은 살충제나 폴리염화비페닐(PCBs)같은 독성 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결과들은 대규모 환경 재난일 것이다. 콜레라같이 사라진 질병들이 다시 등장하는 까닭도 기후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탄소 배출량은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말처럼 "세계무역기구(WTO)는 인간과 다른 종의 생명 권리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한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폐기한 이유다.

 자본의 세계화는 환경 파괴의 세계화다.

민영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모로 소개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주장은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면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료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제조 기술을 채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캘리포니아 전력 산업은 민영화된 뒤 고효율 에너지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1980년대에 비해 70퍼센트 감소했다.

 또, 국제협약과 WTO 같은 국제기구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WTO는 철저히 강대국의 편에서 움직이는 제국주의 경제 기구다.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보여주듯 강대국들이 국제협약을 무시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런 몇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유용한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공해 준다.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에코리브르

  김은영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에릭 슐로서가 패스트푸드 산업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추적한 보고서다. 저자는 맥도날드에 대한 꼼꼼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참깨가 송송 박혀 있는 먹음직스런 햄버거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친다.

 이 책의 부제 '패스트푸드가 당신의 생명을 노린다'처럼, 패스트푸드는 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음식이다.

 목축업자들은 값싼 먹이를 위해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였다. 1997년 8월까지 미국에서 사육된 소의 75퍼센트는 죽은 양과 소의 버려진 사체를 먹으면서 사육됐다. 이렇게 패스트푸드 업체는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를 햄버거용 고기로 사용해 왔다. 여러분들은 한창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 맥도날드 주가가 대폭 하락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로빈 쿡의 베스트셀러 소설 〈독 O-157〉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 소설은 한 외과의사 아들이 O-157 대장균에 감염된 햄버거를 먹고 신장과 시신경, 급기야 심장까지 파괴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끔찍하리만치 자세히 묘사한 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O-157 대장균으로 93년 이후 지금까지 50만 명이 고생하거나 수백 명은 사망했다."(268쪽) 비위생적이고 더러운 비육장과 도축장, 햄버거 고기 분쇄기, 제대로 익지 않은 고기는 대장균의 천국이다. 이 책의 9장 '햄버거 고기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를 읽으면 더 이상 햄버거를 입에 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십대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패스트푸드를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할까? "밀크세이크 기계 속에 들어 있는 바퀴벌레와 쥐떼들이 나와 햄버거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 놓기도 한다."(298쪽)

탐욕과 착취 위에 건설된 맥도널드 제국

 자본가들은 이윤이 줄어들까 봐 두려워 검역 시스템을 반대한다. 위생 시설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는 눈꼽만치의 관심도 없다.

 1967년 해외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현재 전세계 120개 국가에서 2만 8천여 개의 매장을 열고 있다. 거대한 맥도날드 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비위생적인 값싼 재료와 정경유착, 저임금 노동 착취다.

 오래 전부터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패스트푸드사로부터 많은 액수의 후원금과 재정 지원을 받아 왔다. "1972년 맥도날드사는 16세, 17세 직원 급료를 최저 임금보다 20% 낮게 지급하기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 닉슨의 재선거에 25만 달러나 기부했다."(55쪽)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종업원들의 훈련 과정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종업원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104쪽) 이 회사들은 고용을 창출할 때마다 세금을 공제해 주는 각종 연방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세금 혜택을 받았다.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과 달리 패스트푸드 식품 안전에 의지와 열의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가 모순되게 밝혔듯이,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 시절 "농무부는 회사의 '사업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오염된 육류가 어디에서 유통되는지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286쪽)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90퍼센트를 맥도날드가 차지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대부분 저임금 십대 노동에 의존한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 노조를 만들 때마다 맥도날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직장을 폐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맥도날드 제국의 탐욕과 착취는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활 수준을 하락시킨다. 그렇다면 사악한 맥월드에 반대하기 위해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너무도 쉽다. 사지 않으면 된다."(360쪽)

 그러나 사람들은 편리하고 값싼 음식인 패스트푸드를 자주 찾는다. 때문에 개인적 불매 운동보다는 패스트푸드의 비위생·저임금 착취·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대중 시위·노동자들의 파업과 결합돼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저자도 소비자들의 항의와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 맥도날드는 10여 년 동안 환경 운동가들의 끈질긴 시위와 문제제기로 인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폴리스티렌 용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358쪽)

 지난 8월 12일, 프랑스의 농민 운동가이자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인 조제 보베는 수천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남부 미요 지방의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식당 입구를 봉쇄했다. 비단 프랑스 농부들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환경 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교육자, 소비자 운동가 등 반세계화 활동가들은 맥도날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99년 한 해에만 23개 국가, 345개 도시에서 425건의 맥도날드 반대 행동을 했다.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저자가 직접 언급한 바는 없지만, 이 책은 맥도날드의 폐해McDollars(돈), McGreedy(탐욕), McCancer(암), McMurder(살인), McProfits(이윤), McGarb-age(쓰레기) ― 가 인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임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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