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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반대하는 주장들

반전 주장

"미국은 테러를 빙자한 전쟁을 즉시 중단하라"

홍근수/향린교회 목사

전 세계의 지성과 양심은 전무후무한 테러 피해를 입은 미국이 이에 대한 보복전쟁을 자제할 것을 간절히 염원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7일 미국은 마침내 ‘21세기 첫 전쟁’의 폭음을 울리기 시작해 소위 ‘테러 보복’ 전쟁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먼저 이번 참사로 비명에 간 억울한 많은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보내고 그들의 명복을 빈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오열하는 가족들과 일가 친척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내리기를 간절히 빈다.

우리는 이번 동시다발 테러에 여러 특징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지금까지 가해자의 위치에서 힘 없는 나라의 양민들을 무차별 학살해 왔던 미국이 처음으로 피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지금까지 테러나 전쟁은 미국 밖에서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미국 본토, 그것도 미국의 심장부에서 일어났다. 셋째는 미국과 전 세계가 한 패가 되어 빈 라덴이라는 한 개인과 맞서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빈 라덴은 파나마의 노리에가처럼 미국이 여태껏 지원하고 성장시킨 인물이다.

또 이번 테러는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와 군사주의 이념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왜냐하면 무적이라고 믿었던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이 테러 앞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천문학적 돈과 기계공학의 최신 지식과 기술을 쏟아부어 개발한 최신 무기 등이 이 테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테러 사건의 중요한 교훈은 군사력과 자본이 국가의 안전이나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방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테러 직후 ‘모든 형태의 테러를 퇴치하기 위한 연합체’를 구축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전 세계적인 환영과 지지를 받았다. 유엔과 나토, 다른 서방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잠재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까지도 테러를 당한 미국을 동정·지지하고 모든 필요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요구 조건을 내걸고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전쟁을 감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공동체가 동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미국은 보복전쟁에 참가하는 국가를 미국 편으로, 이에 참가하지 않는 나라들을 테러리스트 편으로 구분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에 상하 양원 합동회의 석상에서 전 세계를 향하여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테러리스트 편에 서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또 다른 테러인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 어찌 테러리스트 편이란 말인가? 테러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군사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들과 개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도 이들을 모두 테러리스트편이라고 모는 것은 냉전 시대에나 어울릴 흑백논리다.

동·서 냉전체제로 이념적인 갈등을 통해 이 세계를 공포와 힘의 균형으로 지배해 왔던 20세기는 붕괴했다. 인류는 새로 맞이한 21세기가 평화의 세기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테러를 이유로 새로운 종류의 냉전을 시작하려는 듯해 우리는 더욱 불안하다. 미국은 보복 전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무리 악성 테러로 미국이 초강대국의 체면이 손상당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지라도 보복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도덕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는 또 하나의 국가 테러 행위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밀한 폭격으로 민간인들에 대한 희생을 최소화한다고 공언했지만 오폭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전쟁은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

만일 미국이 테러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계속한다면 또 다른 피의 테러를 부르게 될 것이다. 이는 끝없는 테러와 피의 응징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기에 우리는 미국이 제발 자제하기를 촉구한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무덤 속으로 몰아 넣을 전쟁 놀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미국 시민은 “테러 직후에는 폭탄을 투하해서라도 테러분자를 제거하라고 요구했지만, 지금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평화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물론 여타 세계인들은 점점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고 있다. 날로 그 수도 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끔찍한 테러 참사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미국이 군사적·경제적 힘만 믿고 강경 일변도의 힘의 외교로 일관하다가 자초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은 인간의 정신적·도덕적·평화적 노력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기보다 오히려 군사적인 힘만 믿고 설치며 오만한 정책을 추구했다. 그러니까 미국은 이번 테러 참극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 동안 미국은 수많은 양민들을 죽였고 세계를 울음바다로 만들어 왔다. 미국은 과거에 한국·베트남·라오스·그레나다·엘살바도르 등에서, 최근에는 걸프 만·코소보·수단·아프카니스탄 등에서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했으며 그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했다. 이번 동시다발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의 생명은 매우 귀중하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자신이 그 동안 학살해 왔던 생명들과 이번 대아프카니스탄 폭격으로 희생되고 있는 생명들도 고귀한 생명들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 동안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간 테러 감행을 ‘회개’해야 한다. 미국이 이번 테러를 빌미로 보복 전쟁을 감행한 것은 단극체제 구축을 더욱 확고히 해 미국에 도전하는 그 어떤 나라나 세력도 제압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렇지 않다면 전 세계 공동체가 반대하고 있는 보복 전쟁을 감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초상난 집 같은 미국을 비난하거나 욕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동시다발 테러를 잘 수습하지 않고 군사적 보복을 계속하게 되면 이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테러와 전쟁의 악순환 속에 빠지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그 때에는 미국도 진퇴유곡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패배해 철수한 것과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하고 물러났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확산돼 가고 있는 현실을 미국은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군사적 힘만 믿고 큰 소리 치며 무력 행사로 일관하는 ‘카우 보이’나 ‘총잡이’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지성과 양심의 대아프가니스탄 전쟁 중단 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 전쟁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덤 앞에 꽃을 바치는 심정으로 말한다. 이번 미증유의 테러를 당한 미국이 군사적인 보복보다 겸허하게 회개하는 자세를 보이기를 바란다. 미국은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해 온 지금까지의 정책을 회개하고 앞으로 전 세계를 평화의 세계로 만들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라.

"테러와의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의 눈가립용이다"

이마드 앗딘 자우하르(명지대 아랍어과 교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정당한 군사적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이 사건을 아랍인들에 의한 테러라 단정하고 이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수사 결과 미국인이 저지른 범죄로 드러나자 보복이 아닌 법원의 판결에 맡겼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명확한 증거 제시도 없이 오사마 빈 라덴을 9월 11일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전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국제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만약 이번의 미국 공습처럼 국제법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고 다른 나라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이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반테러 전쟁이라는 허울좋은 이름 아래에 반대 세력을 공공연히 무력 응징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러시아 - 체첸, 인도 - 캬슈미르, 중국 - 이슬람 분리운동 세력 등). 미국은 이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기에 앞서 주변국에 수십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밀린 UN 할당금을 완납하였다. 이런 행위는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대한 눈가림용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국제 기구의 승인을 얻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런 비용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덧붙여 현재 미국 편에 선 국가들은 테러와의 전쟁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고려하여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전쟁이 지속된다면 국제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이 전쟁을 반테러 전쟁이 아닌 반이슬람 전쟁이라 여기고 있다. 실제로 부시는 이 전쟁을 (이후 사과했지만) 십자군 전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인들의 반미 테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 내뿐 아니라 아랍 국가 내의 반정부 활동이 늘어날 것이며, 미국과 서방 군사시설이나 공관에 대한 테러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아랍 국가 내 테러주의자들과의 전쟁을 치뤄야 하고 이는 국제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미국의 대외 정책은 자국에 이익이 되는 지역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또한 분쟁 지역에 개입하고도 분쟁의 위험을 근절하지 않고 오히려 불씨를 남겨둠으로써 그 지역에 미국 군대를 계속 주둔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라는 위협 세력으로부터 중동 보호’라는 구실을 만들어 두고는 중동 석유 확보라는 실리 추구를 위해 그를 제거하지 않은 채 전쟁을 끝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국은 역시 분쟁의 근원을 남겨둔 채 그것을 빌미로 계속 개입해 중앙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군 기지가 없는 중앙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호기를 만난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전쟁을 종전협정이 아닌 정전협정으로 이끌어 전쟁 재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수립에 대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아랍인들은 세계 최강의 국가인 미국이 국제적 분쟁에서 공정한 입장에 서 줄 것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의 기대와는 반대로 이스라엘을 군사·정치적으로 지원하며 아랍의 고충을 무시해 오지 않았는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사살과 미국에서의 테러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왜 미국은 수십년 동안 자행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테러는 눈감아 주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발은 테러라 규정하는가? 그뿐 아니다. 미국은 중동의 부패한 왕정과 군부를 지원하고, 중동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것을 저지해 왔다. 미국은 아랍 정치의 부패와 분열을 조장해 왔다. 그 한 예로 1994년 알제리 자유선거에서 이슬람당이 승리하자, 프랑스와 미국이 개입하여 선거를 무효화했다. 또한 대부분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매스컴을 통해 아랍 민족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왔다. 끝으로, 중동 문제와 테러에 대한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 무엇보다 다음의 것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 미국의 중동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 그리고 중동 국가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정착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민간인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덧붙여,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들의 사고 변화를 실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직 한국 사회에 깔린 아랍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이 있지만, 이 테러의 배후와 동기를 알고자 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노력들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미국 테러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젊은이들이 중동 문제와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멀지만 가까운 이웃으로서 아랍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에 대한 응답

세계적 책무를 다하는 과학자들(Scientists of Global Responsibility : SGR) 조정위원회 성명서

사이트 : www.sgr.org.uk 2001년 9월 11일

SGR은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으로 죽거나 다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SGR은 이번 테러 공격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며, 범인들을 색출해 법정에 세우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그러나 SGR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이 사건으로부터 전 세계 안보와 불평등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이끌어내야 하며 언론들이 이 문제에 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의 대응

미국 정부가 이번 공격에 분노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정부는 테러 행위를 ‘전쟁’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는 아프가니스탄의 소위 범인들에게 군사적 보복을 하기 위한 심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SGR은 이러한 행동이 긴장 상황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있으며, 그 결과 더욱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십자포화’를 맞고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미 서방의 원조 기구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내전과 계속된 가뭄으로 생겨난 피난민들을 버려두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미국의 위협으로 조성된 상황은 이미 이 지역에 상당한 고통을 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유엔의 원조 기구들이 보유한 식량은 이미 3주치밖에 안 남았다. SGR은 유럽 각국에게 미국의 성급한 행동을 말려 달라고 촉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들’

이번 테러 공격을 더 넓은 맥락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군비 지출은 대략 연간 1조 달러에 달한다. 반면 전 세계적 불평등도 증가해서,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빈곤 상태에서 살아간다. 전 세계를 결코 안전하게 만들 수 없는 이런 군비 지출은 대략 14만 명을 죽게 만든 1991년 방글라데시의 홍수나 3만 명을 죽게 만든 1998년 베네수엘라의 산사태처럼 점차 증가하는 자연 재해에 투입되는 훨씬 더 작은 액수의 돈과 비교해 봐야 한다. 이런 현실은 세계의 통화 공급을 통제하는 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길 뿐이다. 세계무역센타는 이런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물리적 상징이었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선발된 대상에 한해서만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몇몇 아랍 국가들은 비난했지만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에게, 소련에 대항한 전쟁 때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게 무기를 공급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미국의 명백한 이중 잣대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사일 방어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가 9월 11일의 테러 공격과 미국에 대한 다른 테러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GR을 포함하여 미사일 방어 체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관되게 이 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깡패 국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미국을 더욱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SGR은 전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불안전하게 만드는 세계적인 무기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 체계를 포기해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테러에 이용되는 생화학 및 핵융합 물질

이번 사태는 테러 위협의 영향력과 예측 불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생화학 물질이나 핵 물질을 이용하여 위협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그럴 지도 모른다. SGR은 모든 국가, 특히 미국에게 올해 생화학 무기 조약의 강력한 집행 체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대한 조치들을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 문제에 관한 최근의 협상들이 실패했지만 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보여 준 상업적 관심이 장애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소련이 붕괴한 뒤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융합 물질의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남아공 같은 나라조차 자신들이 만든 모든 핵융합 물질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시인한다. 1991년에 핵무기에 반대하는 과학자들(Scientists Against Nuclear Arms)(SGR의 전신)은 재처리된 핵연료가 무기 재료로 전환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저명한 핵과학자 프랭크 버나비는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SGR은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핵융합 물질을 몰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연료의 재처리를 제한하거나 재빨리 중단시키는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다. 1970년대에 핵연료의 재처리를 중단시킨 미국으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전 세계의 시선이 딴 데로 쏠리고 있는 사이에 셀라필드 목스 공장을 승인하려는 영국의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 이 계획은 훨씬 더 위험한 플루토늄을 테러리스트들이 쉽게 탈취할 수 있게 할 위험이 있으며, 완전히 불필요하고 위험한 전 세계 플루토늄 수송망(항공편 수송 포함)도 필요하게 만든다. 최근의 테러 공격은 핵 발전소 자체가 테러리스트의 목표가 되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 지역 ― 파키스탄과 인도 ― 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핵무기가 극단적인 집단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한다. 이번 테러 공격으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테러리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그 범인들을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법정에 세우기 위해 국가간 협력을 증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런 행동을 낳는 원인들 ― 종교적·문화적 편협함,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 을 줄이는 주요 조치들을 취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21세기 벽두에 우리가 논의해야 할 주요한 주제는 테러리즘의 결과에 보복하는 부정확한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테러리즘을 낳는 이러한 근본 원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