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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전술의 아쉬움

12월 17일 시위에서 한국 시위대는 매우 규율 있었고 전투적으로 수와 장비 면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홍콩 경찰과 맞서 영웅적으로 싸웠고, 홍콩 경찰은 과잉진압으로 대응했다. 우리는 재판을 앞두고 있는 14명의 동지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그런데, 과연 인적이 드문 WTO 회의장 앞 도로에서 홍콩 경찰과 몸싸움하는 데 집중한 것이 과연 가장 효과적인 행동이었을까?

국제 동원의 규모가 총 3천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만의 물리력으로 회담 진행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현지 대중의 행동을 고무하는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번 반 WTO 시위 기간 동안 한국 참가단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홍보했지만, 그 방법은 적극적으로 행동을 조직하기보다는 삼보일배 등 주로 홍콩인들을 수동적 지지자로 삼는 것이었다.

물론 홍콩인들의 반응은 좋았다. 한국 참가단은 16일 도심 상가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벌여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마찬가지의 행동을 17일에 조직해서 18일에 있을 집중시위에 참가하라고 호소하는 것이 더 올바른 전술이 아니었을까?(사실, 16일 한국 참가단 집회 사회자는 17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집회가 있을 거라는 광고를 내보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18일 시위에 한국 참가단이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무려 1만 명이나 참가한 것이었다. 이것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은 규모였다.

이것은 한국 시위대가 연행된 것이 사람들의 동정심을 샀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17∼19일까지는 연행자에 대한 인권유린 등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여론도 ‘폭력 시위’에 압도돼 진압 자체에는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위대의 대의에 동의했기 때문에 18일 시위에 참가했던 것이다.

따라서 17일 시위가 현지 동원을 고무하는 방식이었다면 18일 시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행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대략 12월 17일 밤 10시 이후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고 전원을 체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저항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 때문에 일단 체포에 조용히 응하자”라는 권고를 사회자로부터 들었고, ‘다함께’ 참가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권고를 따랐다.

그러나 막상 경찰서로 연행된 후 경찰이 강제로 플라스틱 수갑을 채우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항의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뿔뿔이 각 경찰서로 흩어진 후에는 효과적인 항의 행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날 홍콩 경찰은 과잉진압을 했고, 거의 1천 명을 연행하는 부당한 짓을 저질렀다. 우리는 이런 부당한 연행에 저항하거나 최소한 스크럼을 짜고 순순히 잡혀가지 않는 것이 올바랐을 것이다. 이를 통해 연행 후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 규율 있고 전투적으로 경찰들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우리를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의 일부라도 언론에 보도된다면 홍콩 정부가 우리를 마녀사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명분도 훨씬 옹색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