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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평 빌라가 좁다고 불평하는 이회창

114평 빌라가 좁다고 불평하는 이회창

김덕엽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은 월세 9백만 원짜리 1백14평 고급 빌라에서 살았다. 빌라의 매매 가격은 20억 원이 넘는다. 전세비만 해도 10억 원이다. 이회창의 가족은 이런 집 세 채를 쓰고 있었다. 이회창과 이회창의 아들은 24개월 동안 월세 한 푼 내지 않았다. 민주당의 실세인 권노갑은 정·관계 인사들이 몰려 사는 동부 이촌동의 신동아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한 채에 10억 원이다. 권노갑은 이 아파트를 시가보다 2억 원이나 싸게 사 엄청난 시세 차익을 남겼다. 호화 빌라가 문제되자 이회창은 “트집 잡을 게 우리 집밖에 없나.” 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에 질세라 권노갑은 “집사람이 가게 운영과 계를 해서” 이만큼 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국민 1인당 평균 주거 공간은 4.3평이다. 이회창 가족은 1인당 52평을 주거 공간으로 쓰는 셈이다. 지난 2월 서울 지역의 집세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싼 집을 찾아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서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전세에서 월세로, 월세에서 사글세로 옮겨야 했다. 운동장만한 빌라에 살면서도 “손님 접대하기엔 집이 좁다”는 이회창이 치솟는 전세·월세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까. 이런 자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을까.

부의 불평등과 이회창 특유의 특권 엘리트적 태도 때문에 한나라당은 인기 하락과 내홍을 겪고 있다. 200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택 보급률은 98.3퍼센트인 반면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전체 54.2퍼센트이다. 부자들이 두 채 이상 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지출에서 차지하는 주거비의 양극화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하위 2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월 소득에서 28.6퍼센트를 주택 임대료로 쓴다. 상위 20퍼센트는 월 소득에서 10.1퍼센트만을 주택 임대료로 쓴다. (“상위 20퍼센트”라는 범주는 최상위 5퍼센트의 소득과 지출을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전세 대란”, “집값 상승”이라는 말에 투기꾼들과 임대업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동안 집 없는 사람들은 천정부지인 주거비에 허덕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