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정당,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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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3월 14일에 ‘다함께’가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한겨레〉 논설위원인 손석춘 씨가 한 강연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토론회에는 무려 6백50명이 참가했다.
우선,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미국은 여러분의 삶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계속 미칠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죠. 지난 1월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악의 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악의 축”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 데 이어 오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라크의 후세인을 축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이른바 ‘핵 태세 보고’가 신문·방송에 보도됐습니다. 이것은 북쪽을 어떻게 보느냐, 반북이냐 친북이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미국
미국의 패권주의
전혀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을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1910년에 일본 제국주의에 몽땅 빼앗겼습니다. 나중에는 자기 이름, 우리말까지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일본과 우리가 전쟁을 했습니까? 우리가 전쟁에 져서 식민지가 됐습니까? 전쟁 한 번 안 하고 식민지가 됐습니다. 당시 지배 세력이 그냥 도장 찍어 준 겁니다. 그리고 그 때 미국과 일본의 밀약에 의해서 우리는 식민지가 됐습니다. 미국은 필리핀을 먹고 일본은 조선을 먹기로 합의한 겁니다. 우리는 제대로 총 한 번 쏴 보지도 못하고 나라를 넘겨 줬습니다. 왜 그렇게 됐습니까? 당시 조선의 지배 세력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했고 무능했습니다. 민중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습니다. 선비, 지식인은 정치는 더럽다며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그냥 나라 빼앗긴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친미의 뿌리
얼마 전에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에서 “모두 쏴 죽여라”라는 걸 방영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의 양민 학살을 다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KBS, SBS, MBC는 하나같이 그런 방송은 안 합니다. 학생들이 주한 미군 철수와 부시의 사과를 요구했을 때,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나 독일 총리 슈뢰더, 프랑스의 죠스팽 총리가 만약에 대한민국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장기수로 복역하고 있을 겁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향하면, 반성문 쓰면 풀어 주겠다고 나올 겁니다. 그러면 어느 신문은 절대 풀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하겠죠.
투쟁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
대학 4학년생들은 지금 청년 실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별로 안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실업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일단 결혼을 못 해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가정을 꾸리지 못합니다. 뭐 함께 노숙자가 되겠다면 결혼해도 되겠지만 이건 불가능한 얘기죠. 이게 엄혹한 현실입니다. 여러분이 4년 뒤에 진출할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자본주의는 아무런 사회보장 제도가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실업자가 돼도 굶어죽지 않습니다. 첨단 의료시설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병도 돈이 없어서 치료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게 한국 자본주의입니다. 고교평준화도, 의약분업도 “사회주의적 발상”, 빨갱이로 몰아붙입니다. 전교조 선생님한테도 색깔 공세를 폅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 하자고 싸웁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 운동을 벌입니다. 그런 싸움을 벌일 때 학생들이 도와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메랑이 돼 여러분 자신에게 갑니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 주5일 근무제 같은 것이 바로 여러분의 문제입니다. 하루 8시간 일을 하는데 4시간 일을 하면 두 사람이 필요한 거죠. 일자리 나누기입니다. 일자리 늘리기입니다. 실업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린 지금 주5일 노동제도 안 돼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40대가 되면 전 세계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40대가 됩니다. 노동시간이 가장 깁니다. 브라질·아르헨티나·필리핀도 주5일 근무제 된 지 오래입니다. 과로사로 지금도 하루 평균 1.5명씩 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11월에 노사정위에서 주5일 근무제 어렵게 타결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000년 11월 7일
그러자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장과 경호실장을 안가에 불러서 술 마시며 대책을 의논합니다. 경호실장 차지철이 탱크로 쓸어 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설마 대통령이 그랬을까? 하지만 박정희는 이미 1970년대 중반에 학생들을 처형한 자입니다. 여기서 ‘처형’은 은유가 아닙니다. 자기에게 물러나라고 했다고 해서 ‘인혁당’이라는 조직 사건 만들어 대법원 판결 바로 다음 날 처형했습니다. 그런 작자가 지금 추앙받고
노동시간의 역사
모든 역사가 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야 주5일 노동제 이야기하죠. 프랑스는 주4일 노동제, 그리고 일각에서는 주3일제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5일 노동제 된 지 옛날이구요, 주4일인 데도 많습니다. 우린 주5일 노동제 하자고 해도 반대하고 나섭니다. 우리하고 경제 규모가 다르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그 나라에서 주5일제를 도입했을 때가 우리 나라의 GNP보다 낮았을 때였습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우리는 8시간 노동제가 당연한 거라고 알고 있죠? 당연한 거 아닙니다. 100년 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하루 8시간 노동하면서 제발 인간답게 살고 싶다.” 미국의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입니다.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이어 평화적인 행진을 합니다. 미국 경찰은 그런 평화 행진 대열에 발포를 하고 사제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경찰 당국은 노동조합 지도부가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서 자작극을 벌이고 사제폭탄을 터뜨렸다고 발표합니다. 언론은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합니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