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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출범의 의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출범의 의미

공길숙(전공련 교선부장)

3월 2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 기본권을 빼앗긴 지 50여 년 만의 일이다. IMF 관리체제 이후 공무원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같은 직권 면직과 임금 삭감 그리고 연금법 개악의 고통을 겪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 10만여 명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1998년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하 전공련)을 결성해 노동 기본권 쟁취를 위해 싸웠다.

최근 정부는 7개월 동안 끌어 온 공무원 노동조합에 관해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단체 도입 방안’은 공무원노조 도입안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체결권이 빠진 교섭권만 허용해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힘을 거세하려 한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조차 쓸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단체 도입 방안’은 구속과 해고의 위협을 무릅쓰고 싸워 온 전공련과 90만 공무원 노동자들이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다.

지난해에 세 번이나 열린 공무원 노동자들의 집회는 노동조합을 향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열망을 잘 보여 줬다. 6월 창원에서 열린 공무원대회 이후, 검찰은 전공련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부를 물러서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전공련은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일정에 기대지 않았다. 전공련은 공무원노조 건설을 위해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조직해 왔다. 대규모 집회와 투쟁은 정부를 압박했을 뿐 아니라 공무원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현재 전공련 소속 직장협의회는 조합원 가입 서명과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7만여 명의 결의서명을 받았고 노조 건설 기금을 4억 2천만 원이나 모금했다. 특히 직장협의회에 가입이 금지된 부서의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해 노동조합 건설의 높은 열의를 보여 주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출범식 장소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전공련은 마지막 대의원대회를 열어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하는 전국 단일조직으로, 조합원 자격의 제한 없이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 대상이 40만 명이라는 거대한 규모만으로도, 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노동조합의 출범은 부패한 공직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클 것이다. 2001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4.2로 OECD 가입국 중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권력형 부정·부패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공직 사회 내부 자정과 감시자로서의 공무원노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건설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출범은 한국 사회의 진일보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