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생계비 위기와 국가 탄압에 맞서 항의가 분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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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청년들이 대중 항쟁의 불을 당겼다. 대통령 루토가 이끄는 케냐 국가의 야만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청년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케냐 보안 당국은 앞서 6월에 시위대 16명을 살해했고, 7월 7일 “사바 사바”(스와힐리어로 ‘7·7’) 시위에서는 최소 31명을 살해했다. 부상당한 사람도 100명이 넘고, 532명이 체포됐다. 이와 별개로 보안 경찰이 아무런 제재 없이 납치한 사람들도 있다.

한편 루토는 계속해서 시위대를 악마화하고, 경찰들에게 “시위대의 다리를 쏴서 부러뜨려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런 천인공노할 탄압이 즉시 끝나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또, 루토는 즉시 퇴진해야 한다.
재정 법안 반대 운동
케냐의 거리 항의 운동은, 지난해 청년 수십만 명이 재정 법안에 반대해 거리로 나섰던 역사적 항쟁의 뒤를 잇는 것이다. 지난해 재정 법안 반대 운동은 대규모 노동계급 투쟁의 맥락 속에서 벌어졌다. 당시 ‘케냐 의료종사자·약사·치과 노조’(KMPDU)와 항공노조가 민영화(사기업화)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다. 또한 농촌의 농민들은 카르텔들의 토지 수탈과, 종자·비료를 무기화 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었다. 도시의 빈곤한 노동자들, 특히 여성들도 항쟁에 가담한 바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빈민의 세금 부담을 늘릴 재정 법안을 루토가 발표했는데, 이것은 노동자, 여성, 청년에 대한 전반적 공격이었다. 케냐 모든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항의에 나섰고, 그 절정은 지난해 6월 25일 청년들이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돌진한 것이었다.
당시 국가의 대응은 최근 몇 주간 그랬듯이 무지막지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었다. 운동을 짓밟기 위해 방위군이 동원됐다. 루토는 운동을 “반역 행위”라고 부르며 결국 분쇄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운동은 물러서지 않았고 재정 법안 철회뿐 아니라 루토 퇴진까지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일보 후퇴해 재정 법안을 철회했지만, 관련 긴축 조치는 유지됐다. 노동자와 청년들의 생활수준은 악화된 반면, 권력자들은 부패한 부로 이룬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했다.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은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렸는데, 지난달 경찰서 유치장에서 초법적으로 처형된 블로거 알버트 오쥐왕이 그런 경우다.
오쥐왕 살해에 항의하고, 재정 법안 반대 운동 1주년(의사당으로 돌진한 6월 25일이 기념일이다)을 기리는 것이 현재 항쟁의 배경이다.
케냐인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는 루토가 대선 당시 빈민과 젊은 전문직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루토 정부는 한 줌의 부자들과, 서방 제국주의의 아프리카 경비견으로서 그 이해관계만을 대변했다.
빈곤한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삭감됐다. 실질 임금은 하락했고, 인구의 압도 다수에게 삶은 잔혹하고 열악한 것이 됐다.
청년들은 대규모 행동 외에는 현실을 바꿀 길이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들의 이런 자신감은 많은 사람들을 고무하고 있고, 꺾이지 않고 있다.
전 부통령 리가티 가샤구아를 중심으로, 지배계급의 한 분파는 2027년 선거를 앞두고 운동을 포섭하려 한다. 청년들은 지배계급의 어떤 부분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의 대규모 시위 분출 전에도, 2023년 재정 법안에 반대하는 비교적 소규모 시위가 벌어진 바 있는데, 이를 이끈 인물은 친자본주의 공식 야당의 일원인 라일라 오딩가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루토의 운동 탄압을 지지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케냐 노동자와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커져가는 저항 정서는 아프리카와 세계 도처에서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청년들은 경제적 고통, 정치적 억압, 경찰 탄압에 맞서 일어섰다.
경제적 고통의 비밀은 자본가들과 그들의 기업들이 누리는 부에 있다. 오늘날 사회적 불평등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다. 세계의 한줌의 사람들이 가진 부만으로도 세계의 빈곤 전체를 없앨 수 있다. 자선사업 재단이나 그 옹호자들의 말과 달리 부자들은 결코 자신의 부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작동 방식 자체에 있다. 즉, 자본가들은 마지막 한 치의 이윤까지 노동계급에게서 뽑아내고, 사람들의 삶이나 지구의 온도보다도 이윤의 증대를 우선시한다.
자본주의는 세계적 체제이다. 제국주의는 체제의 DNA에 아로새겨져 있다. 아프리카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각축장이 돼 왔다. 케냐의 루토 정부를 포함해 아프리카 정부들은 세계은행, IMF 같은 국제 금융 기관에 갈수록 의존적이 돼 왔다. 그 기관들이 추구하는 정책, 즉 규제완화·민영화·자유화 등이 추진됐는데 자본의 증식을 위한 노동 착취와 토지 약탈을 거들기 위한 것이었다.
케냐 청년들은 루토의 재정 법안이 IMF의 각본집을 베낀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미국은 케냐를 비(非)나토 특별 동맹으로 지정했다. 케냐 국가는 동부·중부 아프리카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이익을 핵심적으로 지키는 경비견이자, 아프리카 전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러시아 제국주의에 맞선 방벽 구실을 한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자본가들은 제국주의 이해관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들 자신이 자본가이고, 제국주의 편에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으로도 이득을 얻는다. 케냐와 아프리카 전역의 노동자와 청년, 착취와 차별받는 사람들 모두가 해방을 이루려면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케냐 청년들은 그 해방을 위한 길을 보여 주고 있다. 파업과 대중 시위, 반란, 대중의 힘과 혁명이 바로 그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배계급(억만장자와 기성 정치인, 군부)의 모든 부분에게서 독립적인 정치 조직이 필요하다.
해방을 위한 요구
아프리카의 사회주의자들은, 탄압에 맞서 굳건히 저항하는 노동자, 청년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다음을 요구하고 있다.
- 정치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대중 조직들의 단결: 학생, 노조, 사회 정의 센터, 지역사회 조직들, 농민들, 여성운동이 시위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루토가 대표하는 착취자와 억압자들의 계급을 물리칠 수 있다.
- 살해당한 시위 참가자를 위한 정의 구현: 국가는 살해당한 사람들 모두에 책임져야 하고 그 유가족들에게 배상하라. 보안 경찰이 억류하고 있는 시위 참가자를 모두 석방하라.
- 조직 노동운동은 청년 시위대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케냐의 노동조합들이 시위대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운동의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조합원들에게 무기한 총파업을 명령한다면 대중을 적대하는 케냐 국가에 엄청난 압력이 될 수 있다.
- 루토 퇴진, 노동자와 청년들로 이뤄진 임시정부 수립: 루토는 권좌에서 즉각 사퇴, 퇴진해야 한다. 케냐의 혁명적 청년과 일반 노동자들로 이뤄진 노동자·청년 임시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 투쟁 심화와 연대 강화: 아프리카의 노동계급과 청년들은 케냐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이는 제국주의에 맞선 혁명적 반자본주의 투쟁의 불길을 키우고, 이 땅의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존재로서 자력 해방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