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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가 역전할 수 있을까?

슈뢰더가 역전할 수 있을까?

해외 좌파 저널에서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과 미국식 기업 탐욕 둘 다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슈뢰더는 경쟁 상대인 보수파 에드문트 슈토이버와 벌인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유엔이 승인하더라도 군사 개입에 분명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린 자유 시장 정책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슈뢰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파산과 약자에 대한 약탈은…우리 독일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또, “사회 정의가 살아있는 한 이 나라는 여전히 강력할 것이다.” 하고 말했다.

이러한 좌선회는 전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를 좇아 온건한 친 기업 정책을 추진해 온 기존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다. 그의 공약에는 기업들과 중간계급의 입맛에 맞춘 대규모 세금 감면이 있었다. 그리고 좀더 최근에 슈뢰더가 지지한 계획은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임시직 일자리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슈뢰더는 이런 조치들이 독일의 실업률을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1996년 이래로 경제는 매분기 고작 0.3퍼센트 성장한 반면 실업자는 4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 강력한 독일 금속노조(IG Metal)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였다. 그들의 분노는 주로 슈뢰더 정부를 겨냥한 것이었다.

독일 통일 뒤 더욱 가난해진 구 동독 지역의 작센안할트 주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지방 선거에서는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20퍼센트로 하락했다. 이것은 민주사회당(PDS:구 동독 공산당)이 얻은 것보다 적은 수치다.

이탈리아·프랑스·포르투갈·네덜란드의 중도 좌파 정부들이 선거에서 패배하자 슈뢰더 역시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바이에른 주지사이자 기민·기사 연합(CDU/CSU)의 지도자인 에드문트 슈토이버는 올해 내내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다.

이민자들을 쫓아내자고 주장하며 낙태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강경 우파 슈토이버는 노동계급의 지지를 얻기 위해 “따뜻한 보수”를 선거 운동 모토로 삼았다. 슈토이버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은 매우 비슷해졌다.

그러나 지난 8월 대홍수라는 재앙이 닥치자 슈뢰더는 수재민 지원과 재건을 위해서 기업에 유리한 감세 조치를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변화는 노동계급 유권자들과 좌파에게서 환영을 받았다. 또,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감지한 슈뢰더는 조지 W 부시에 반대하는 강경 노선을 취했다.

슈뢰더가 승리한다면 시장과 전쟁을 열렬히 지지하는 유럽 좌파 정당들은 정책 변경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슈뢰더가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슈뢰더와 독일 외무장관인 녹색당 요슈카 피셔는 나토(NATO)가 세르비아를 상대로 벌인 전쟁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그들은 히틀러가 패망한 뒤 최초로 독일 전투 부대를 해외에 파병했다. 지금 독일 군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 평화유지군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사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을 체포해 왔다.

그러나 이제 슈뢰더는 널리 퍼진 반전 분위기를 이용하기 위해 미국이 준비중인 대 이라크 전쟁을 “모험”이라며 비난한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악용해 지지를 얻으려 한다. 또, 경기 침체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번 선거는 앞으로 독일 정치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