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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악안 철회하라
강철구
9월 8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국회에 제출할 ‘선거공영제’안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선거공영제’가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것을 막아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치르기”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한 핑계다.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 사항과 기부 금액을 공개해야 하는 액수와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 액수 제한은 현행법과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것은 신생 정당의 진입을 막기 위한 규제 조건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선거 기탁금이 5억 원에서 무려 20억 원으로 올랐다. 현재 기탁금도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개정안이 겨냥하는 ‘군소 정당’이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 정당임을 보여 준다. 재벌 2세 정몽준이 20억 원이 없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할 리 없다.
선관위는 또 정강 정책 신문 광고를 국가가 부담해 주는 대상과 공영방송사 무료 연설 대상을 원내 교섭단체 정당으로 제한했다. 이것은 진보 정당을 가로막으려는 선관위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애초 이 기준은 전국 득표율의 5퍼센트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지난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 8퍼센트를 획득하자 새로운 제한책을 급조해 냈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은 후보자의 길거리 유세도 금지했다. 거리 유세 금지는 진보 정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음식점이나 관광 버스에서 돈 뿌리는 게 주된 선거 운동인 기성 정당과 달리 진보 정당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결국 이번 ‘선거공영제’안은 진보 정당의 발에 족쇄를 채우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9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선관위와 기성정치권이 결탁, 선거공영제라는 이름으로 ‘선거독점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과 사회당 등 모든 진보 진영이 선거법 개악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연대 투쟁하겠다고 나섰다. 선거법 개악 시도는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지배자들은 노동자 정치 활동을 가로막아 노동자들이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려 한다.
모두 힘을 모아 ‘부자들의,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에 의한 정치’만을 허용하겠다고 선포한 저들의 시도를 좌절시키자.
주5일 근무제 개악을 좌절시켜야 한다
김태훈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 예고를 이틀 앞둔 9월 3일, 경제5단체는 국내 모든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이 광고에서 기업주들은 “노동계 요구대로 하면 연간 휴일·휴가일수는 143∼173일(남성), 155∼185일(여성)이 된다. 이렇게 많이 쉬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하고 주장했다. 기업주들은 “185일이면 1년의 반이 휴일이다.” 하고 호들갑이다.
이것은 순전한 거짓 통계다. 기업주들은 전체 노동자의 12.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정규직 여성 노동자, 그 중에서도 한 직장에 11년 넘게 근무한 특수한 경우를 들어 외국과 단순 비교했다.
한국 노동자들의 실제 휴일수는 일본(135일)은커녕 멕시코(126일)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2천4백47시간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일이 나온다.…주5일 근무제가 도입돼도 8시간 노동일 기준 휴일수는 85일에 불과하다.”(민주노총, OECD 2002년 자료를 재구성)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사장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9월 5일 발표한 정부 입법안은 전체 노동자의 58.6퍼센트에 달하는 30인 미만 작업장 노동자들을 주5일 근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안은 애초 노사정위 공익위원안(2007년까지 4단계로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에서 출발해 3차례에 걸쳐 후퇴했는데, 모두 사장들의 요구만 수용했다. 임금 보전도 포괄적인 원칙만 명시했기 때문에 힘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주5일 법안은 노동 조건을 개악하는 내용들로 뒤덮여 버렸다.
주5일 근무제 개악에 맞서 다함께 싸워야 한다.
병원 파업 경찰력 침탈
김용석
정부는 9월 11일 파업 112일째를 맞이한 경희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의 파업 농성장에 전투 경찰 28개 중대 4천여 명을 투입했다. 4백91명의 농성 조합원과 파업 지지자들이 사지가 들린 채 끌려나갔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이 경찰이냐”며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다. 연행 과정에서 경희대 학생이 코뼈가 부러지는 등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은 “병원장에게 공권력이 성당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며 성당에서 십자가를 붙들고 있는 조합원까지 폭력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유치장에 조합원들을 가두면서 브래지어가 자살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며 벗으라고 강요했다. 또, 조합원들에게 반성과 복귀를 강요하는 진술서를 쓰라고 한 것도 모자라 ‘업무복귀각서’를 내밀고 서명하면 훈방, 서명하지 않으면 불구속 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의료원에서 나왔느냐?”고 항의하며 각서 쓰기를 거부했다.
경찰은 “노사간 자율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체포영장 발부자 검거를 위해 부득이 공권력을 투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백일이 넘는 파업 기간 동안 직권중재를 핑계로 협상 자체를 거부해 온 것은 병원 측이었다. 심지어 “경찰병력이 투입돼 파업을 진압해줄 것이기 때문에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이 투입된 9월 11일은 오후 3시 명동성당 백남용 주임 신부와 노조 집행부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리고 경찰력 투입 이틀 전 관계부처 차관들은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을 찾아와 추석 전까지 대화로 풀어 보자고 했다. 한편에서는 협상을 하는 척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경찰력 투입을 지시한 것이다.
노동 운동 전체에 대한 공격
정부의 경찰력 투입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김대중의 지지도는 바닥을 달리고 있었고,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잇단 참패를 당했다.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 문제로 감옥에 가 있는 등 부패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미국 경제 침체와 맞물린 남한 경제 위기의 불안감도 존재했다. 재계는 주5일제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노동계의 주장에 밀려 근로시간 단축 비용을 전적으로 기업에 전가한다”라며 김대중을 공격했다. 또 정부가 재계의 입장을 대폭 받아들인 주5일제안에 대해서조차 “중재안을 받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라고 김대중 정부를 압박했다.
김대중은 병원경찰력 투입 이전부터 노동자들을 계속 공격했다.
8월 19일 특정 지역 노동자의 노동3권을 전면 박탈하는 내용이 담긴 경제특구법안, 9월 5일 주5일제 도입을 빌미로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악안, 9월 8일 진보 정당을 표적으로 삼은 선거법 개악안, 9월 9일 분유값도 안 되는 월 20만 원 수준의 탁아 보조금으로 육아휴직을 대신하는 방침, 9월 10일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조합법안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조치들과 함께 병원 파업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찰력 투입은 보건의료 노동자들뿐 아니라 노동 운동 전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 평소 훈방 처리하던 것과 달리 이번 연행자들 대부분에게 불구속 조치를 취해 탄압을 전혀 늦출 생각이 없음을 비쳤다.
연행된 노동자들은 13일 새벽 경찰서에서 풀려나오자마자 대부분 재집결지인 명동성당과 경희대학교로 다시 모여 파업 대열을 유지하고 있다. 경희대의료원 노동자들은 경찰력이 투입된 이후 복귀자가 2명 생겼지만, 오히려 복귀자 중 다시 파업에 동참한 사람도 2명이 있었다.
병원 노동자 파업이 승리하려면 연대 행동이 시급하다. 한 경희의료원 노동자는 “경찰력이 들어오기 전에 보건의료 차원에서라도 파업이 진행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이 잡혔다가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보건의료 노동조합은 9월 25일 국정감사 기간에 맞춘 간부들의 투쟁, 10월 16일 연대 파업이 계획돼 있다. 민주노총 유덕상 위원장권한대행은 14일 종묘집회에서 경찰 병력 철수, 책임자 처벌, 특별근로감독실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2일 보건의료노조 상경투쟁에서 고신의료원 노동조합은 파업중인 조합원들이 버스 8대를 빌려 집회에 참여하는 연대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김대중은 이미 하반기 노동자 투쟁에 선제 공격을 가했다. 이 투쟁을 막아 내야만, 다른 문제들에서도 김대중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