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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미국이 있다

두 개의 미국이 있다

사라 장 - 미국 시카고 지역 반전위원회 활동가

지난해 9·11 테러 사건 뒤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는 핑계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0월 7일로 1주기를 맞았다. 미국이 1년 동안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결과는 무엇인가?

1년 동안 1만 톤이 넘는 폭탄이 떨어져 수천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학살당했다. 미국의 꼭두각시 하미드 카르자이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미국 가스회사 유노캘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들어왔다. 영국의 〈가디언〉 기자 조너선 스틸은 2만 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폭탄 투하의 간접 결과인 굶주림·추위·질병으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술 더 떠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부시 독트린”을 발표했다. 기본 내용은 미국이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는 권리(핵무기까지 이용해 다른 국가의 “정권 교체”까지 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적용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경쟁 세력을 예방할 수 있는 권리, 미국의 경제·군사 정책을 완전히 결합시켜 미국 자본이 군사력 우위를 등에 업고 원활한 시장 확대를 꾀할 권리를 주장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멈출 줄 모르는 독선과 오만은 전 세계에서 분노를 사고 있다. 9월 28일 런던에서 열린 반전 집회는 영국 역사상 30년 만에 40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런던 시위가 있은 바로 다음 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0만 명이 모인 반전 집회가 열렸다.

그런데 많은 언론 매체들은 마치 모든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의 “보복전”에 동참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많은 미국인들이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전쟁의 구실로 내세우곤 한다. 갤럽 여론 조사를 보면, 아직도 미국인 53퍼센트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여론 조사는 아주 왜곡돼 있다. 이 여론 조사의 질문들은 전쟁이 벌어지면 얼마나 많은 이라크 민간인이 죽을지, 미국이 전쟁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세금을 쓸 것인지, 전쟁을 시작하면 미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기름값 인상 등은 얼마인지 언급하지 않는다. 그 질문들은 “당신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든가, 미국인에게 9·11 테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라크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대량 살상 무기”로 미국을 공격한다고 가정한 채 던지는 질문들이다.

미국 정부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월 6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는 미국 노동자 계급의 반격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 시위를 조직한 “낫 인 아워 네임”은 “투쟁 선언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에 사는 우리는 미국 정부가 우리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불의에 저항할 책임이 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우리는 이것을 현실로 만들 것을 맹세한다.”

이 시위는 미국 전역의 36개 도시에서 10만 명을 동원하는 쾌거를 낳았다. 9·11 공격이 있은 뉴욕에서만 3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반전 시위에 모였고, 로스앤젤레스에서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전 시위에 참가했다.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각각 1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 외에도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3천 명, 샌디에고에서 7백50명, 부시의 고향인 텍사스 주의 오스틴에서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알바니와 필라델피아의 시위대들은 그 지역 상원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다가 모두 구속됐다. 시카고 시위에 참가한 3천 명의 노동자와 학생들은 “엑손모빌·BP(브리티시 페트롤리움)·쉘 [이 셋 모두가 석유 회사들] 너희들, 전쟁할 거면 지옥에나 가라!”, “헤이 부시, 우리는 너를 안다. 네 아버지도 살인자였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가장 인기있던 구호는 “위싱턴의 정권 교체!!”였다. 이 구호는 부시가 주장하는 “이라크의 정권 교체”를 비꼰 구호로 일요일 시위에서 각광을 받았다.(다른 구호로는 “석유를 위해 피를 흘릴 수 없다”, “아모코를 위해 전장에 나가 살인하지 않겠다”, “부시의 인종 차별적 전쟁을 중단시키라” 등이 있었다.)

반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시의 전쟁에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 타임스〉 10월 7일치 전면에 실린 여론 조사는 미국 노동자 계급의 요구들이 피에 굶주린 전쟁광 부시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이 여론 조사에 참가한 미국인 대다수는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인데도 정치인들이 이라크 전쟁에 너무 많은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선거 후보자들에게 이라크 전쟁의 가능성을 듣고 싶은가 아니면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듣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70퍼센트가 경제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대답했다. 단 17퍼센트만이 전쟁에 대해 듣고 싶다고 대답했다.

부시는 국외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한편, 국내에서 노동자 계급을 겨냥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을 핑계로 이슬람 교도와 중동 출신 노동자와 학생 들을 마녀사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부 지역 항만 노동자 파업을 미국판 노동악법 태프트-하틀리 법을 이용해 공격했다.

서부 항만 노동자들의 투쟁은 새로운 기계 도입으로 일어날 대량 해고에 반대해 노동자들이 태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1999년 이후 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을 만큼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해 왔다. 항만 노동자들의 투쟁에 사장은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포틀랜드의 반전 시위대는 항만 노동자 파업에 연대해, 파업중인 노동자들을 지나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모두 나와 반전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것은 조직 노동자 계급이 반전 운동에 참가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조직 노동자 계급 운동과 반전 운동의 결합, 9·11 사태 뒤 거의 사라졌다가 얼마 전 위싱턴에서 다시 시작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 반대하는 운동과 반전 운동의 결합은 반전 운동을 확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길이다. 미국 노동총연맹(AFL-CIO)은 아직도 부시의 대 테러 전쟁에 파란불을 켜 주고 있지만 지역 단위 노동조합 간부들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월 10일 의회는 부시의 무력 사용안을 승인했다. 이번 의회 승인은 미국 정치인들의 처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 이 안은 2백96 대 1백33으로 통과했다. 부시의 전쟁을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소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부시의 무력 사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파인 양 떠들어 대던 다수파 지도자인 민주당 상원의원 톰 대슐도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면서, “우리는 이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후세인이 가지고 있는 대량 살상 무기를 없애기 위한 것임을 전 세계를 향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고 부시와 똑같이 말했다. 1991년 걸프전에 반대한 민주당 상원의원 딕 게파트도 이미 부시의 전쟁 준비팀에 가담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런 전쟁광들의 전쟁 계획에 맞서 미국의 노동자와 학생 들은 오는 10월 26일 워싱턴에서 전국 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http://www.nowaroniraq.org, http://www.nowarnoway.org, http://www.noiraqattack.org)

지난 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10만 명 규모의 반전 집회들을 볼 때 10월 26일에 있을 전국 집회는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미국 정부의 전쟁에 반대하는 워싱턴 시위에 조직적으로 참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는 미국 지배자들과 반대다. 미국 노동자들과 세계 노동자 계급의 연대 투쟁만이 미국의 피비린내 나는 제국주의 전쟁을 멈추게 할 실질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