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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와 함께 투쟁하자

초유의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운동 내 급진 좌파들이 연대 투쟁체를 건설했다.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에는 전진, 노건추, 노동전선,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 민주노동자연대, 사노련, 다함께 등 2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노동운동 내 좌파가 공동 투쟁을 위해 이렇게 광범하게 연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경제가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해고·임금 삭감 등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부와 기업주들의 시도를 막으려면 광범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2월 8일 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을 결정한 공투본은 이미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조직 노동자들이 용산 철거민 사망 항의 투쟁에 앞장서 싸우자는 호소를 담은 유인물 9만 부를 전국의 작업장에 배포했고 서울 지방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간담회를 거쳐 마련된 공동 요구안에는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활수준을 실질적으로 지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는 급진적 대안들이 채택됐다.

정식화된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 요구 1. 경제공황 하에서 모든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활권 보장
    •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 생활임금 보장
    • 청년실업자 등 모든 실업자에게 일자리와 안정된 생존 보장
    • 모든 노동자 민중에게 교육, 의료, 주택 무상 공급
    • 신용불량자, 파산자, 도시빈민 등 빈곤층 생존권 보장
    •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 차별철폐, 노동권 생존권 보장
    • 임금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1일 6시간 법정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 요구 2.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조정 기업의 사회적 통제
    •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조성을 노동자 민중 전가 반대와 사주재산 환수, 경영권 박탈 등 자본 책임
    •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기업에서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 보장
  • 요구 3. 사회공공성 확대 강화 및 사회적 통제 강화
    • 공공, 금융부문 사유화 시장화 중단
    • 은행국유화 등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적 통제 강화
    •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투기 금지
  • 요구 4. 노동자 민중 탄압과 제국주의 전쟁 중단, 이명박 정권 퇴진!

물론, 많은 단체들이 모여 이런 요구를 정식화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운동이 제시해야 할 중요한 요구 사항인 부도 등에 의해 직장 폐쇄나 대량해고를 단행하려는 기업을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는 일부 단체들의 반대로 아직 요구 사항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 간 경쟁이라는 절대적 조건” 때문에 국유화해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노동자투쟁연대는 “자본가 권력 안에서의 국유화에 대한 환상과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실 앞에 ‘국유기업이나 사기업이나 마찬가지’라는 식의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경제 공황 시기에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라는 요구로서 국유화는 현실적인 요구다.

정부를 강제해 이런 요구를 쟁취하려면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할 텐데 바로 그 투쟁의 한가운데서만 노동자들은 더 낳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일부 요구들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사회진보연대는 “불황기[에]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고,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 요구로 제기할 경우 운동역량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고용-임금 빅딜 구도에 말리기 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노동자 투쟁이라는 변수를 놓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등의 요구를 쟁취할만한 거대한 투쟁이 벌어진다면 그 투쟁 속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런 반격을 가만히 지켜볼 리 없다.

물론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이런 양보를 받아들이려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럴 때 투쟁을 회피하는 지도부를 거슬러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공투본 같은 투쟁 기구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공투본의 활동이 왕성해질수록 이런 논쟁은 더 자주 벌어질 듯하다.

경제 공황이 더 심각해지고 개혁주의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이런 좌파 연대체가 갑자기 수많은 노동자들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 위기 시기에 가장 전투적인 노동자들의 열망을 대변해 싸우면서 전국적 투사들의 네트워크 구실을 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1998년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민주노총 1기 지도부가 물러나고 좌파적 지도부가 선출된 일이 있었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은 공투본이 올바른 투쟁 전술을 채택해 운동을 발전시키고 급진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에 상당한 기반을 갖춘 조직들과 함께한다면 현장 투사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일정한 구실을 할 수도 있다.

‘공투본’은 지역 조직도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 울산에서는 간담회가 진행됐고, 다른 곳에서도 간담회를 추진 중이다. 3월 중 출범식을 진행할 계획이고 2월 14일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앞서 오후2시에 집회를 열기로 했다.

공투본의 계획과 활동에 적극 참가하면서 경제 위기와 고통 전가에 맞선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활성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