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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대의원대회 보고:
싸울 수 있다는 열기 속에 투쟁을 결의하다

2월 16일~17일에 개최된 전국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심화하는 경기 위기 속에서 이명박과 자본가들의 공세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 뜻깊은 자리였다.

GM대우 비정규직 이대우 지회장은 “경제 위기로 올 3월이면 비정규직들이 대대적으로 쫓겨날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금속노동자 단결과 총고용을 쟁취하기 위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도 투쟁을 호소했다.

“지금 재벌들은 곳간에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있다. 그런데도 1998년보다 더 처절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2~3월이 되면 실업자가 들끓을 수밖에 없다. 이런 힘들을 모아내야 이명박을 꺾을 수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권이다. 올해는 이명박의 기를 꺾어 놓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1998년처럼 내줄 것 다 내주고 당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

‘금속노조 2009년 투쟁방침 확정 건’ 통과를 앞두고 강력한 투쟁을 주문하는 대의원들의 질문과 주장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필요하다면 불법 파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다른 대의원은 “파업을 결의하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하고 주장했다.

‘월급제로 생활임금 쟁취하자고 하는데 경제 위기 직전에 특근과 야근이 포함된 비용이 기준이냐 아니면 현재 이런 것이 삭감된 비용이 기준이냐’ 하는 질의가 있었고, 정갑득 위원장은 경제 위기 이전 급여가 기준이라고 답했다.

비정규직 대의원들의 투쟁 호소도 대의원대회를 빛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김상록 대의원은 현장 활동가들의 투지를 보여 줬다. 그는 “일 년 안에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그러면 자본과 언론은 비정규직의 분노의 총부리를 정규직에게 돌리려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총부리를 정부와 자본에 돌릴 수 있도록 하고, 대대적으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함께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자” 하고 주장했다.

인지콘트롤즈 파업 투쟁의 1차 승리

고무적이게도 전투적인 현장 활동가들이 발의한 급진적 안건들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공황의 책임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전가, 고통전담에 단호히 맞서 싸운다.” “어떠한 형태의 양보교섭도 반대하며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한다. 미조직 비정규직과 비조합원들까지 포함하는 원하청 공동투쟁을 조직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현장발의안이 비록 통과되진 않았지만 무려 39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4월까지 금속의 모든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해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는 고용안정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전면 총파업에 나서자”는 현장발의안도 32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나아가 고무적이게도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노조 가입 운동과 원하청 공동투쟁 그리고 금속의 모든 사업장에서 현장 거점 천막농성 투쟁을 전개”하자는 매우 중요한 현장 발의안이 통과됐다.

금속노조 지도부의 원안 자체도 훌륭한 요구들이었다. 금속노조는 “최저생계비 인상, 실업급여 수급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국민기본생활 보장과 모든 해고 금지 및 총고용 보장, 주35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기업 잉여금 사회 환원, 투기자본 규제” 등을 2009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해 실제적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 인지콘트롤즈지회 파업 투쟁의 전진은 갈 길을 보여 주고 있다. 인지콘트롤즈지회는 노조 탄압과 직장폐쇄에 맞서 5일부터 전면파업을 하고 있었고, 이에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18일부터 연대 총파업을 경고했다. 현대차 부품업체들이 다수인 경주지부의 연대파업은 현대차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었다.

결국 18일 새벽에 인지콘트롤즈 사측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물러서야 했다. 강력한 파업과 연대 파업 예고가 1차 승리를 낳은 것이다.

이번 금속노조의 대의원대회와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성과는 정부와 자본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하지만 않으려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 투지를 모아 투쟁을 건설하는 과제가 현장 활동가들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