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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201](루비살롱, 2008):
록음악 본연의 재미, 검정치마

지난 2008년 11월 첫 앨범 [201]을 발표한 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인디팝 밴드 검정치마는, 이 데뷔작을 통해 이제껏 국내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들던 형태의 펑크록을 들려준다. 영미권의 멜로디컬한 기타팝과 트렌디한 개러지 펑크를 잘 이해해 감각적으로 편곡한 이들의 음악은, 그래서인지 ‘한국 음악 같지 않게 세련된’ 튠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곤 한다.

검정치마의 음악에는 70년대 뉴욕 펑크나 90년대 캘리포니아 펑크씬을 환기하는 복고적 색채가 녹아 있으면서도, 더 좁게는 90년대 중후반 이후 홍대에서 발현한 ‘조선펑크’나 ‘모던록 1세대’의 영향도 짙게 배어 있다. [201]의 수록곡 중 “Kiss And Tell”, “상아”, “Avant Garde Kim”과 같이 간들거리거나 꽤 익숙한 가락처럼 들리는 곡들이 그렇다.

검정치마 [201](루비살롱, 2008)

허나 그럼에도 검정치마는 한국 인디씬의 ‘지배적 정서’라 할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나긋나긋하며 소녀적 감수성이 듬뿍 묻어나는 ‘주류 한국 인디’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를테면 대중적이면서도 꽤 ‘개혁적으로 들리는’ 음악색을 불어넣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밴드의 리더 조휴일은 자신의 자유분방한 보컬과 편곡 방식을 잘 활용하고 있고,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노랫말과 그 발성도 새로움을 더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음반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인디팝을 충실히 복습한 한국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타이틀곡 “좋아해줘”를 비롯해 “Antifreeze”의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는 좀처럼 한국 인디에서 듣기 힘들던 실루엣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인기곡 “강아지”의 파워팝 사운드도 유독 산뜻하게 들린다. 블루스록이 가미된 “Stand Still”이나 슈게이즈 팝넘버 “Tangled” 등의 곡들도 완성도 있게 다가온다. 이렇게 이들의 음악은 ‘감성(만)으로 축축이 젖은’ 국내의 주류 인디 음악들보다 한결 가볍고 정제된 느낌으로 록음악 본연의 재미를 제공한다.

검정치마는 한국의 록도 충분히 다양한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동시에, 예쁘장하고 감수성 짙은 음악만이 아니라 좀더 다채로운 음악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뭐든 경쟁적으로 팔아야만 존속할 수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문화시스템에선 다양성과 창조성보다 선정성과 상품성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지한 음악애호가라면, 다채로운 예술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고민하고 주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와 욕구)는 진정한 다양함이 인정될,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와 평행선을 긋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