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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기독교인으로서 〈레프트21〉과의 만남을 자축하고 싶습니다

사이비(?) 기독교인으로서 〈레프트21〉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의 종교관으로 보았을 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세상이 바로 참다운 좌파적 사회 즉, 이상적인 사회주의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좌파적 사고방식은 원론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사고방식이며, 이는 예수가 추구했던 가장 이상적인 기독교사회의 교범이다. 성경에서 보듯이 초대 교회의 기독교 신도들은 정말 이상적인 사회주의를 실현했었다.

그러나 그 기독교가 곧 정치권력자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국교로 채택되면서 급격하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치와 종교가 완전히 분리되면서부터는 종교권력자의 입맛에 맞추어 또다시 왜곡되고 변질됐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신의 보편적인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도’의 의미마저 무시해 버렸으며, 결국 권력자들은 스스로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예수의 참뜻을 교묘하게 바꾸어 버렸다. 성경은 수없이 가감삭제, 수정 및 각색됐고,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요상망칙한 교리까지 만들어 신자들에게 강제로 주입했으며, 예수의 고귀한 사랑은 가면을 쓴 장사치와 욕망에 휩싸인 권력자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한손에 성경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살육과 파괴를 일삼는 폭군까지 만들어냈다. 이 모든 왜곡과 오류는 십자군 전쟁을 위시해 수많은 종교전쟁과 마녀사냥, 폭력으로 시작해 욕심 때문에 결국 실패로 끝난 공산당혁명,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유럽 이주민들의 대학살, 지나친 아집으로 인한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등등 너무 많은 상처의 역사를 인류에게 남겨 주었다.

사랑으로써 인간을 변화시켜 이상적인 창조주의 세상을 만드려고 했던 것이 예수의 참뜻이었지만 아마도 사랑의 가면만 썼을 뿐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 우리들 욕망의 덩어리인 인간의 보편적인 한계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결코 실현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참신앙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왜곡되지 않은 참된 좌파의 사고를 가지고 사랑으로써 참으로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예수의 요구였고 또 참그리스도인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구에서도 인간답게 살아가는 잘사는 나라들이 모두 스스럼없이 좌파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면서 평화와 사랑으로 화합하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을 사회 전체가 제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더욱 특이하다. ‘좌파’라는 말에 있어서 너무나 민감하고 일면 적대적이다. 너무 짧은 역사의 수레바퀴 궤적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몰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나라의 근대사는 너무 왜곡됐다. 역사를 큰흐름의 하나로 봐야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나누어서 지배자의 편향된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친일파 매국노들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인 이승만과 미국에 열성적인 기독교인으로서 열심으로 충성했다.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이나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부쳐 처형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승만에 의해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거나 6.25 전쟁이 끝나면서 미국 유학을 한 후에 다시 이 땅에 브레인으로서 돌아와 숭미사대주의자로서 영원한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승만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독교인으로 변신한 친일파들을 내치지 못하고 권력의 요직으로 받아들였으며 이는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우여곡절 끝에 이 땅의 대통령으로서 18년 동안 권좌에 있으면서 빨갱이를 미워하도록 가르쳤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결국 우리 나라에서 좌파 혹은 빨갱이를 외치며 눈을 부라리는 소위 우파들은 미국의 왜곡된 성서근본주의 개신교(안타깝게도 이들이 우리 나라 개신교 전체의 95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의 맹신자들이거나 개신교인으로 급변신한 친일파 잔재들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도 급격하게 몰락해 가는 성서근본주의자들은 조작된 성경과 교리를 광적으로 맹신하는 불쌍한 영혼들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왜곡된 민족신 야훼를 향한 성서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참된 그리스도와 창조주를 향한 진리근본주의자라면 예수의 참사랑를 실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이슬람, 도교 등등 모든 사람들의 종교가 폭력과 파괴를 일삼지 않고 인류에 대한 평등과 사랑에 근거하는 한 모두 다양성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한 정치사상적으로 좌파, 우파 따지며 반목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모두 같은 사랑을 외치는 기독교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사이비가 아니라면 결국 모든 종교와 사상의 목표는 같다. 사랑과 평화가 넘침으로써 천국으로 변한 육신의 현실적인 세상과 영혼이 영원히 안식해야 할 창조주의 진리의 세상인 것이다. 즉, 도달해야 할 산의 정상은 한 곳이지만 그 곳에 이르는 길도 많고 그 기점도 모두 다르듯 그저 다양할 뿐이다. 사람들의 얼굴은 물론 성격과 재능이 모두 다르듯 단지 다양할 뿐이다. 새는 좌우의 두 날개로 난다. 이들 모두를 각자의 양심과 이성과 자유의지로써 선택하고 행위하도록 배려한 것은 자비로운 창조주의 오묘한 섭리다. 또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그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진정으로 이상적인 사회주의 세상이다. 그리고 이를 표방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좌파적 사상인 것이다.

2009년 6월 뜨거운 눈물이 가슴속에서부터 마구 솟구치던 날, 〈레프트21〉은 서울광장에서 우연히 나의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인간사에 있어서 결코 우연은 없다. 따라서 내가 〈레프트21〉을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고, 또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나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어쩌면 현생에서 내가 꼭 풀어야 할 나의 업이요 소명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파라고 하는 인간들의 행태가 밉다. 특히 자타칭 극우라고 하는 이들은 더 하다. 사실 진정한 우파라면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북한의 동포까지 한울타리로 모아놓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미국이나 일본의 이익보다는 우리 나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의 권력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화살을 모든 북한 동포들에게 쏟아붓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이익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더 배려하고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런 자칭 우파 혹은 보수파에게 동조하면서 선량한 서민들을 괴롭히는 자들도 밉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는 뜨거운 가슴이 없다. 차가운 머리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러나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때 그들의 영혼과 또 그들에게 고통받는 숱한 선량한 영혼들이 너무나 불쌍하다. 가슴이 아리고 저며 온다.

고통스럽지만 이 모든 것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해 주신 창조주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내가 살아가는 목표, 사랑해야 할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해 준 〈레프트21〉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레프트21〉의 무궁한 발전을 염원한다. 아울러 참다운 세상, 모든 생명과 자연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세상, 서로 머리가 아닌 가슴을 맞대고 소리굽쇠처럼 다른 생명들과 공명하면서 살아가는 세상, 마주보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세상, 그래서 결국 모두들 천국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 이 분단된 땅 위에 실제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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