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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냉대와 차별이 부른 죽음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한 회원이 지난 4월 25일 자살했다. 이 사회에서 동성애자가 자살을 택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세상에 지쳐 죽음을 택하는 성적 소수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그가 죽음으로써 말하고자 했던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이 사회의 냉대와 차별이다. 그는 몇 번이고 동인련 활동가들에게 열심히 싸워줄 것을 당부했다. 그의 소원인 동성애자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에겐 절망할 시간이 없다. 그를 잊지 않는 것은 그와 함께 동성애자해방을 위해 열심히 싸우는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를 더 당부하고 싶다. 자살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자살이 아니라 투쟁이 필요하다. 죽은 이가 이것을 알면서도 자살을 택한 것은 우리를 정말 슬프게 한다.

우리는 죽은 이의 유언을 이어 청소년보호법에서 동성애 조항이 완전하고 시급하게 삭제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5월 3일 추모의 밤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는 똑같은 죽음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승우(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

[아래는 그가 남긴 유언의 일부다.]

한국의 동성애자들에게

언젠가는 …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난 이승에서 사는 게 싫어서 이렇게 떠나가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을 보람되게 사세요. 난 여러분들이 유황불 심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도 ‘하느님의 자녀’니까요. …

내가 죽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나 죽은 걸 비난할 사람이 있을 것이란 추측 때문입니다.

“더러운 호모 새끼 그래 잘 죽었다. 애미 가슴에 못질하는 불효자. 낙오자, 못난 놈, 목숨을 끊다니…”

날 비난하는 사람들. 그들이 울타리 안에 잘 길들여진 양이라면, 난 울타리 밖에서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양일 뿐입니다.

난 그저 편히 쉬고 싶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형과 누나들,

다들 수고하세요. 나 먼저 갈게요. 형, 누나들의 수고가 다음 세대의 동성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 잊지 마시구요.

아, 홀가분해요. 죽은 뒤엔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나는 동성애자다.”라고요.

더 이상 슬퍼할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고통받지도 않아요.

아,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내가 무능력한 건지 이 세상이 나랑 안 맞는 건지 … 죽은 뒤에라도 시집도 내고, 시인이 된다면 행복하겠죠.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 매체 규정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다고 봐요.

몰지각한 편견과 × 같은 사회가 한 사람을, 아니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반성경적 반인류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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