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결정하고, 미국·영국·프랑스를 주축으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오바마는 인도주의라는 말을 강조하며, “우리 민주주의의 가치가 공격받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 사회가 지금까지 한 말이 공허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위선적인 말에 정말이지 구역질 난다.

지난 3월 1일,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벌이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토군은 작전 수행 중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9명을 죽였다. 카불에서 대중이 저항하자 그제야 나토 사령관이 사과했다. 이 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해에 폭로한 이라크 전쟁 관련 미군 기밀문서를 보면, 이라크 전쟁으로 사망한 이라크인 수는 10만 9천 명이며, 그중 62퍼센트가 민간인 사망자였다. 이라크 전쟁은 대량학살무기와 이라크에 자유를 가져다주겠다면서 벌인 전쟁이었다. 대량학살무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고, 미국은 대량학살무기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전쟁의 명분은 지금 리비아를 침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고, 그 속내 역시 서방이 중동의 패권과 석유 등 자원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의 자유주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는 이번 군사 개입을 ‘국제사회’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군사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군사개입[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국제연합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작전이 국제연합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엘에이타임스〉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국적군의 모델임을 강조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은 유엔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심지어 〈조선일보〉가 지적했듯이 “군사개입의 정도는 약하지만 국제연합의 분쟁 개입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이 많다.” 이미 이 국가들은 여기저기서 자원과 지역 패권을 얻기 위한 제국주의적 개입을 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도 미국과 프랑스가 개입하고 있다. 대신 여기서는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가 총대를 메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코트디부아르에는 향후 20년 동안 매일 20만 배럴을 캐낼 수 있는 석유와, 다른 광물자원이 있다. 이런저런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을지언정, 그 안에는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이 놓여 있다.

또한 지금의 군사개입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던 것처럼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낳으며, 리비아에서 혁명이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군대가 카다피뿐만 아니라 벵가지 같은 반군이 통제하는 곳도 공격할 것이며, 이것은 쟁점을 전혀 다른 데로 돌려놓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것을 바라겠지만 말이다.

예컨대 벌써부터 카다피가 다시 한 번 반제국주의의 중심인물로 부상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이번 군사개입을 통해, 얼마나 빨리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고 리비아가 “정상적인” 체제 전환 절차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는 물론 서방의 통제권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 전쟁이 길어지면 이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반면 빨리 끝내려면 제국주의 국가 자신들에게 모험적인 방법을 강구하려 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민간이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게 사실인지, 또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겼는지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확인될 것이다. 국제연합 결의안 1973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동시에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승인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국제연합의 관계자는 “지상군 파견을 제외한 모든 군사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전략분석 기업 스트랫포(Stratfor)는 “이 세력들(카다피 세력과 반군 세력)을 철수시키는 일은 엄청난 시민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 그렇다고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고 예측했다.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했던 한 사람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했다면, 이는 미국이 실제 지상군을 투입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이라크를 봐라, 1991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가 2003년, ‘이라크의 자유 작전’을 시작하면서 비행금지구역은 해제됐다” 하고 말했다.

서방의 군사개입은 이 지역의 자원과 패권을 위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또 다른 전쟁이다. 헛갈리면 안 된다!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