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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집회에 대한 대전 사립대 총학생회들의 공격 유감

6월 16일 대전 지역 사립대 총학생회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시위를 비난했다. 이 글은 이들을 비판하려고 쓴 것이다.

대전에서도 반값 등록금 집회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이 집회는 처음 충남대와 카이스트 근처 궁동 로데오 네거리에서 이틀간 열렸다. 이 촛불은 학생운동의 뿌리가 남아있는 충남대와 카이스트 학생들을 중심으로 점화됐다.

이틀 동안 로데오 네거리에서 촛불집회를 열었고 6월 10일, 11일에는 사립대 학생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대전 중심지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로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집회에 참가한 주요 사립대 학생들의 참가는 생각보다 저조했다.

대전에서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를 조직했던 활동가들은 사립대 총학생회를 직접 찾아가서 함께 촛불을 밝히자고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에서 벌어진 촛불이 지역 언론에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서울에 비해서는 소규모였고, 사립대 학생회들이 최근 십여 년 동안 사회운동에 참가해 본 경험이 없어서 흔쾌히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반응이 괜찮았다. 그래서 대전 촛불시위에 함께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반값 등록금 시위와 지지가 확산되는 상황의 반영일 것이다.

6월 13일에 노동단체, 시민단체, 정당, 종교단체가 참가하는 대전비상대책회의가 꾸려져 반값 등록금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즈음에 주요 사립대 총학생회장들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14일 촛불 광고를 하려고 한남대 총학생회장을 만났는데, 총학생회장은 지금 대전지역 촛불시위는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임이라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우리가 학교 주변에서 광고하는 것에 대해서도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립대 총학생회장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사립대 총학생회장들은 대전 촛불시위가 이른바 “순수성”을 잃었다고 비난하면서 사립대학 총학생회장 대책회의를 열고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16일에 주요 사립대학(배재대, 한남대, 대전대, 중부대, 목원대) 총학생회는 ‘대전 사립대학교 총학생회 연합회’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서도 촛불시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부각해서 발표했다.

이들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것이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도 아니었고, 등록금이 이명박 정부 임기에만 오른 것도 아닌데, 선거를 앞두고 이런 이슈를 터트리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정치세력이 학생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부실 사립대학 구조조정, 등록금 반토막이 아닌 장학금 지원 등 한나라당의 주장과 거의 같은 내용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이들은 "학생들을 현혹시키는 과격 시위행위는 반대합니다"라는 문구를 기자회견 펼침막에 적시했다. 언론사 카메라가 꺼지니까 “촛불을 내리고 무기를 들었다”는 등 새빨간 거짓말도 했다.

명백한 우파의 논리였고, 심지어 촛불이 과격하다는 등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이야말로 배후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에 충분한 기자회견이었다. 기자들도 다소 어이없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화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 전에 촛불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도 우리였다. 그들은 한 번도 우리에게 ‘정치적인 촛불’, ‘과격한 시위’ 같은 점이 우려스럽다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연하게 촛불시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촛불시위 반대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기자회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반값 등록금을 바라고, 촛불 운동을 우려했다면 우리가 촛불을 처음 들고 그것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을 때 먼저 연락을 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사립대 총학생회를 돌면서 촛불에 참가하자고 호소했을 때조차 대학 내에 촛불시위 광고를 하지 말라는 말을 늘어놓기만 했다.

아니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학생들의 의견 개진을 가로 막는단 말인가.

언제나 그렇듯이 운동이 벌어질 때 그 운동을 좌초시키기 위해서 지배자들과 우파들은 다양한 압력을 행사한다. 1백여 명이 모인 지역의 작은 촛불시위조차 대전지역 사립대 총학생회장들이 비난하고, 집회가 끝난 후에는 형사가 전화해 ‘학생들이 걱정되니까 구호선창은 하지 말라’는 협박을 했다. 이들이 운동을 잠재우려는 것은 대중행동을 그만큼 두려워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들은 지금 지역의 작은 대중행동조차도 두려워 그것을 막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나는 이번 촛불을 준비하면서 저들의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따라서 이러한 압력에 굴하지 말고 더욱 더 공세적으로 투쟁들에 참여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