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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부시 방문 반대 시위

영국의 부시 방문 반대 시위

30만 명이 부시 방문에 반대해 런던을 행진하다

외지에서

11월 20일 부시 방문 반대 시위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평일 시위였다.

시위 경험이 많은 사람들조차도 목요일 시위의 대단한 규모와 열기에 놀랐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애버딘에서 잉글랜드 남부의 플리머스까지 영국 전역에서 수천 명씩 사람들이 몰려와 수십만 명의 런던 시위대에 합류했다.

중고등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남아 있으라고 협박했지만 학생들은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대학생들이 춤추고 구호를 외치며 런던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조지 부시― 테러리스트”, “조지 부시, 엉클 샘―이라크는 너의 베트남이 될 것이다”, “조지 부시, 우리는 너를 알아―네 아버지도 살인마였어” 등을 외치며 우편노동자·지하철노동자·소방노동자·의료노동자·공무원노동자 들과 함께 행진했다.

어떤 행진 대열도 조용하거나 정적이지 않았다. 구호와 호루라기 소리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메아리쳤다. “조지 부시―넘버 원 테러리스트”와 “당장 군대를 철수시켜라―우리는 거리의 악사도 그의 원숭이도 필요 없다”고 적힌 팻말들이 시위 대열을 수놓았다.

또, 집에서 만들어 온 창의적이고 재치있는 배너들도 많았다. 한 배너에는 무시무시한 모습의 부시사진에 “런던에 온 미국의 전쟁광”[“런던의 늑대인간”이라는 공포영화의 제목을 재치있게 패러디한 구호]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배너에는 [부시가 11월 6일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한 것을 야유해]“아직도 부시가 생명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는가”, 또 다른 배너에는 “조지 부시는 위험한 선례다”[대통령을 뜻하는 ‘president’와 선례를 뜻하는 ‘precedent’가 발음이 비슷함을 이용한 구호] 하고 적혀 있었다.

이 날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시위대가 지나는 런던의 주요 도로에는 모두, 시위 행렬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알드위치에서는 런던정경대학 학생 1천2백 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시위대에 합류했다. 워털루 다리에서는 킹스 칼리지에서 온 대학생 8백 명이 시위 대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급진적 학생들이 별로 없었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도 학생 수백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까지 있었던 반전 시위 중 가장 우호적이었다.

활기차면서도 결연한 시위대가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이미 8천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날 시위는 밤이 찾아온 후에도 규모가 줄지 않았다. 시위대 일부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갔지만, 일을 마치고 시위에 참가한 사람도 수천 명이나 됐다.

오후 5시 30분경 시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트라팔가 광장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군중이 환호를 지르며 지켜보는 가운데 커다란 조지 부시 동상이 무너졌다.

그들은 반전 운동이 놀랄 만한 생명력, 활력, 수많은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 날 하루만큼은 거리는 그들의 것이었다.

반전 운동은 부시와 블레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토니 블레어와 조지 부시는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이 이라크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 행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규모 시위대가 방문객을 고립시켰다.

두 전쟁광들은 계획된 행진과 연설을 취소해야만 했다.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경찰 뒤에 숨어서 보통 사람들과의 접촉을 일절 피했다.

목요일에 런던을 가로지른 대규모 시위는 영국에서 부시·블레어와 그들의 정책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 주었다.

시위 규모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언론의 논평가들은 런던 중심가가 마비되자 자신들이 한 말을 취소해야 했다.

부시 반대 시위의 규모는 심지어 집회 주최측마저 놀라게 만들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2월의 대규모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점령의 끔찍한 현실 때문에 부시와 블레어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시와 블레어가 내놓은 증거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것 또한 반전 정서를 확산시켰다.

이번 주에 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전쟁과 점령이 부시와 블레어가 약속했던 평화와 번영과 민주주의를 이라크에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점령군이 저지르는 폭력 때문에 미군과 영국군에 대한 저항이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 전체를 심각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만히 앉아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커다란 위험은 부시가 자신이 국내에서 직면한 정치 위기와 이라크에서 미군이 겪고 있는 패배에 대응한답시고 폭력을 더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이라크에서 폭격을 재개했다. 그리고 18개월 전에 이라크에 가했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위협을 지금 시리아와 이란에게 가하고 있다.

부시는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전쟁을 통해 중동을 재편하고 세계를 제패하려는 원래 계획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트라팔가 광장에서 연사들이 부시가 이란·시리아·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반전 운동이 저지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했을 때 가장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우리의 항의 시위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최대한 빨리 끝나도록 만들 수 있다.

또, 우리는 부시와 블레어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쟁을 더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들 만큼 강력한 저항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