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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가 만난 사람:
남구현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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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총장선출 이사회가 짓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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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총장선출 이사회가 짓밟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강행 의지 드러낸 것
한신대 문제는 전체 대학의 보편적 문제
한신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총투표로 총장후보를 선출했으나, 이사회가 3월31일 결과를 뒤집어 말썽을 빚고 있다. 이사회는 “이사회의 결정은 정당하며, 학교의 주인은 이사회”라는 입장만 내놓은 채, 항의하는 학생들을 밀치고 머리채를 잡으며 폭력을 행사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이사회는 경찰병력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기도 했다. 한신대 교수협의회의 남구현 공동의장을 만나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3월31일 이사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A 학내구성원들인 교수, 학생들이 총투표로 총장 후보자를 이사회에 올렸고,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사회가 학교에서 올린 1, 2위 후보가 아닌 3위 후보를 선임했다는 거죠. 언론에는 “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 어떻게 이사회와 학생들이 폭력사태를 벌일 수 있냐” “교수회의의 서면투표가 적법했냐”는 식으로만 다뤘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신대에서 민주적 총장 선출의 전통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교수·학생 총투표라는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사회가 짓밟은 거예요. 총장 선출에서 “학내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가 이번 사안의 핵심입니다.
“질서있는 후보 선출…혼란 우려한 자들이 유일한 혼란”
총장 후보선출권 확대 과정이 최근 어떻게 진행돼 왔나요?
A 우리 학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생과 직원에게 총장후보선출권을 부여해야한다는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4자협의회(교수, 학생, 직원, 학교당국이 학교정책을 협의하는 기구) 논의와 교수회의 결의를 통해 새로운 총장 선출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4자협의회는 우리 학교의 30여 년 된 전통인데 최근 몇 년간 유명무실해졌다가 지난해 투쟁을 통해서 재가동이 가능해졌고, 거기서 학생·직원이 총투표에 참여하는 방향(직역별 산출비율 교수2:학생1:직원1, 직원은 자체 결정으로 불참)으로 논의했습니다. 이 안을 교수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고, 이후 교수회의에서 서면결의로 통과됐죠. 이것은 교수들만 가지고 있었던 총장후보선출권이 학생·직원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교수협의회는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합법적으로 새로운 총장 후보 선출 방식이 결정됐음을 알렸습니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된 방식을 도입하면 대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선거 과정은 아주 질서정연하게 진행됐어요. 그것도 교수와 학생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63% 득표) 후보가 선출되는 아름다운 과정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선출 방식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거예요.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 선거 중에 계속 혼란을 일으켰는데, 그것만이 유일한 혼란이었죠.(웃음) 그 이외에는 모두 굉장히 조화롭고 질서 있게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교수들의 양보와 학생들의 현명한 판단 덕에 이번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습니다.
“학교정책에 대한 폭넓은 문제의식 확인하는 과정”
대학구성원들이 총장을 직접 선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일단, 일반적인 민주주의라는 면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 또는 학교 운영의 최고책임자를 당사자들이 뽑는다는 당위성이 있죠. 반장부터 대통령까지 선거로 뽑는데, 총장만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실제로 보여줬고요. 이렇듯 총장을 직접 뽑는 것은 민주주의의 확보라는 점에서 논쟁할 여지도 없습니다. 한신대의 경우, 지금 시점에서의 총장직선제는 또 다른 의미도 있어요. 교수들만의 ‘간선제’ 방식이 학생·직원까지의 전면적인 직접투표로 확대됐다는 거죠. 또 한신대는 지난 수년 간 학제개편, 학칙개정, 취업률 중심의 학교운영, 각종 지표들로 대학 서열화 등 소위 대학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돼왔는데,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내 저변에 깔려있는 “학교정책을 바꿔야한다”는 문제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도 성과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1위를 한 류장현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강력하게 해왔어요. “마른 행주 그만 짜라”는 슬로건도 제시했고, 조교제 부활도 얘기했고, 교육부에 줄서는 식의 재정확충보다 자립재정을 확보하자는 얘기도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한신대가 가져왔던 학문공동체로서의 전통, 즉 한신성의 회복과 민주적 장치를 복원하겠다는 의지에 크게 공감한 것이라고 봅니다.
“싸워서 막아내자는 데 공감…주체 형성까지”
그럼에도 이사회가 물리력까지 동원해서 다른 총장을 내세우려는 이유는 뭘까요?
A 학내구성원의 의사를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오해의 여지없이 전달했음에도, 이사회는 그것을 ‘오해의 여지없이 무시’했어요. 63% 득표한 후보는 무시한 채 10% 득표한 3위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했으니, 1위 후보는 애초에 고려대상도 아니었던 거죠. 이사회가 학내구성원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폭거를 행한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첫째, 한신대 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통이 거부된 것입니다. 둘째는 학교가 지난 수년 간 수행했던 정책에 문제제기한 후보를 무시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이겠죠. 이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다음 세 번째로는, 대부분 사립학교에 교육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순응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흐름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 이른바 학교의 ‘오너’인 총장과 그 총장 주위에 포진해있는 권력지향적인 교수들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이런 것들이 대부분의 사립학교에 꼬여있는 문제죠.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위기설을 조장해서 교육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며, 그 와중에 자기 이익을 취하는 거고요. 그리고 이런 비리에 학내구성원이 당연히 반발하기 때문에, 권력지향적인 자들은 각종 민주주의 장치들을 파괴합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앞의 두 가지는 분명해요. 그런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는 없지만 여러 가지 의혹이 있고 개연성도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기를 쓰고 학내구성원이 거부하는 후보를 선임했기 때문이죠. 의혹이 맞냐 틀리냐는 나중에 확인할 문제지만,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오면서 어려움도 많았겠네요.
A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교수들은 구조조정 속에서 힘들긴 해도 지위가 보장돼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죠. 학생들은 전체적인 상황을 자기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지난 수년 간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많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막상 실제로 투쟁에 나선 경우는 학과 조교가 없어졌을 때거든요. 학생들이 자기 눈앞에 문제가 닥쳤을 때 움직였어요. 지난 수년간의 구조조정으로 민주주의적 장치가 파괴되어온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거죠. 조교 문제는 민주주의 장치가 파괴된 결과일 뿐입니다. 다만 지난 한 해를 거치면서 학생들은 “학교의 구조조정이 학생에게도 바로 영향을 미치는구나” 생각하게 됐고, 교수들도 “싸워서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고 생각하게 된 측면이 있죠. 이런 차원에서 교수·학생의 총투표 성사, 그리고 양 주체의 1위 후보가 일치하는 과정이 이어진 겁니다. 교수·학생이 단결하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동문·기장목회자 함께 풀어갈 것”
이제 총장 선출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A 지난해 1년동안 싸우면서 성과가 있었다면 교수와 학생이 같은 길을 가게 된 점입니다. 또 동문과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까지 인식을 함께하게 됐다는 거죠. 지금은 이사회와 학생의 충돌로만 표현되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학생 뿐 아니라 교수와 동문, 기장 목회자들이 같이 결합된 문제입니다. 그 주체들이 같이 모여서 해결해 나갈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1989년 한신대 민주화 투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한신대는 민주적 대학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신대에서는 전국 최초로 4자협의회와 총장후보 선출 규정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20여 년 흐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학내 민주주의 제도가 파괴됐고, 대학이 직면한 구조조정의 큰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학교가 힘들어진 측면도 맞물렸고, 재정문제도 발생했고요. 이런 문제를 공동체 힘으로 새로운 전망을 만들며 넘어서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흐름에 휩쓸린 거죠. 그러면서 학교는 이해관계 중심으로 운영되고 학내 민주주의도 파괴되어 온 겁니다. 이런 모든 사안에 대해 지난해부터 학내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출하는 과정이 지금의 총장 선출까지 이어져 온 겁니다.
끝으로 이번 투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신대도 한신대만의 역사성과 특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총장직선제 문제는 전국 모든 학교의 보편적인 문제죠. 이것은 같이 대응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신대에서 벌어지는 사안은 다른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내용과 형식을 조금씩 달리할 뿐 보편적인 문제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 학교의 문제는 다른 학교 문제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전국적인 보편성 속에서 한신대에서는 한신대만의 특수성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한신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전체 문제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원문 보기: 변혁정치가 만난 사람: 남구현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 “민주적 총장선출 이사회가 짓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