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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말고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맞서 투쟁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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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노동 공약 후퇴를 거듭하더니 이제 본격적인 우향우 행보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지침 폐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박근혜의 대표적인 노동 적폐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조차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조처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줬다 뺏는’ 최저임금 개악과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저임금 고착화(표준임금제도) 확대에 이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억제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전반적인 임금 억제 정책 추진이다. 노후 생계용인 국민연금도 개악하려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인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규제프리존법, 지역특화발전특구법 등 규제 완화 5법 통과를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9월 20일 정부여당은 은산분리 완화 법안과 더불어 규제프리존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교활하게도 정부여당은 기존 법률인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을 개정하는 것처럼 하면서, 규제프리존법에 담긴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해 통과시켰다. 규제프리존법은 문재인이 ‘박근혜의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며 비난했던 바로 그것이다. 기업이 원하면 언제든 사전에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겠다니 기업 이윤을 위해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내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 규제 완화 정책 중에는 사회 안전망을 일부 확충하고 노동 시장 유연화를 추진하는 ‘한국형 유연안정 모델’ 추진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는 깊어 가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 존중’을 할 여유는 없다며 친기업,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책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명분도 없는 복귀 결정
민주노총이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악에 항의해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한 이후 정부가 더 노골적으로 친기업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가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한 것은 명분이 없다.
게다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9월 28일 중앙집행위에서 다수 중집 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여부를 묻는 안건을 10월 17일 정책대의원대회에 상정했다. 여러 중집 성원들이 안건 상정에 반대하자, 위원장 직권 상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와 함께 민주노총이 참가하게 된 의제별, 업종별 위원회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이후 그 산하 의제별, 업종별 위원회 논의로 고스란히 이월될 계획이다. 정책대의원대회는 의제별, 업종별 사회적 대화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의 이월을 승인하는 김빠지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노총 중집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한 이후에도 정부와 여당의 친기업적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이 결정 직후 민주당은 규제완화법 본회의 처리를 보수 야당들과 합의했고, 이정미 의원을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하는 데 앞장섰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이었던 이재갑을 노동부장관에 지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단시간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유연근무제 확산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의 비판을 아랑곳 않고 확고하게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투쟁만 해서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대화와 교섭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들은 사회적 대화와 교섭 자리에서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거나 양보를 강요하거나 기껏해야 형편없는 안을 들이밀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더 나쁜 안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압박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날짜 박고 합의 압박하는’ 방식을 반대해 왔지만, 정부 여당은 벌써부터 ‘국회 일정을 고려해 노사정이 10월까지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친기업 정책, 노동조건 공격이나 양보 강요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 투쟁뿐이다.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나서는 것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조성하고 투쟁 잠재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하반기 투쟁 과제로 제시한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원상회복 등을 쟁취하려면,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어느 때보다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지금은 사회적 대화 재개가 아니라 투쟁 조직에 온 힘을 쏟을 때다. 이번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를 승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재인의 우향우 공세에 맞서 하반기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여야 한다.
원문 제목: [공동성명]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말고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맞서 투쟁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