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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민 통제 강화 지시한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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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이 초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망 또 발생 -
미등록 이주민 통제 강화 지시한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이주민 정책과 관련된 첫 지시를 9월 24일에 내렸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단속을 더 강화할 것이 우려되는 내용이다. 바로 그날 김해에서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해 달아난 태국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작업장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우던 조국 장관의 위선이 이주민 정책에서도 불과 취임 보름 만에 드러난 것이다.
장관은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불법체류외국인 수를 감축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체류 다발 국가와의 협의를 통하여 불법체류자 수를 감축할 수 있도록 법무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 방안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지시는 단속추방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것이 단속추방 강화였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이래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국가인권위는 올해 2월 딴저테이 씨 사망에 단속반의 책임을 인정하고 단속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봤을 때 너무나 당연한 최소한의 조처였지만 법무부는 이조차 대부분 ‘불수용’했다. 이 권고를 법무부가 수용했으면 또 다시 사망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었을 것이다.
조국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2017.5.25. 브리핑). 그런데 정작 자신이 권고를 수용할 수 있는 실권을 쥐고서도 권고 수용은커녕 미등록 이주민 통제 강화를 이주민 관련 첫 지시로 내놨다. 이번 지시가 단속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관은 최근 한 미등록 이주민이 초등학생을 치는 뺑소니 사고를 내고 해외로 도피한 것을 이번 지시의 명분으로 삼았다. 뺑소니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범인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그 개인의 잘못이다. 뺑소니를 일으키는 내국인들도 있고, 각종 범죄를 일으키고 해외로 도피하는 내국인 기업가, 정치인들을 우리는 수차례 보아왔다. 그런데 조국 장관은 모든 미등록 이주민이 잠재적 범죄자라도 된다는 듯이 통제 강화를 지시했다. 이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은 이와 다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경찰청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13~2017년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워 오히려 범죄 피해자가 되기 쉽다. 장관은 후보자 시절 기자회견에서 ‘불법체류 문제에 대해 단속이 필요하지만 불법체류자라도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등록 체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10명에 이른다. 부상당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24일 태국 노동자 사망으로 섬뜩하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아니라 1년에 1명이라는 사망자 평균이 지속되었다. 단속이 지속되는 한 어떤 인권도 지켜질 수 없다.
미등록 이주민 수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 해결 방안’이라는 것도 이주민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예컨대 정부는 미등록 체류율이 높은 국가에 도입 인력 규모를 줄이겠다고 위협하는 식으로 이주노동자 송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운영하는 계절근로자 제도에서는 ‘이탈 방지’를 이유로 이주노동자가 출신 지역 지방정부에 우리 돈 1600만원이 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편, 부산출입국은 24일 태국 노동자 사망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사망한 노동자가 단속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고, 단속반에 의한 추격이나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부검 결과와 조사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단속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단속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하거나 추락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단속이 주는 공포가 얼마나 극심한지, 그런 상황에서 다급한 마음에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이번 태국 노동자도 이런 식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인 추격이나 신체접촉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부산출입국의 단속 때문에 불과 두 달 전인 7월 23일에도 23세의 태국 여성이주노동자가 3~4m 높이의 담벼락 아래로 뛰어내려 양쪽 발목뼈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안전한 단속은 없다. 단속에는 늘 이주노동자가 죽고 다칠 위험이 따른다.
조국 장관의 이번 지시는 비리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지자 이주민에 대한 보수적 여론에 영합해 일부라도 만회해보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 삼으려는 자에게 무슨 인권과 정의를 기대하겠는가. 지금도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단속추방을 당장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이 강제 단속추방 때문에 죽어나가는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2019년 9월 26일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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