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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공의들]:
우리는 올바른 의사 증원과 의료 환경 개선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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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과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의사 수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의사 단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 내에서도 의사 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래는 일부 전공의들이 8월 7일 익명으로 발표한 성명이다.
오늘 정부 의사 증원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예정돼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절대 다수의 행동이 아니면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어느 곳에 의견 하나 낼 수 없었던 답답함 속에서, 단체 파업 행동에 이르렀다 보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고 또한 책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와 책임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우리는 많은 전공의 내 작은 의견들도 충분히 개진되고 토론이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더 고민해보기를 제안합니다.
우리는 지금 집행부가 주장하는 의사 증원에 반대하는 지금의 파업 방향에 다소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우리는 이런 의견 개진을 통해 우리의 논의가 더 풍부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첫째, 우리는 공공의료가 중심이 된 의사 증원을 요구합니다.
의료 이용률 대비 의사 수 부족을 나타내는 객관적 자료와 인구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고려해 보면, 의료인력 증원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많은 선배동료 선생님들이 주장하듯 충분한 제도적 준비 없이 의사 증원이 이뤄진다면, 이는 다시 수도권 중심의 의사 쏠림과 과도한 경쟁 그리고 의료체계 붕괴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논의를 우선해야 합니다.
의료계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권역별 국공립의대를 통해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양성된 의료인들이 해당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기간 일하며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국가적 감염병 등의 재난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교육과 체계적인 인력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충분한 의료재정을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둘째, 충분한 인력 충원을 통한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합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터무니없이 많은 업무량 속에서, 36시간 밤샘 연속근무를 하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장받기 위한 요구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의료 공백을 메꾸고 의료 붕괴를 막는 방식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만 보인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요. 바로 우리 전공의들이 매일 매일 겪고 메꾸고 있는 현실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혹한 근무환경에서 위태롭게 수련과 진료를 병행하며 벌어지는 문제들은 환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양질의 진료를 어렵게 합니다. 과로에 시달리던 전공의의 자살 소식, 바쁜 와중에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의료사고의 위험, 이제는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안은 의사들을 지금보다 충분히 고용하여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정부는 병원이 더 이상 전공의 노동을 착취해 병원을 운영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셋째, 의료계는 전문주의와 책임성에 기초해 의료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십시오.
의료계에는 많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있고 또한 연결돼 있기도 합니다. 공공의료 부족이나 의료 인력 문제를 포함하여 의료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든 진료, 대리의료, 과로에 의한 의료사고 등 수많은 문제가 반복되고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공통적으로 의료가 수익 창출에 이용된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심화되고 은폐됩니다. 아플 때 합리적이고 안전한 의료를 제공받는 것은 존엄한 인간으로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이런 의료의 기본적인 부분이 침해받는 것을 막는 것 또한 의료인과 의료계의 의무입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의학자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기본이 잘 지켜지는 현장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충분히 늘어나서, 피곤하지 않은 의사, 아프지 않은 의사에게 언제든 안심하고 진료받고 싶다”고. 우리 전공의들도 인간적인 근무환경에서 잘 배우고, 마음을 다해 진료하고 싶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정책결정의 동력을 만들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시민입니다. 의대 증원정책의 바탕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좋은 진료를 받고 싶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전공의들의 투쟁 역시 이들의 요구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정부와 병원에 진료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시민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의료환경을 바라는 어느 전공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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