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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했던 컨퍼런스와 워크숍

흥미진진했던 컨퍼런스와 워크숍

운동은 얼마나 급진적이어야 하는가

세계사회포럼의 둘째 날, 영국의 반자본주의 운동 단체 ‘저항의 세계화’가 주최한 ‘운동의 미래: 얼마나 급진적이어야 하는가’ 워크숍이 열렸다. 3백여 명의 사람들이 진지한 논쟁에 참여했다.

먼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연설했다. 그는 첫째, 운동의 거대한 성장, 둘째, 시애틀과 칸쿤에서의 정치적 승리, 셋째, 반전과 반자본주의 운동의 융합으로 급진화를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의제와 부시 정부의 영구적 전쟁이라는 의제가 결합돼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따라서 아룬다티 로이가 개막식에서 훌륭히 지적했듯이 이라크 문제를 핵심에 놓아야 한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네오콘들이 시험에 떨어진다면 그들의 장기적 계획이 흔들릴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이 운동에 노동자 계급을 끌어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노동자 투쟁이 다시 부활하고 상승 물결을 타고 있다”며 이것을 낙관했다.

동시에, 그에 따라 노동조합 관료들이 “운동 안에서 우파를 형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운동 안에서 다양한 이데올로기, 정치, 강령, 전략의 차이점에 대해 “드러내 놓고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논쟁하자”고 제안했다.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목적을 위해 단결”할 수 있고, 논쟁이 “어떻게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생산적일 수 있다.”

두번째 연사인 이탈리아 노조 활동가 루치아노는 “급진적인 내용을 가지고 거대한 단결을 이룰 수 있고, 우리는 이것을 시애틀과 유럽에서 경험했다”, “시애틀 이전에 ‘역사의 종말’이 유행했지만 시애틀 이후 제노바 등을 거치며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연사인 조지 몽비오는 “급진성의 뿌리는 기층이다. 그러나 지금의 운동은 기층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유럽의 지식인들이 연설하는 워크숍’과 ‘달릿과 노동자들의 행진’을 각각 ‘안’과 ‘밖’으로 대립시킨 후, “이렇게 큰 장벽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이 지시를 하고 생각을 내려 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몽비오의 주장은 플로어 토론에서 가장 주된 논쟁점이 됐다. 파키스탄 여성 탈라트는 “워크숍 장소 밖에서 시위하고 행진하는 사람과 안에서 토론하는 사람들은 따로 분열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미국 여성 활동가는 “대중은 지도가 필요 없다. 이미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누가 누구를 지도할 필요가 없다.”며 몽비오의 주장을 지지했다.

미국인 사회주의자 조너선 닐은 “달릿 중에도 지식인이 있고 의원도 있고 개량주의자도 있다. 우리가 달릿과 함께 투쟁할 때 내가 백인이고 지식인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일생 동안 노동자 운동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한국 ‘아래로부터 세계화’의 김어진은 “지역과 언어는 다르지만 운동의 급진화 속에서 서로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로 단결할 수 있다. 나는 ‘폭탄이 아니라 의료를’같은 요구를 내걸고 반전 파업을 했던 유럽 노동자들의 정치적 분위기를 아시아의 노동자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온 한 노동자는 “몽비오는 이 방에도 많은 인도 노동자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보지 못하고 있다. 설사 그 수가 적다 해도 여기서 토론한 교훈을 밖에 가지고 나가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인 활동가 노부는 “나는 연단에서 몽비오 같은 주장을 듣는 게 싫다. 우리는 이미 시작했다. 여기 필리핀, 태국, 남한, 일본 사람들이 다 모였다. 너무 자랑스럽다. 다 함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리 발언에서도 몽비오는 운동에 개입해서 방향을 제시하려는 급진 좌파들을 “지식인들이 운동의 방향을 정해 놓고 이것을 받아들이라고 얘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려는 과정”, “여기에 성경이 있다. 여기에 모든 답이 있다. 밑에 있는 당신들은 이것을 믿고 따라라는 태도”로 묘사하며 공격했다.

몽비오의 이런 비판은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반전과 반자본주의를 결합시키고 3·20같은 실천적 행동을 끌어 내려는 급진 좌파를 겨냥해서 결국 운동 내 우파를 대변하는 셈이었다.

캘리니코스는 “물론 나는 지식인이다. 그러나 지식인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캘리니코스는 운동과 지도를 대립시킨 몽비오를 반박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 저쪽 사람들, 이런 식의 표현은 언론이 즐겨 쓰는 용어다. 그러나 나는 워크숍 장소 밖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가 다수를 대리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말이다. 마르크스는 자기 해방 사상을 말한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2세기 동안 지배적인 체제였다. 예전부터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전통이 중요한 것이다.”

캘리니코스의 마지막 주장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운동이 성장해서 다른 세계를 건설하기를 원한다. 경험을 공유하며 논쟁하고 투쟁을 함께 하자.”

정당과 사회운동을 둘러싼 논쟁에 변화가 생겨나다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당과 사회운동’ 컨퍼런스(큰 규모 토론회)에 참가했다. 이것은 정당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세계사회포럼 헌장은 정당 참가를 배제하고 있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도 이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였다.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에는 브라질 노동자당(PT)이 깊숙이 개입했다.

인도 공산당들은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에 조직적 지원과 오랜 반제국주의 정치 투쟁 경험을 제공했다. 인도 공산당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월든 벨로는 “인도 공산당들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매우 중요한 기둥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정당과 사회운동’ 컨퍼런스에 반영됐다. 연사들은 모두 사회운동과 정당이 서로 고유한 영역을 인정함과 동시에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사회운동과 정당의 관계를 둘러싼 오랜 논쟁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음을 뜻했다.

인도 전국민중운동동맹의 수니티는 “운동들은 연결돼야 한다. 정책에 대한 투쟁 없이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 정당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재건공산당 당수 파우스토 베르티노티는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 피렌체, 제노바, 포르투 알레그레는 정치가 포함돼야 함을 가르쳤다.”

그렇다면 정당과 사회운동은 어떤 식으로 관련을 맺을 것인가?

일부 연사들은 선거적 방식을 통해 두 운동이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의 루이스 아얄라(칠레)는 “유일한 대안은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운동의 연대는 선거를 뜻했다. 그리하여 “유엔을 개혁하고 국제 기구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올리비우 두트라는 “참여 경영과 정부 권력 민주화를 위해 정부와 사회운동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베르티노티는 이 두 연사와는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반세계화 운동은 반전평화 운동으로 승화하고 있다. 칸쿤은 제국주의가 운동으로부터 타격받은 전례 없는 사례다.

“볼리비아의 경험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자본주의에 대해 급진적 비판을 가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의제에 반대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20세기를 뛰어넘는 정치 대안이 필요하다.”

그의 주장은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

“여성에 반대하는 전쟁,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이라는 주제의 토론은 매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려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은 광장을 가득 메웠다. 부탄에서 온 여성들, 달릿 여성들도 한 무리씩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여성들뿐 아니라 많은 인도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집트의 나왈 엘 사다위, 인도의 아룬다티 로이, 아프가니스탄의 사베르 사바, 방글라데시의 아이린 칸이 강연을 했다. 사다위는 우리가 지금 탈식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가 다른 국가를 강탈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다위는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 여성의 베일(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비판하면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다국적기업과 함께 사람들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 세계에까지 “베일”을 씌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 “베일”을 벗겨 내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이는 여성 억압이 단순히 제국주의에 의해서만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며, 2002년 3월 BJP 지지자들이 무슬림 여성들을 강간·방화·살해했던 구자라트 사태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리고 당시 사태를 방관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던 바지파이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사바는 특히 9·11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난했다. 사바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여성을 해방시키기는커녕 여성 억압자들이자 전쟁광들이 다시금 정권을 잡을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 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린 칸은 국제사법재판소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억압받는 여성들의 생생한 사례를 전했다. 가야트리도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얘기해 청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전쟁 속에서 여성들이 입은 피해와 억압의 사례들이 논의됐지만, 강연 내내 한층 강조된 것은 여성들 자신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바는 “여성은 희생자이지만 또한 전쟁에 반대해 저항한 최초의 목소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사다위는 여성들이 더욱 조직돼야 한다며 제국주의 지배 세력들이 수퍼파워가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이 “수퍼파워”임을 강조했다.

부시 낙선 운동의 진정한 쟁점

한국의 ‘부시 낙선 네트워크’(Defeat Bush Network)가 주최한 부시 퇴출 운동 워크숍에는 1백여 명이 넘는 한국과 외국의 활동가들이 모였다.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패권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와 부시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들이 토론회 내내 다양한 연사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특히 월든 벨로는 부시의 제국주의 정책에 대해 훌륭한 분석과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부시 낙선 운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부시 낙선 운동을 지지하는 연사들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다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워크숍 사회자가 미국의 보수적인 노동조합이자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인 AFL-CIO(미국 노총)간부를 부시 낙선 운동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맹자로 소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시 낙선 운동이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 워크숍 하루 전에 열린 세계 반전 운동 회의에서 미국 솔리대리티 소속 사회주의자이자 반전운동연합체 평화·정의연합(UFPJ)의 주요 활동가인 폴 르블랑은 부시 낙선 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시를 반대하는 정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세계 반전운동이 또 다른 제국주의 옹호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민주당 정부 아래 더 많은 전쟁이 수행됐다. 당장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는 클린턴 정부 때 일이다.

세계 반전 운동 회의와 세계 활동가 회의에서는 3·20 전 세계적 반전행동이 호소됐다. 바로 이런 대중적 행동을 통해 부시와 미국 제국주의를 패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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