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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도를 멈춰서라도 KTX 민영화를 막아야 합니다

정부는 KTX를 민영화하면 요금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민영화하면 기업주들은 엄청난 혜택을 얻겠지만, 99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은 얻을 게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과 빚더미에 앉을 것입니다.

2월 4일 철도노조 결의대회 투쟁 채비를 시작한 철도 노동자들

‘민영화로 KTX 요금을 낮추자’는 정부의 논리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습니다. KTX가 흑자 노선이니, 실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철도에는 KTX 같은 흑자 노선만 있는게 아니라 적자 노선도 있습니다. 공항철도, 경춘선, 경의선 모두 적자 노선입니다.

그러니 KTX에서 난 수익을 다른 노선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영화로 이런 ‘교차 보조’를 안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거나 적자 노선을 폐지할 수밖에 없겠죠.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철도는 필수 공공서비스재입니다. 마땅히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도 운영을 해야 합니다.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KTX를 민간에 팔아넘길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공공성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철도공사는 지금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직통 노선, 경춘선 ITX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요금이 굉장히 비쌉니다. 돈 없는 사람은 공공서비스에서도 차별받게 되는 것입니다.

안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경의선은 개통한 지 겨우 2~3년밖에 안 됐는데, 비가 오면 승강장에서 물이 샙니다. 열차 검수도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인원까지 줄다 보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유지업무도 필요 없다

보수 언론들은 ‘철도 매표원 연봉이 6천만 원’이라며 공격하지만, 그러려면 20~30년 이상 근속을 해야 합니다. 그 나이면 대부분 대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지금 등록금이 얼마나 비쌉니까? 최근에는 전셋값도 폭등해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월급 받아서 은행에 다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살기는 힘들어지는데,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너무 심합니다.

민영 회사에선 이런 일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요금을 더 올리고, 안전 문제는 등한시하고, 인력을 감축할 것입니다.

민영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확대이기도 합니다.

KTX가 민영화되면 지금도 한창인 구조조정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입니다. 공사 측은 제가 맡고 있는 운수 분야도 외주화하려 합니다.

선로 유지·보수 업무나 전기 업무도 외주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울·용산·대전·부산·동대구 등 KTX가 지나는 큰 역들은 매표 업무의 90퍼센트 이상을 코레일이 아닌 자회사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입니다. KTX 민영화는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선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서가 큽니다. 일부는 기다리지 말고 당장 파업에 들어가자고도 합니다.

2010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습니다. 지금 동료들은 “필수유지업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이래도 불법이고 저래도 불법인데 철도를 제대로 멈춰야 한다” 하고 말합니다.

그동안 노조 지도부는 ‘필수유지업무 조항을 지키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하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막상 파업에 돌입하고 나면 죄다 불법이었습니다.

파업을 하려면 기관사들이 중요한데, 이쪽에서도 불만이 높습니다. 워낙 열차 사고도 많고 이에 따른 과도한 징계도 많기 때문입니다. 열차 사고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해야 합니다. 파업의 절차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민영화는 우리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더구나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완전히 깨지길 기대합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노조 지도부가 더 분명한 투쟁 의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조합원들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민영화를 막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