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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의 과제:
현지 투쟁과 대정부 정치 투쟁의 결합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 당국은 강정 마을에서 4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집회를 불허했다. 시위의 자유조차 짓밟으며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다.

특히 우파는 총선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한다. 제주 해군기지를 찬성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었으므로 기지 건설에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불신 속에 이를 이용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얻었을 뿐이다.

강정마을에서 열린 4·1 노동자대회 노동운동이 반제국주의 평화를 위한 투쟁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제주도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 만들겠다”는 박근혜의 새누리당만은 절대 안 된다는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또 가장 강력하게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온 통합진보당이 이번 총선에서 크게 의석을 늘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총선 전 정부가 구럼비 바위를 폭파했을 때 연예인들까지 나서서 온라인에 폭파 반대 인증사진을 올릴 정도로 저변에서는 광범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보수언론과 우파가 내 제주 “해적기지” 발언에 총공세를 펼친 것 역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여론과 운동이 더 커지기 전에 기를 꺾으려는 시도였다.

우물쭈물 민주통합당

무엇보다 정부와 우파는 민주통합당을 약한 고리로 보고 파고들었다. 민주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이들은 단지 광범한 반대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반대 시늉을 해 왔다. 민주당의 이런 모호한 태도는 운동 내 혼란을 부추기거나 김을 빼는 구실을 해 왔다.

예컨대 민주당 출신 도지사 우근민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 관련 청문회가 4월 12일 끝났지만 아직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정부는 구럼비 폭파를 연일 강행하며 활동가들의 사기를 꺾으려 하고 있다.

이번에 제주에서 당선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태도가 모호하다. 이들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제주 해군기지가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군항’으로만 건설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명숙 전 대표는 총선 전 제주에 내려가서도 건설 “전면 재검토”만을 주장했다.

그래도 기지 건설 반대 운동 내 일부는 민주당에 기대를 걸면서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이뤄지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박근혜는 “무책임한 말바꾸기”라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이는 반대 운동을 노린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소야대에 기대를 품다 보니 민주당을 비판하기 어려워졌고, 이것은 우리 편이 우파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통합진보당 역시 ‘묻지마 야권연대’를 하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서 ‘전면 재검토’로 요구 수준을 낮춰야 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자 민주당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이 쟁점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이나 펴며 우리 편의 사기를 꺾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운동의 김을 빼는 사이에 정부는 조금치의 타협도 없이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 제주 해군기지가 제국주의 패권 전략의 일부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 연구소로 꼽히는 ‘랜드연구소’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한 미국이 동중국해와 그 아래쪽 해역(동남아 지역)에 대해 힘을 행사하는 데 제주 해군기지가 결정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2009년).

제주 해군기지는 MD(미사일방어체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배우이자 평화활동가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지적대로 “제주 해군기지는 이지스 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중국 측에서 위험한 도발이라고 주장한)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미국의 주장과 한국 해군의 항공모함, 잠수함과 이지스함을 위한 대형 해군기지 건설 야욕이 맞물”린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따라서 이 운동의 목표는 명확히 ‘건설 반대와 백지화’가 돼야 한다. 이것은 이 투쟁이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맞서는 동시에 이를 지원하는 한국 정부에 맞서는 투쟁임을 뜻한다. 우파가 건설 강행으로 결집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 운동 역시 명확한 결집점을 제시하고 광범한 반대 여론을 행동으로 모아 나가야 한다.

민주당처럼 ‘민군복합미항이 아니라서 문제’라거나 ‘위치가 적합하지 않아 문제’라는 식으로 쟁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해적기지” 발언이 문제였다며 우리 편의 뒤통수나 치는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비판도 삼가서는 안 되며 민주당과 독립적인 운동 건설에 나서야 한다.

경찰과 해군의 무자비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고 처절하게 싸워 온 강정 주민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도 계속돼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2003년 전남 부안 주민들은 방사능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에 맞서 타협없이 단호하게 싸웠고 방폐장 유치를 막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 투쟁의 한계 때문에 방폐장 건설 자체를 막는 것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고 경주로 방폐장이 옮겨지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강정 주민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중심인 수도권 한복판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투쟁 참가자들은 해군 기지 건설이 동아시아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그런 만큼 투쟁을 강정 마을로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지배자들은 이 투쟁을 전국적 사안으로 삼고 힘을 집중하고 있다. 3월 초 이명박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한미FTA와 더불어 주요 국정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FTA”라는 색깔론도 함께 펼쳤다.

지금 해군기지 건설은 중앙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강행하고 있다. 경찰과 해군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동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맞서는 운동 역시 전국적 관점을 가져야 하고 수도권에서 중앙정부를 겨냥한 대규모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2002년 여중생 압사 항의 시위도 서울에서 대규모로 벌어졌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2002년 6월에 의정부에 살던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 11월까지는 주로 의정부를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던 중 미군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한 네티즌이 서울 광화문 시위를 제안했고, 이 투쟁은 폭발적으로 번져 나갔다.

11월 26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12월 14일 집회는 서울에서만 10만 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30만 명이 참가했다. 경찰 저지선을 뚫고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이 운동에 압력을 느낀 미국 대통령 부시는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해군기지 건설이 무산된다면 제주를 기지 삼아 대중국 봉쇄를 펼치려는 미국의 패권 전략이 위협받을 것이다. 미국에 빌붙어 이익을 챙기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중앙정부와 미국의 패권 전략에 맞선 정치적 투쟁으로 운동을 강화·발전시켜야 한다.

무기와 군사 기지 건설에 쏟아 붓는 막대한 돈을 평범한 사람들의 복지에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

미국 한국정책연구소 특별연구원인 크리스틴 안은 제주도가 “격렬한 저항 운동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제주도를 넘어서 육지로, 수도 한복판으로 저항 운동의 장은 확대돼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위’는 이런 방향으로 운동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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